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다 내음 맡으며 테니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은 곳이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시도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가다가 화물터미널인터체인지 쪽으로 빠져 삼목 선착장으로 가면 옹진군 시도에 갈 수 있는 배를 탈 수 있다. 배 타는 시간은 단 10분. 서울 성산대교에서 섬까지 들어가는데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가장 가까이 서울 곁에 있는 자그마한 섬이다.
우리나라 자연의 보물인 서해안 갯벌, 바다와 하늘 그리고 섬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 그리고 시도 인근 신도 모도 장봉도에서 나오는 굴, 쌀, 김, 천일염, 조개, 포도, 고구마 등등이 식욕을 끌어낸다. 자연의 참 맛, 바다의 깊은 맛을 만끽할 수 있다. 이것만이 시도의 모든 것이 아니다. 섬에는 테니스인들의 삶의 자리인 테니스코트가 있다. 그리고 테니스를 중심으로 섬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서로 확인하고 있다.
첫날 오전: 시도 도착
설 연휴를 끝내고 시도를 찾던 날. 자유로를 지나 인천국제공항 길을 가는데 오전 9시임에도 짙은 안개로 시계가 10m도 되지 않았다. 이러다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날씨 탓에 승용차 뒷 자리에 있는 카메라는 무용지물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구름을 뚫고 삼목 선착장에 도착하니 세종해운에서 운행하는 배는 바다 한 가운데 있으면서 도통 움직일 줄 몰랐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은 안개로 아스라히 윤곽만 보인다. 섬에 들어가려는 차량 행렬이 길어지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카페리가 큰 입을 열어 자동차들과 사람들을 받아 들였다. 바다를 갈라 섬에 도착한 시간은 불과 10분.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의 표지판을 따라 가다 테니스코트를 찾았다. 겨우내 눈과 추위를 코트는 섬세한 관리자의 손에 뽀송뽀송한 채 한가로이 때이른 봄 볕을 쬐고 있었다.
코트 휴게소에서 나와 반갑게 손을 잡은 이는 장광현 선생님. 인천 영화여상에서 20년간 교직 생활을 하고 아내의 고향인 시도에 7년 전부터 정착한 이다. 1월 22일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에서 1박2일로 진행된 단식운영위원회 랭킹시상식에서 한 방을 쓴 인연으로 섬을 소개 받았다.
장광현 선생은 섬에 정착한 뒤 우연한 기회에 문화관광해설사를 하게 되었고 테니스가 좋아 클럽을 조직하고 오전에 동호인 무료 레슨과 오후에 초등학교 4~6학년에게 자원봉사로 테니스를 지도하고 있는 테니스 전도사다. 장광현 선생은 섬을 찾는 이들에게 신석기시대부터 주거해 온 섬의 유래와 남겨진 이야기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변한 섬의 사는 풍경을 소개한다.
실력 별로 나뉘어 뭉치지 않는 일부 테니스인들을 모아 클럽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초보자들에게 테니스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전교생 36여명에 불과한 공항초등학교 신도분교 학생들 가운데 희망자를 받아 평생 취미가 될 수 있는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옹진군민들이 주는 모범 군민상을 받는 등 섬 사람들의 삶을 농도 짙게 만들고 있다.
전교생 36명의 초미니 학교인 공항초등학교 신도분교 학생들 가운데 테니스를 하는 학생들(왼쪽부터 이민영 고유성 고종문 조예은 홍아름 이한나)과 장 코치
첫날 오후: 어린이 테니스 교실과 섬 일주
해물 그득한 냄비로 점심 식사를 마칠 무렵 코트에 온 학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저희 코트에 왔는데 선생님 어디 계세요?” 레슨을 해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테니스를 가르쳐 달라고 간청하는 경우도 있나 하면서 코트로 복귀했다. 4명의 고만고만한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고 한 어린이는 심판대에 올라가 점수판을 넘기는 등 테니스를 제대로 하고 있었다. 바다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테니스를 즐기고 있었다. 장 선생의 포핸드와 백핸드, 런닝 포핸드, 발리 레슨이 즐겁게 이루어진 뒤 게임을 하고나서 집으로 제각기 헤어졌다.
