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 갓 넘어서 부터 유난이 병원을 자주 다닌 기억들 때문일까 가끔 의료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을 제때에 받지 않으면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협박 비슷한 엽서가 온다. 시골로 이사를 오기전까지 난 정말 병원 다니는것에 좀 지쳐 있었고 이사를 와서 6년 동안 병원에 가서 꼭 해야할 위내시경도 하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병원을 가긴 했지만 난 병이 나면 무조건 한약을 다리고 침으로 해결을 하려고 노력했다. 2년전 처음으로 나라에서 발급한 건강검진표를 가지고 인근 종합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위내시경 결과 작은 혹이 있는데 괜찮을것 같고 좀 지켜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유방검사에서도 젊은날 검진에서는 결절이 있다고 했는데 없다는 소견이였다. 자궁검사에서는 전에 혹이 있었던 흔적이 있다면서 지금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궁에 혹을 없애려고 한약과 침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났다. 그 외에 혈액검사의 결과표가 집으로 왔는데 과체중인것 빼고는 별로 신경쓸만한 내용은 없었던것 같다. 살을 좀 빼려고 노력을 하긴 하는데 잘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절제된 생활을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특별한것은 하지 않았다.
올해는 50세이상 주민번호 뒷자리 짝수인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받는 해이다. 나도 거기에 해당이 되어 얼마전에 검진을 받았다.
전날 가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굶은 다음날 일찍 갔더니 순번이 1번이 되었다. 아침에 변검사를 하기위해서 채변한 변통을 내고 시력. 혈액. 소변(정상)검사를 하고 혈압(정상.젊은날에는저혈압)검사. 유방촬영을 한 다음 위내시경실앞에 앉아 있는데 처음으로 수면이 아닌 일반내시경을 하기로 해서 마음을 좀 다잡고 있는데 호명을 해서 내시경실로 들어갔더니 혀에 살짝 뭘 뿌리는데 잠깐 사이에 혀가 감각이 둔해졌다. 그리고 옆으로 누워 눈을 감고 의사 선생님께서 시키는데로 했다. 내시경 관이 목을 통과해서 들어갈때는 왝 왝을 몇번인가 했다. 글쎄 참을만 했다고 하면 거짖말이 될까.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끝이 나서 밖으로 나오니 겁 먹은 아주머니 한분이 자기는 못 할것 같애 수면으로 해달라고 했다면서 나더러 대단하다고 한다. 아참! 결과는 정상이였다. 전에 있었던 혹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병원에 와서 그렇게 기분좋은 말을 들어보기는 처음인것 같다. 항상 위에 무리를 주지 않을려고 노력도 했지만 어떤 음식이든 두려움을 가지고 먹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선생님 처방에 나온 위염약을 환으로 만들어 하루도 빼지 않고 먹고 있다. 환도 물로 삼키지 않고 꼭꼭 씹어서 공복에 먹는데 아주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그리고 가장 열심히 한것은 마음으로 부터의 자유를 가지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40여년 동안 나를 질기게 괴롭히던 위장병에서 이제 나는 자유로워진것 같다. 난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먹을까? 얼마를 먹을까? 등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맛있고 보람있게 먹기위해 일을 했다. 농사를 짖기 시작한것이다. 장날이면 씨앗아저씨 옆에서 정보를 얻어 여러가지 씨앗들을 적기에 심는것에 힘썼고 그것들이 자라는것을 보며 행복과 어머니와 형제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수가 있었다. 큰 동생은 원래 농사꾼이지만 공무원인 3째 동생도 땅을 구해 시간나는데로 농사를 짖는데 그래서 우리 남매는 카토리를 통해서 늘 농사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올해 내가 특별히 심은 작물은 노각과 작두콩이다. 잘 자라고 있고 노각은 몇 개를 따서 찬으로 이용했다. 3년만에 씨앗으로 발아를 시켜 성공한 참취사진을 동생이 보더니 " 누님! 너무 농사를 잘 짖지 마세요" 하면서 행복한 웃음을 나에게 보낸다. 나는 동생이 잘 지어논 양파를 보면서 좀 보내봐 했더니 영산강이 보이는곳이라 더욱더 맛있다면서 자랑과 함께 황토흙에서 잘자란 양파가 와서 잘 먹고 있다. 하지만 농사는 내가 짖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자연이 주는 선물일것이다. 비와 바람과 구름 밤과 낮 태양등이 주는 선물인것이다. 거기에 순응한 결과로 나에게 건강을 허락했다고 생각한다.
남편하고 둘이 말없이 앉아 있으면 가끔 뭘 생각해 하고 묻곤 한다. 아무 생각 안해요. 아니 아무 생각 안하고 살려고.... 어이가 없는지 남편이 웃는다. " 우리가 이곳에 와서 그런데로 행복하지?" 하고 물음에 고개를 끄덕끄덕 " 그래요. 도시에서 벗어나기가 쉽나요.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것은 기적이죠!"
이제 며칠있으면 건강검진 결과표가 집으로 올 것이다. 과체중이다 보니 콜레스트롤이나 혈지등의 수치가 좀 높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욕심을 버리고 싶다. 이 나이에 이 정도면 됐어. 좀더 마음을 비우고 먹는것도 좀 더 줄이고 하면 아이들에게 크게 신세지지 않고 살게 되리라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장에 가서 시금치씨와 얼갈이씨를 샀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친해져야한다. 아니 노동을 해야한다.
보건소에서 채변통 두개가 왔다. 전화를 걸어 인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채변통을 이용했는데 또 보내는것은 국민의 세금을 우습게 보는것 아니냐고 한마디 했더니 시정하겠다고 한다. 나는 마음을 다독여 채변통은 다음 건강검진시 사용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새삼 적당한 시기에 세상을 떠나 나라 세금을 너무 축내지 않기를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