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관이 많아 시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상수도를 위탁해 해결해야 합니다<찬성측>, 수공의 도움없이도 매년 꾸준히 유수율을 높여온 만큼 자체적으로도 대안을 찾아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반대측>”
지난 13일 오후 4시 시청 강당에는 주말 늦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수도 위탁운영에 대한 시민 공개토론회가 개최돼 토론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우리고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위탁추진 찬성측인 영주시와 반대측인 상수도 위탁반대저지위원회가 공동으로 연 이날 토론회는 찬성측 인사로 석웅수 수도사업소장과 최길현 경북전문대 토목과 교수가, 반대측 인사로는 장경욱 동양대 교양학부교수와 이형철 신부(다미안의집)가 각각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는 이도선 동양대 교수가 맡았으며 양측의 진행 방식 합의에 따라 찬반양측 패널의 10분씩의 주제발표후 찬반 양측 각 5명의 시민이 돌아 가면서 질의를 받고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가져왔던 주민설명회와 공청회에 이은 것으로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영주 상수도의 수자원공사 위탁에 대한 다양한 제안과 의견수렴을 통해 주민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위탁추진 시군에 정부인센티브 VS 수공, 정부 평가받는 영리기업
찬성측 패널로 참석한 석웅수 수도사업소장은 상수도 위탁 추진경과와 위탁의 필요성에 대해 집중적인 설명을 펼쳤다.
석 소장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시설개선을 위한 예산을 집중 투자함으로써 위탁 7년차에 유수율을 현재 54.3%에서 80%까지 달성할 수 있다”며 “가흥정수장 시설확장 사업비 278억 원과 누수량 절감비용 86억원 등 향후 20년간 총 750여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철저한 수질관리 및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다양한 고객서비스 제공을 통해 3년 이내 주민만족도를 10%이상 향상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부는 위탁추진 시군에는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규모가 영세한 지자체에 자율적인 구조개편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청 공무원 460여 명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가 위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전문가와 대다수 시민들이 요금만 안오른다면 위탁에 공감하고 있다”며 “상수도 문제는 영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고 (수공에 위탁없이)이대로 간다면 오히려 요금인상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했다.
반대측 인사로 참석한 이형철 신부는 상수도 민영화와 관련해 국내 지자체의 수공위탁 문제점과 기업에 맡겨진 세계 도시들의 물 분쟁 등을 담고 있는 MBC 프로그램 ‘시사매거진2580(지난 6월 방영분)‘을 상영하면서 “우리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공이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정부로 부터 수익평가를 받아야 하는 영리 기업인 만큼 수도요금 인상을 막을수 있겠느냐”며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요금인상에 대한 의문을 피력했다.
또,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수공 위탁을 중지하고 노후관 교체나 유수율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왜 또 여나' VS '근본 문제 외면‘ 위탁 당위성만 주장
이후 진행된 찬반 양측의 시민질문에서 찬성 주민들은 “이미 공청회와 주민설명회도 했고 방송토론까지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새삼 스럽게 다시 토론회를 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토론회 개최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또, “위탁하면 지방 교부세가 내려오고 요금 인상 부분은 시민들에게 큰 이익이 돌아가고 시급한 노후관 개체는 물론 읍면 지역에서 상수도를 공급 받을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측 주민들은 “수공이 상수도를 맡은지 불과 4년밖에 되지않기 때문에 십수년을 상수도 업무를 맡아온 수도사업소 보다 더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의문을 피력한 뒤 “물에 대한 상품화 등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탁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조목조목 반대의견을 펼쳤다.
이들 반대측 주민들은 또 “이미 위탁이 시행되고 있는 일부 시군에서는 수도요금은 오르지 않았지만 수탁단가는 조금씩 오르고 있으며 이는 시민들의 혈세”라고 주장했으며 “최근 2년간 자체적으로 노력해 유수율이 높아졌는데도 통계에는 누락시킨 채 고의적으로 누수율을 높여 위탁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시측을 비난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일반 주민들은 찬성측의 경우 공무원과 새마을 단체 등 관변단체 인사들이 주를 이뤘으며 반대측은 전교조, 농민회, 민주노동당, 철도노조, 주민자치연대 등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대조를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2시간이 넘는 토론시간 내내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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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측 패널 위탁의지 재확인 VS 물은 권리, ‘수공이 지켜줄지 의문’
마무리 발언에서 찬성측 패널로 참석한 최길현 교수는 노후관을 여러개 보여주며 “영주시의 유수율이 54.3%여서 100톤의 물을 생산하면 절반은 누수가 된다”며 “한때 수공위탁을 반대했지만 조사하고 공부를 하다보니 그 심각성이 눈에 보여 찬성으로 돌아섰다. 빨리 노후관을 교체해 좋은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 사업소장도 “물은 매우 중요하다. 위탁이냐 직영이냐 어느 것이 현실적으로 더 좋은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수공에 위탁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위탁 의지를 재확인 했다.
하지만 반대측 패널로 참석한 장경욱 교수는 “한미 FTA가 곧 체결되고 남은 것은 이제 유럽과의 FTA협상”이라며 “유럽과의 FTA는 공공재도 상품화할 수 있는 요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어 후손들에게 영향이 있는 만큼 너무 급하게 결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위탁 결정에 대한 신중을 요구했다.
이형철 신부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물은 공공재이고 충분한 물을 먹을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수자원공사와 같은 영리기업이 이를 끝까지 지켜 줄지 의문”이라며 “상수도의 수자원공사 위탁은 인간의 준엄한 권리인 생명권이 지켜질 것이냐 아니냐의 중요한 문제”라며 위탁 추진 중지를 요구했다.
▶남은 과제 및 전망
한편, 시는 이미 지난해 수자원공사와 상수도운영 효율화를 위한 기술진단 MOU를 체결한후 업무진단을 받았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수도 업무 중 시설개선과 운영관리, 고객 및 요금관리를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할 계획으로 현재 의회의 승인절차만를 남겨두고 있지만 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인해 위탁추진이 지지부진해 지고 있다.
시의회는 수자원공사 측이 마을 상수도 병행 위탁, 수도요금의 7차년도부터 인상 적용, 체납액의 수탁기관 전담, 상수도 분야 종사 직원의 고용전환에 따른 요구조건 수용 등 4가지의 시의회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위탁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또, 위탁 저지 시민대책위도 물값 인상과 수자원공사의 민영화 등을 이유로 위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찬반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