아이들의 레슨이 끝난 뒤 시도 섬 관광에 나섰다. 면적 2.538 제곱 킬로미터의 자그마한 섬에는 슬픈연가 드라마 세트장, 풀하우스 드라마 세트장 등이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봄, 가을로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들이 문전 성시를 이룬다는 것이다.
배미꾸미 해변에는 조각가 이일호씨가 ‘사랑과 죽음’에 관한 주제로 흥미로운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동서와 남북으로 불과 수 킬로미터에 불과한 곳을 산책 삼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섬은 자그마했다. 섬에 있는 것도 있는 것이지만 섬에서 바라 본 강화 마니산 산세와 인근 섬들을 보는 것도 색다른 맛을 연출한다. 제주 올레길이 그렇듯이 시도의 해안을 따라 난 길을 쫓아 둘레길을 돌다 보면 어느새 섬과 하나가 된다.
섬 일주를 하다 테니스코트를 보니 단식을 하는 동호인들이 있어 어울려 복식 경기를 했다. 육지로 가는 배가 오후 6시쯤 끝난다는 것을 알고 테니스를 하니 더없이 마음이 편안했다. 더욱이 멀리 하늘에는 아시아, 유럽, 대양주, 미주 대륙을 향해 날라가는 비행기가 2~3분 간격으로 날라가 정취가 그지없다. 하늘에는 비행기가 떠다니고 바다에는 배가 오가는 가운데 즐기는 테니스의 맛.
첫날 밤: 생 굴과 바지락 배추국 그리고 클럽 탐방
저녁 식사와 잠자리는 펜션을 운영하는 장 선생에게 신세를 졌다. 시도 펜션 1호인 시도민션은 시설은 펜션에 가깝지만 가격은 민박 수준이라며 ‘시도민션’이라는 상호를 지었다. 그리운 친구들 불러 이야기나 나누자고 지은 펜션 건물인데 펜션이 거의 없던 3년전 여름내내 펜션을 못 떠날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 건물 지은 것은 후회한 적이 있다고 한다. 각설하고. 저녁 밥상은 장봉도 무염산 김과 시도 해안에서 잡은 생 굴, 바지락 듬뿍 넣은 배추국으로 차려졌다. 콘크리트 벽 도시에서는 도저히 만끽할 수 없는 진미로 채워진 상을 받았다. 바다의 맛을 뒤로하고 섬의 유일한 테니스클럽인 북도테니스클럽(시도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옹진군 북도면 시도리로 되어 있어 시도클럽인 아닌 면 전체를 아우르는 북도면 이름을 클럽 이름 앞에 붙였다) 회원들이 기다리는 코트를 찾았다.
북도면테니스클럽 회원들(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이만수 회장. 80년대 초 중동 공사현장에 있을 때 더위와 싸우며 테니스를 배웠다고 한다)
하늘에는 라이트를 단 비행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정해진 코스로 날고 있는 것을 빼고 밤하늘은 바다 색깔과 하나가 되었다. 북도면 유일의 테니스코트 2면은 조명으로 밝게 비쳐지고 있었고 제각기 일터에서 일을 마친 회원들은 하나 둘씩 코트로 모여들어 테니스로 하나가 되었다.
