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찹쌀떡
긴~긴 겨울밤이면
어디선가 ‘찹쌀떡!’하는 소리 메아리친다.
늦은 밤 출출한 시간에
찹쌀떡 사라는 소년의 외침은
어쩌면 기다려지는 반가운 목소릴게다.
나는 떡 팔러 다니던
베테랑급 노하우가 있다.
어린 소년도 아닌 성년의 나이에
떡 장사는 격에 어울리지도 않겠지만
내 운명에 그런 팔자가 끼여 있었는지
떡 장사를 꽤나 오래했었다.
그것도 전국구로 뛰면서
대천해수욕장에서 출발한게
서울장안으로 무대가 이어졌고
멀리 강원도 속초, 양양까지
그리고 경상도 하동 땅에서
어디 그뿐이랴!
열차를 타고 순천까지 누볐던
실로 아찔한 추억이 아련하다.
떡 장사에서 힛트를 쳤던 건
‘맹감 떡’과 ‘당고’였다.
당고란 맷떡에 팥고물 입혀 요지를 꽂았다.
그게 맛이 멍청하리만큼 달콤하여
하나 먹어보면 너 댓개는 기본이였다.
이게 고객을 불러다주는 최대 강점이다.
학생들 수학여행 철이면
무더기로 몰려드는 호기가 된다.
‘기회는 이때다!’ 하고
서너 명한테만 꽁짜로 던져 주고나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벌떼처럼 달려들어 순식간에 동을 냈다.
남들 한통 붙들고 하루 왼종일 팔던 걸
나는 설악산으로 낙산사로
택시를 타고 서 너번씩 뛰었으니
장사치곤 짭짤한 재미라 아니할 수 없다.
요즘 눈 내리는 하얀 밤이면
저 멀리서 ‘찹쌀떡!’ 하고
외쳐대는 소년 어디 없나 기다려지고
나 또한 긴 긴 겨울밤에
어린 소년 되어 찹쌀떡을 외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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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의 찹쌀떡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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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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