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대한민국 건군 65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국군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사회가 흔들리거나 외부의 적, 특히 북으로부터 위협받거나 공격받을 때 국가존립을 지켜왔다. 국군 없이 대한민국의 존재를 상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군 65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군의 역할과 공헌을 평가해보고 군의 성장과정과 현주소, 그리고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하자.
우리 군은 1946년 국방경비대로 창설되었고 정부수립에 따라 1948년 9월 1일 그 명칭도 국군으로 개칭되었다. 국군 산하 육, 해, 공, 해병대 각 군은 기념일을 통합적으로 갖지 않고 개별적으로 자신이 처음 조직된 날을 기념했다. 그러나 1956년 각 군의 창립기념일을 폐지하고 통합기념일을 만들되 건군기념일을 10월 1일로 정하고 그 명칭을 ‘국군의 날’로 하였다.
건군기념일을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무력독립투쟁을 담당할 최초의 군인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 개교일이나 임시정부 산하의 광복군 창건 기념일을 기준으로 하자는 청원이나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름대로 의미 있고 상징성이 있는 것이라 본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38선 돌파일인 10월 1일을 건군 기념일로 정한 것은 우리 민족사에서 국군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사명, 즉 민족통일 임무 완수에서 첨병이 되라는 소중한 뜻을 담고 있는 동시에 민족통일 시까지는 국군의 주적이 북한군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북의 경우 1948년 2월 8일의 인민군 창설일 을 30년 동안 기념해오다가 1978년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시작한 날짜라고 주장하는 4월 25일로 바꿨다. 이는 북한의 군대가 소련의 각본에 따라 탄생한 것이 아닌 항일투쟁에서 출발했음을 강변하고자 한 것이지만 이후의 역사는 인민군이 국가의 군대도 아니고 인민의 군대도 아닌 김씨 일가 우상화와 족벌화를 위한 사설군사조직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폭정과 굶주림에 북한을 탈출하고자 하는 주민에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 오늘 날 인민군의 현주소이다. 이는 남과 북의 군대 중에서 어느 쪽이 민족의 미래를 책임지고 통일의 주도세력이 되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우리 군이 대한민국을 지켜낸 가장 큰 공훈은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북의 침략을 물리쳤다는 점이다. 6·25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 부끄러운 전쟁이 아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한국전쟁은 교착상태에서 무승부로 끝난 전쟁이 아니라 한국과 민주세계가 승리한 전쟁이다. 전쟁 이전 군 병력은 10만 미만이었으나 전쟁 중 그 수가 60여만으로 증강되었다. 전쟁 후 군은 한국사회의 가장 근대화된 부문으로 각종 교육과 훈련, 경험을 가진 인재를 다수 배출하기 시작해 사회에 대한 엘리트 공급의 산실이 되었다.
1960, 70년대에는 조국근대화의 한 축을 담당해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베트남에 파병하여 고전하던 미국을 도와 보은하고 혈맹의 우의를 다졌다. 이 시기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하에 주요 기본병기의 국산화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고 한국지형의 특성에 맞는 신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이 때 시작한 신무기 개발 사업은 기계, 전자, 조선, IT산업과 결합되어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는 세계 유수의 군사강국으로 성장하고 재래식 무기에서 북한에 우위에 설 수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거론하기가 거북하기는 하지만 민-군 관계에서 하나 아쉬운 것은 80년대 초 정치변동의 과정에서 군과 민이 충돌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군은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고 문민통제에 따라야 하며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의 보호를 최우선가치로 삼아야만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민의 군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훈은 현재까지 군의 국민에 대한 사명으로 잘 실천돼오고 있다.
북한은 남북분단 이후 약 50만 건의 크고 작은 대남 테러와 도발을 저질렀지만 단 한 번도 이를 시인한 적이 없다.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남측의 “모략극” 이라 뒤집어씌우기에 바빴다. 6.25남침을 북침이라고 우겨 되고, 버마 아웅산묘소 테러사건이 그랬고, KAL기 폭파사건과 남침땅굴도 그랬고, 우리 측의 자작극이라 우겼다.
또 해마다 반복되는 재난 후 국가가 벌이는 구호, 재건활동에서도 군은 항상 그 중심에 섰으며 이를 통해 국민과 하나가 되고 국민의 신뢰를 축적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군이 수행해 온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역시 정전 후 북한의 재 남침 기도를 좌절시키고 틈만 나면 간헐적으로 진행돼온 온갖 형태의 도발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경제발전도 가능했으며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이다.
고난의 민족사에서,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마다 커다란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위훈을 세운 우리 군은 이제 국민의 성원 속에서 21C 선진강군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제를 필자는 시급한 것만을 중심으로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 군은 무엇보다도 확고한 대북관과 정신무장으로 북한을 주적으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좌편향교육으로 흔들리는 대북 환상을 갖기도 하는데 군은 이러한 환상을 불식시키고 장병의 정신교육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북이 나쁘다는 식이 아니라 왜 우리체제가 우월하고 민족사적 정통성이 있는가를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둘째, 군 조직을 더욱 효율화하고 정예화하며 유사시 백전 필승하도록 교육과 훈련의 질을 높여야 한다. 평소 양질의 강도 높은 훈련이 전시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셋째, 군의 재래식 전력뿐만 아니라 첨단, IT관련 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북의 침략은 육, 해, 공군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들 간의 전쟁은 이미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가 아닌 사이버전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 총성 없는 전쟁에서, 특히 대북 사이버전에서 우리 군을 방어하고 적의 사이버 망을 교란 무력화시키는 각 종 사이버 병기의 개발과 요원의 양성이 절실하다 하겠다.
넷째, 군과 국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군과 국민이 하나 되는 새로운 민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과거 여러 가지 상황으로 군민관계가 소원하였다면 이제 군과 국민은 정서적 공감대를 확대하고 소통의 면을 넓히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군사비밀에 크게 저촉되지 않고 군의 활동에 장애를 주지 않는 한 군은 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왜냐하면 물을 떠난 물고기는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군 65주년 , 그 간 우리 군은 민족사에 너무도 혁혁한 공을 세우며 성장해 왔다. 자랑스러운 군에게 무한한 축복과 영광이 있고, 국군장병 한사람, 한사람에게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는 바이다.(konas) 출처: 월간자유
유영옥 (경기대교수, 국가보훈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