2004년 8월에 8명으로 시작한 북도테니스클럽(회장 이만수 총무 장광현)은 몇 안 되는 섬 인구 속에서 30여명의 회원을 가진 클럽으로 성장하였다. 섬에는 축구와 테니스 두 종목의 클럽이 있는데 테니스가 활발한 편이라고 한다. 애초 1면의 코트로 운영되다가 옹진군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협조로 1면을 보태 동호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주중 매일 저녁 테니스를 하는 회원들은 주말에는 서울, 인천, 경기에서 섬을 찾은 테니스인들에게 코트를 양보한다. 섬에서 테니스를 즐긴 뭍사람들은 테니스 볼이나 용품 등을 내놓으면서 섬 사람들의 배려에 답례를 한다. 월례대회 펼침막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짝 맞추어 게임을 한 회원들은 정확히 밤 9시가 되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필자도 별 빛을 길잡이 삼아 잠자리인 시도민션으로 향했다. 저녁 6시 이후배를 타고 뭍에 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무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 곳에서 두고 온 가족도 머리 속에 맴돌던 일 어느 하나도 생각이 연장되지 않았다. 아하! 섬 생활의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둘째날 새벽 아침 동틀 무렵 새벽 바다를 찾았다. 일몰 방향 바다임에도 어둡지 않았다. 그런 탓에 인천공항에서 새벽부터 날아 오르던 국적을 알 수 없는 비행기들이 먼 하늘에서 점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낙조 때 해 사라지듯 비행기는 쉴 사이 없이 큰 물체로 다가오다 좌회전으로 방향을 휙 틀더니 점으로 사라졌다. 어느덧 등 뒤의 떠오르는 태양이 섬을 비추고 바다를 비추며 아침을 맞았다.
사골 떡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느즈막 배에 올라탔다. 오는 길에 외진 섬을 찾아 왔음에도 접대가 소홀했다는 인사를 몸에 받고 손에는 집에 가서 맛만 보라는 생굴 한 봉지를 받은 채. 오는 길에 바닷가에 있는 테니스코트에 눈을 돌리고 나즈막한 등성이의 섬의 자태를 눈에 담았다.
배를 타고 삼목 선착장에 도착하자 마자 인천공항에서 나오는 자동차들이경주하듯 꽁지를 내 뺐고 그 자동차 행렬에 실려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로 무장한 도시에 숨어 들었다. 인간은 개발이다 인간의 편리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배반하지만 시도의 곳곳의 갯벌과 멀리 보이는 마니산 산세처럼 자연은 결코 인간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으면서 서울에서 가까운 테니스 여행지가 늘 존재하기를 기대한다.
시도는? 인천항에서 북서방향으로 18km, 강화도 남쪽 5km 바다에 있는 시도는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오래된 살 터다(예전에는 살 거(居)자를 써서 거도라고 했다). 가구수 151가구, 면적은 2.538제곱킬로미터. 테니스코트 2면
*가는 길 승용차: 영종대교 지나 화물터미널방향(신도,장봉)으로 빠져나와 5km 직진 후 우회전(삼목 선착장). 선착장에서 세종해운 이용(차량 수송 가능, 문의 전화 032-884-4155, 첫 배 7시 10분, 막 배 18시 10분, 운행 간격 1시간 )해 10분 뒤 신도 선착장 도착. 신도 선착장에서 연육교를 이용해 시도로 이동(3분)
대중교통 운서역(인천공항철도)에서 시내버스 710번 이용해 삼목 선착장 도착
먹을 거리 해물탕 하는 진미식당(032-751-6928) 등 다수
쉴 곳 시도민션(032-752-5427) 등 펜션과 민박 100여 곳
활동 테니스, 갯벌체험, 갯바위낚시, 자전거 투어링, 낙조 감상 등
여행과 테니스 문의: 장광현 문화해설사 (011-894-9701)
글 사진 시도=박원식 사진과 취재 편의 제공 장광현 옹진군 문화관광해설사 회장
시도민션에서 바라본 낙조. 시도 앞바다 감투봉 옆으로 해가 지고 있다. 취재 중에는 날씨가 흐려 이러한 석양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지난해 여름 석양을 장광현 문화해설사가 촬영했다)
시도민션 유리창
세종해운이 운영하는 카페리를 이용해 섬에 닿는다(차량 1대당 왕복 2만원, 승객은 1인당 왕복 3600원)
싱싱한 자연산 생굴과 해물탕. 인천공항 건설과 주변 개발로 물 흐름이 바뀌어 굴과 바지락 조개가 강화도 쪽 바다로 달아나 시도 갯벌에서 채취가 여의치 않다
천안대 이일호 교수가 바닷가에 설치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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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 아내에게 이 글을 보여주고 고문에게로 달려가서 소개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곧 찾아뵙겠습니다.
일출총무 김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