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이좋아]

한라산(漢拏山1950m)

<중문단지부근 16번 도로에서 바라본 한라산>

 국립공원 한라산은 봉래 금강산, 방장 지리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신령한 산이라는 뜻을 가진 영주산(瀛州山)으로 불려 지다가 운한가라인야 (雲漢可拏引也)라 해서 한라산에 오르면 구름과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한라산(漢拏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592년과 1597년 두 차례의 화산폭발이 있었다고 전하는 휴화산으로 정상 백록담(白鹿潭)을 비롯하여 산굽부리 분화구(천연기념물 제263호) 등 360여개의 오름(寄生火山)을 거느려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현무암이 분출된 산으로 배수가 잘되는 토질이라. 비가 오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강이 없는 제주도에 한라산은 거대한 천연 저수지가 된다. 영실기암오백나한상(靈室奇巖五百羅漢像)을 비롯 정방폭포(正房瀑布),천지연폭포(天地淵瀑布), 천제연폭포(天帝淵瀑布)가 있고 협재굴(狹才窟), 산방굴(山房窟)이 있어 제주는 한라산이고 한라산은 곧 제주이다. 그러므로 물 건너 고을 제주도 사람들은 한라산에 기대어 한라산의 물을 마시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한라산의 덕을 보고 산다. 조선시대에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유배지로서 최익현 등 수백 명이 유배되기도 했다.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다양한 식생으로 이국적인 풍경은 탐라 제주의 자랑이다. 구상나무 군락지와 주목군락지, 누운 향나무, 그리고 비자 림(榧子林),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감귤나무 해안선을 따라 자생 란과 선인장등이 높이에 따라 아열대, 온대, 한 대림이 공존하는 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봄에는 털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다양한 야생화,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아 한라산은 전국 최고의 설경을 보여준다. 해양성기후에 산은 높아 기상변화가 매우 심하여 산에 오를 때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은 한라산은 청명한 날에는 광주 무등산, 영암 월출산, 해남 두륜산, 장흥 천관산에서도 이산을 볼 수 있다.

털 진달래로 丹粧한 太古의 神秘가 묻어나는 山上花園

<병풍바위 부근에서 바라본 영실기암>

 영실입구주차장(1280m)이다. 09시30분, 6시간 예정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한라산의 계곡은 대부분 비가 그치면 말라버리는 건천인데 드물게도 계곡물이 흐르는 영실계곡이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관목지대 숲이 좋은 계곡을 따라 오른다. 신령한 기운이 감돌고 안방같이 아늑한 계곡을 뜻하는 영실계곡(靈室溪谷)을 건너 비탈길을 오르다보면 영주 10경의 하나인 천태만상의 영실기암(靈室奇岩)과 병풍바위가 펼쳐진다. 이곳에도 불교적인 색체가 짙다. 영실기암은 부처의 제자 오백나한(五百羅漢)이란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탐라(耽羅)라는 이름도 불교적이지마는 영실기암에서 내려다보면 불래 오름(佛來岳11362m)이 건너다보이는데 이 이름도 석가모니 부처가 다녀갔다는 불래악(佛來岳)에서 연유되었다는 설이 있다.

<병풍바위 오름길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저 멀리 산방산>

 병풍바위(1656m)다. 여기까지 지천으로 피어나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철쭉들이 만개했다. 여기서 바라보는 영실기암(靈室奇岩1656m)과 불래 오름을 비롯한 여러 오름들과 그리고 저 멀리 산방산까지 풍광이 빼어나다. 영실기암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기암에 그늘이 지는 오전보다는 햇빛이 드는 오후가 좋다. 미녀의 팔등신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린 능선들에는 수다한 오름들이 붕긋붕긋 솟아 올랐다. 이곳까지 철쭉이 만개했다. 6월10일 경이면 철쭉군락지까지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풍바위에서 부터는 구상나무 군락지가 이어지고 군락지를 벗어나니 윗세 오름이 보이는 1600m의 산상의 화원 드넓은 아고산 평원지대에는 지금 한창 털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좋다는말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 참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따름이다.

<선작지왓 전망대에서 바라본 만세동산과 사제비 오름>

<선작지왓의 털 진달래 군락지>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마냥 뛰어다니다가 윗세 오름 곁에 있는 윗 세족 오름 선작지왓(立石田的)전망대에 올랐다. 윗세족 오름이란 저 아래 1100고지 세 오름보다 윗 쪽에 있다 해서 윗세 오름(1712m)이다. 백록담 화구벽아래 선작지왓의 고산평원과 만세동산(萬歲東山1604m), 불래오름 등 수다한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털 진달래와 산철쭉군락이 펼쳐지는 산상의 화원이다. 여기서 백록담 화구벽이 올려다 보이고 한라산 남서부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만세동산등 한라산 서부지역과 동남으로 눈을 돌려 손바닥처럼 펼쳐지는 산상의 화원 아래로 서귀포 시가지가 내려다보았다.

