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월 20 일 수요일 한때 비
요즘 며칠 동안 전력을 다하여
풀나라에 달려가 들깨 밭을 매고 있다.
내일 까지는 끝마칠 요량으로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무성한 풀들을 열심히 매고 잇는데
오후 나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벌써 가을의 선선함이 느껴 지는것 같아
찬비를 맞으며 강행할 자신이 없다.
풀천지 에서 풀나라에 달려온 기름값이 아깝지만
전부터 미뤄 두었던 친구의 농장에 들르기로 하였다.
봉화군 춘양면엔 풀천지가 있고
청량산을 사이에 두고 재산면엔 풀나라가 있고
명호면엔 풀천지 에게 귀농 선배가 되는 친구의 농장이 있다.
오랜 만에 술이나 한잔 나누기 위해 무얼 사갈까 하고
집으로 전화를 걸어 보니 밖에서 일하는지 받질 않는다.
풀천지의 친구 답게 이친구도 핸드폰이 없다보니
일단 가보기로 하였다.
십년동안을 한결같이 유기농을 지켜내기 위해
이친구도 풀들과 얼마나 씨름 했는지 너무나 잘알기에
친구의 농장이 가까워 지자 마음이 숙연해 온다.
얼마전에 오랜만에 만나 술한잔 나누며
그 친구는 남의일 처럼 쏟아 내듯이 내뱉엇던 것이다.
( 나 ~ 땅 팔아 버렸네... 10 년동안 고생 했으니 이제 그만 하고 싶네...)
그 친구는 참으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을 테고
풀천지 역시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청천 병력 이었다.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지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 풀천지 자네 농장 보다 ~ 나의 산속 자연 농장이 훨씬 좋네 ~ ^^ ) 하며
노후를 대비한다며 해마다 대추 나무랑 각종 과일 나무를 잔뜩 심어대며
너털 웃음 지으던 그친구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토종닭들과 10 마리가 넘어가는 개들만 요란하게 반겨준다.
밭을 한바퀴 둘러보니
비닐을 깔았는데도 골마다 풀들이 무성하고
고추 밭엔 일찌감치 병이 찾아 왔다.
가파른 언덕길도 빗물에 심하게 패이고
그친구의 십년 열정이 이미 떠나간 자리엔
고생 스러웠던 세월의 흔적만 아프게 전해온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천국의 약속을
너의 농장을 평생 잘 돌봄으로서
천국을 증거 하라 했거늘
그 친구는
땅도 팔고 세월도 팔고 인생도 팔고
10 년동안 열심히 가꿔온 하나님의 천국도 팔아 버렷다.
그 친구는 다시 하나님의 품에 안기어
새로운 인생의 천국을 갈망해 나가겟지만
마음 속에 언뜻 언뜻 스미게 될
중년 세월의 추억은 어떡 할것인가...
빨간 고추를 따다 말고 어디로 갔는지
그냥 괜히 모든게 힘들어 보엿다.
마음이 떠나간 자리에 무성한 풀들을 보면서
농사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과 땅과 사람과의 관게에서
땅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일수 있는지
비오고 눈내리고 바람 부는 계절의 길목에서
한그루 나무 처럼 자리 잡아가는 일이
얼마나 무모하고 고통 스러운 일인지
가슴이 매어온다.
잘 정돈된 풀천지 밭을 떠올려 본다.
일년 내내 얼마나 열심히 고생 햇는지
우리 들의 천국이 되어 가지만
과연 또 어느누가
우리 보다 더 바보 처럼
무모하고 고생 스러울수 잇을 것인가.
그친구의 허전한 가슴에
술한잔 나누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막 주렁 주렁 열리기 시작하는 대추 나무들을
쓸쓸히 바라보며
해저문 산길을 축축히 젖으며 풀천지로 돌아왔다...
첫댓글 얼마나 힘이들면 그랬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손 쳐도 누구도 자유로울수 없는 일이겠지요... 강한 친구이니 다시 잘 해나갈 것입니다...
가슴이 메어보네요 10년동안 공을 들였는데...... 친구분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 또한 이십여년의 사업을 접고 이곳에 올때의 마음과 비슷 하리라
저의 상념이 너무 커 심려를 끼쳐드린 글이 되어 송구할 따름입니다... 언제고 청송님과 술한잔 나누며 마음의 얘기들 나눌날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