행복 정거장
김 민술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가면 행복 정거장이 있다.
철길 기차는 없는데 정거장 안에 들어가면 역무원들은 예쁜 여자들이다.
청아한 깊어가는 가을날,
율산 이 전화 걸어왔다. 가을을 마중하고 친환경 푸성귀 한 쌈 하게 실이,
정거장 안에 들어갔더니 남자는 없고 앞치마 흰 모자 쓴 역무원들이 싱싱한 푸성귀 나르느라 마룻바닥이 금방 기차가 지나간 철길처럼 뻔들거리고 이름 하여 완주군 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로컬 푸드 건강한 밥상 차려지는 곳이었다.
행복 정거장 이용승객들은 모악산 등산객, 나들이가족, 우리같이 자연과 입맞춤 하려는 건강미가 넘치는 가족들,
오늘도 행복 정거장은 승객이 많아 자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는데 여객전무가 율산 을 알아보고 예비 석을 챙겨주어 편안히 자리했다.
특색이라면 채식 뷔페인데 돼지 삶은 고기가 구석에 있다. 기름 한 점 없이 보기 좋게 여들 맛있게 썰어 새우젓과 겉절이 한 볼퉁이 입에 넣으면 냄새도 없고 꿀맛이다.
왜 이렇게 맛있냐고 물으니, 잡냄새 없애려고 삶을 때 주머니에 된장 한 스푼 넣고 삶는다고 귀띔 해준다.
소주 한 잔 생각나 한 병 주문하니 주류는 일절 취급 않고 콜라 사이다까지 없다고 한다. 그 대신 신토불이 매실차, 곶감수정과, 식혜가 시원한 얼음으로 목을 추겨주었다.
내 옆 50대 후반 도복차림에 굴래 수염 위풍도 당당 예술인 같은데 무 총 시래기 한 양푼 푸짐하게 담아 소가 여물 먹듯이 주위 아랑곳없이 맛있게 식감을 즐기고 있다.
식사는 흰밥, 찰밥, 현미밥 김밥뿐이고 반찬은 고산에서 채취한 고사리, 표고버섯, 생 송이버섯 온갖 푸성귀로 진수성찬 행복 정거장 알레고리이다.
소가 풀만 먹고 자라도 윤기가 반들 힘쓰는 이유를 짐작한다. 사람도 육식은 적당히 지방을 줄기고 과일과채소를 많이 섭취하여야 건강하다.
함포고복(含哺鼓腹) 배가 불러 소화하려고 홀밖에 자리했다. 모악산은 어머니 품안 같은 어머니 산이다. 배를 두들기며 어머니 산을 감상한다.
태양이 가을을 태우고 색의 파장으로 아래부터 검푸른 초록이 붉은 치마로 갈아입는다. 그렇게 가을의 흔적을 지우는 하얀 옷으로 또 바꿔 입으면 한해가 저문다는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하지만 오늘 깊은 파랑에 푹 빠져버린 높은 하늘,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어머니 산의 하늘이다.
내가 젊었을 때 일이다.
주말에 모악산(793미터) 등산 다닐 때 전주에서 12킬로미터 중앙시장에서 상학버스를 탄다. 버스는 초만원이고 울긋불긋 등산복, 가방까지 비벼대면 몸살이 따로 없다.
모악산 계곡 한편으로 돌담을 쌓아 버스한대 빠듯이 지날 정도 아슬아슬 그래도 사고 없이 철렁한 가슴으로 다녔다.
버스가 도착하면 등산객들이 우르르 마라톤 선수들같이 앞서거니 산을 향해 행진하고 나는 선두 구릅에 뒤처지지 않고 대원사, 철룡암, 수왕사 쉬지 않고 단숨에 올랐다.
수왕사 석간수 패트리병 4병 담아 모래주머니 짊어지고 달리기 하듯이 땀 흘리며 내려온다. 정수기도 없을 때 보약 같은 우리 집 식수였다.
그때만 해도 상학 마을은 산골 마을로 초가집들이 다문다문 한적한대도 고샅길돌담에 대문을 열어놓고 파전, 도토리묵에 막걸리로 허기진 등산객을 맞았다.
막걸리 한 양푼 넘어가는 소리가 계곡물소리보다 요란하게 목구멍을 타고 건너 집에선 마른 장작으로 옻닭을 백숙으로 삶는 매캐한 냄새가 야트막한 돌담을 넘어 후각을 자극하면 주머니 더듬거려 비상금을 홀랑 털었다. 30 여 년 전 일이다.
지금이냐 도립미술회관이 현대식으로 자리하고 체련시설 축구장이 주말마다 성황을 이루며 도시계획으로 상가 가 반듯하고 쉼터로 모텔도 갖추었다. 그야말로 질서가 확립된 작은 도시로 얼굴을 바꾸었다.
그래서 승객을 위해 행복 정거장도 문을 열었는가보다.
행복엔 절대 타이밍이 있다. 조금만 더 빨랐거나 조금만 늦었어도 행복하지 못했을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딱 한번 만이라도 되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행복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홀 밖 큰 항아리 된장 고추장 뜨겅에 가을 태우는 태양이 똬리를 틀고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콩알 같은 머리를 궁굴리며 주위를 경계해도 단홍처럼 아름답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 먹으며 기쁨과 슬픔 사랑과 고통의 감정 조절을 하면서 오르가슴을 맛보는 세상의 삶, 그래서 행복의 유효기간은 없다.
언제나 나 천국에 있는 것처럼 황홀한 기분을 평생 가질 수 있다면 희로애락인들 구별 할 수 있을까? 거북이처럼 꾸준히 가자 발길 닿는 대로라는 말처럼 어디든 갈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오늘도 율산 승용차로 아내 손잡고 철길 없는 행복 정거장에 무임승차로 행복 찾아 왔다. 불편함과 기쁨이 뒤엉켜 존재해도 상관없다.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하지만 인간이 생산적으로 도달해야 할 높은 가치를 함께한다.
중요한 행복의 조건은 늘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고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우리 셋이서 오붓이 태양을 궁굴리며 가을 속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