<선작지왓의 털 진달래 군락지>

<선작지왓의 털 진달래 군락지>

 전망대에서 내려와 노루 샘이다. 육식동물이 없는 한라산에는 노루, 말, 사슴 등 초식동물의 천국이다. 한라산은 화산으로 생성된 토질이라 비가 오면 빗물이 곧장 땅속으로 스며들어 거대한 저수조가 되어 강이 없는 제주에도 물 걱정을 안 하고 산다. 그러나 비가 그치면 계곡에 물이 없어 목마른 사슴이나 노루들이 목을 축이던 샘, 그래서 노루 샘이다. 대개 산행정보에는 물이 귀하니 식수는 필히 준비하라고 강조하지만 오늘은 노루 샘에 물이 철철 넘친다. 고도가 높아 햇볕은 따가워도 후덥지근하지 않아 가진 물병은 그대로인데 물맛을 보려고 이 샘에서 물 한바가지를 단숨에 주-욱 들이켰다. 여기서 조금 오르면 윗세 오름 대피소이다.

<백록담 화구벽 서벽풍경>

 윗세 오름 대피소(1700m)이다. 백록담분화구 서벽이 올려다 보이는 곳, 예측을 불허하는 한라산의 특성상 기상악화 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피소이다. 영실휴게소 3,7km,어리목산장 8,6km, 남벽분기점 2km이다. 11시다. 산행을 하다보면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다. 먹고 싶을 때가 식사시간이다. 아침은 전복죽으로 때우고 준비해온 간식으로 조금은 이르지만 여기서 휴식 겸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화구벽 아래를 우측으로 돌아 방아오름(1656m) 능선을 넘어 또 하나의 드넓은 진달래평원을 만났다. 화구벽과 진달래평원을 번갈아 감상하며 서귀포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윗방아 오름 전망대가 있는 방아오름 샘이다.

<백록담 남벽 분기점에서 바라본 남벽풍경>

 남벽분기점이다. 한라산 등산로는 산의 크기에 비하여 등산로가 단순하여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곳은 1시간 거리 백록담 오르는 길과 시계방향으로 돌아 장구목이로 통하는 길이 있었으나 지금은 자연휴식년제 적용구간으로 폐쇄된 상태다. 돈내코 등산로도 최근에 개방되어 아직도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윗세 오름 방향과 거리 7km의 돈내코 등산로 입구 주차장방향 갈림길이 있다. 한라산은 동서로 완만하고 남북으로 급경사를 이룬다. 지형도상에는 이 지역은 급경사로 보이나 실제는 완경사다. 이제 오늘 산행거리의 절반을 넘게 왔고 지금부터는 하산 길 내리막이다. 오늘은 비교적 좋은 날씨에 지금까지 지나온 길 만으로도 흡족한 산행이다. 여기서 면암 최익현 (勉庵 崔益鉉1833~1906)선생의 시나 한수 읊어보고 가자.

別刀鎭乘船(별도진승선)

縹緲靈山不受塵 (표묘영산불수진) 저 표묘한 한라산 티끌하나 없는데

鹿潭靈室渡頭新 (록담영실도두신) 백록담 신선의 방은 처음부터 새롭구나

纍迹雖慚仁智樂 (류적수참인지락) 나 같은 신세 산수를 즐기는 낙을 알랴만

庶能誇我遠遊人 (서능과아원유인) 여러 군데 먼 곳을 유람했다고 자랑하리라

<넓은 드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 방아 오름>

 돈내코 상류계곡을 건너 넓은 드르 전망대이다. 백록담 분화구남벽과 방아오름 일대와 돈내코 상부가 유감없이 펼쳐져 조망이 좋다. 털 진달래 군락지를 내려서니 속칭 돈내코 대피소로 불리는 평지궤대피소(1600m)가 있다. 얼핏 군용 지하벙커 같다. 전망대 구실을 하기도하는 평평한 옥상 한가운데에 환기구가 있고 문이 열려있는 실내에는 의자가 놓여있고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듯했다. 한라산 등산로에는 대개 100m 단위로 고도 표시가 되어있는 특징이 있다. 이 일대는 서귀포 시가지의 뒤쪽이 되는데 한라산에서 지표면으로 스며든 빗물은 거대한 천연저수조가 되어 강이 없는 제주에서도 물 걱정을 안 한다. 한라산의 3대 폭포인 천제연폭포(天帝淵瀑布), 천지연폭포(天地淵瀑布), 정방폭포(正房瀑布)등은 모두 서귀포 시가지를 지나 해안선에 위치한다. 그중에 정방폭포는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진다.

