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요셉샘 순례이야기
'쉰밥빨기'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할 수 있다. 가난했던 시절 걸식으로 가져온 쉰밥이라도 먹어야 할 형편이 되면 개울물에 빨아서 다시 데펴먹었다. 시기도 지나고 시대도 바뀌니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비슷한 모습을 담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 그가 누구인지는 차츰 알게 될 것인데, 그가 품은 순례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것은 시기도 지나고 시대가 바뀐다 해도 한결같은 마음 때문이다. 여전히 '쉰밥빨기'의 마음으로 가난을 실천하고 생태를 살아내는 모습 안에 지구와 우주의 미래가 맑고 밝다. 그를 통해 최근에 만나게 된 조합도 무척 흥미롭다. 고사부리. 이렇게 말하면 무슨 말인가 하지만 고부 하면 지명이 떠오르고 동학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곳이다. 이미 국가문화유산인 사적으로 된 이곳은 동학의 역사만큼이나 그리고 지역의 과거만큼이나 오명의 흔적으로 묻혔다. 버림받고 외면당한 그곳을 한 의사가 갔다. 서울의 내로라하는 병원에서 일하던 그가 자처하고 연고도 없는 그곳으로 내려간 것도 희한한 일이지만, 양의가 토종식물과 야생식물을 연구하는 것도 신비한 일이다. 그런 그와 앞선 그의 만남의 접점이 그나마 생태인 것은 어렴풋하게 알겠는데, 도대체 고사부리성과는 무슨 연계고리일까. 없다고 하면 없다. 있다고 하면 있고. 이런저런 파편조각을 모아 스토리를 전개하면 사깃꾼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견강부회라고 웃음을 사기도 한다. 그럴싸하거든. 하지만 사기가 아닌 잊혀진 것을 들추어내는 것이 내 작업이다. 잊혀졌던 고사부리가 어떻게 발굴되고 드러나며, 그리고는 마침내 들풀들과 들꽃들로 활짝 피어오르는지는 차츰 풀어가면 알게 될 것이다. '요지'임은 분명한데 '또 오지랖'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조심스러웠던 그곳이 '내 일'과도 무관하지 않음도. 이 무슨 섭리[攝理]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