<천제연 제1폭포>

<천제연 제2폭포>

 이제부터 다양한 수종의 제법 숲이 좋은 길이다. 관목지대를 벗어나니 아주 속 시원한 산 기슭이 펼쳐지고 서귀포 시가지가 가까이 내려다보인다. 곧장 돈내코 등산로입구 주차장이 400m 거리다. 내려서 가까이 50여 미터 거리로 좁혀지자 주차장에서 나를 태우러 온 아내가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14시50분, 5시간20분 만에 부부 상봉이다.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나는 걸어서오고 아내는 차를 끌고 왔다. 어느 쪽이 더 힘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서로가 조금은 서로를 걱정을 했었는데 정확하게 주차장을 찾아온 것이 반가운 모양이다. 나도 손을 번쩍 들며 아! 당신 잘 찾아왔네! 하고 화답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늘 혼자만 산에 다닌 것이 미안해서 오월이 가기 전에 이번에는 부부 동반으로 3박 4일간 일정으로 제주에 여행을 왔었다. 그런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제주에 와서 어디서도 쳐다보이는 한라산 산행을 어찌 아니할 수 있으랴!

<천지연 폭포>

<정방폭포>

 주차장에서 함께 하산하는 남편을 기다리던 어느 부인은 예정시각보다 1시간이 지났는데도 길을 잘못 들었는지 남편이 나타나지 않자 화도 나고 걱정도 되어 산길로 마중을 갔다고 했다. 나는 초행길에도 정확하게 주차장으로 하산했고 6시간 예정했던 것을 40분이나 앞당겨 도착했으니 아내는 은근히 다른 사람과 비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초행길에 찾기 어려울까봐 전날 아내와 함께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답사까지 해두었다. 그러나 주차장 주변지역은 미로 같은 구절양장(九折羊腸) 길이어서 염려를 하기도 했었다. 만약에 주차장을 못 찾아오면 비상수단으로 택시를 부를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계곡피서지로 유원지로 더 유명한 곳, 말만 듣던 돈내코(頓乃克), 오늘 소원을 풀었다. 산행으로 하루를 보낸 것이 미안해서 여행 일정을 하루 더 늘려야겠다.

<돈내코 등산로 주변의 풍경>

 오늘 아름다운 소풍 끝내고 주변을 한 바뀌 돌아보며 심온 천상병 (深溫 千祥炳1930~1993)시인의 귀천을 노래해 보았다.

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귀어천혜) 我歸於天兮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신광래촉즉산지) 晨光來觸則散之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여기로어수지수) 與其露於手摯手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귀어천혜) 我歸於天兮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여하채공유양인) 與霞彩共惟兩人

저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소요어록운수규) 逍遙於麓雲手叫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귀어천혜) 我歸於天兮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미려차세종소풍) 美麗此世終逍風

가서 정말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거이장왈진미의) 去而將曰眞美矣

 오늘 행로는 영실휴게소 주차장~병풍바위~윗세오름~ 윗세 오름 대피소~윗 방아 오름(방아 오름 샘)~ 남벽 분기점~넓은 드르 전망대~평지궤 대피소~ 돈내코 등산로 입구주차장, 거리 13km, 시간 5시간20분이다.

2013년 5월20일 화요일 맑음

[먼산]

겨울 한라산이 좋아서 몇번갔는데 이맘때도 좋네요 !
특히 사진이 시원시원합니다
렌즈가 뭔가요 ? 광각랜즈를 쓰셨나요 ?

[산이좋아]

한라산은 잘 아시다시피 설경을 제일로 치고요,
털 진달래가 지고 나서 6월10일경 만개하는 철쭉도 좋습니다.
저의 카메라는 시중에 흔한 디카로 별도의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은 기계와 기술, 그리고 날씨 등 3박자가 맞아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겠지요.
저는 기계도 기술도 아니고 날씨 덕을 조금 보았다고 할수 있습니다.
고가의 카메라는 저같은 등산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바위에 오르 내리다 여러 개를 부셔 먹었거든요.

[琴堤]

저도 한라산을 무려 열시간이나 걸려서 다녀왔습니다.
봉화 환경농업대학 졸업여행으로 농업전문가들과 좋은시간이였습니다.
제가 고생고생했지만 추억이 남았습니다.
건강하여 산행을 즐긴다는것은 감사할 일입니다.
그래도 언제나 대비하시고 안전하게 산행하세요.

[산이좋아]

예.기회란 항상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산행 초보일 적에는 뛰어 다니기도 하고 자연을 감상할 겨를이
없이 다녔으나 지금은 두 다리도 오래 써 먹기위해 아껴가며
산행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