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이 내게 부처가 되라고 한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통닭을 먹으러 전기구이 통닭집에 갔더니 뜨거운 전기구이 오븐 속에 가부좌하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통닭이 내게 부처의 제자가 되라고 한다 부다가야에 가서 높푸른 보리수를 향해 엎드려 절을 해본 적은 있지만 부처의 제자는커녕 부다가야의 앉은뱅이 거지도 될 수 없는 나에게 통닭은 먼저 마음의 배고픔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어머니를 죽이고 아내를 죽이고 끝내는 사랑하는 자식마저 천만번을 죽이고 이 화염의 도시를 떠나 부다가야의 숲으로 가서 개미가 되라고 한다 나는 오늘도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진 돈이나 주우려고 떠돌아다니는데 돈과 인간을 구분하지 못하고 부동산임대차계약서에 붉은 도장이나 찍고 있는데 사랑하는 모든 것은 곧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며 플라스틱 쟁반 위에 목 잘린 부처님처럼 가부좌하고 나오신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
----------- 정호승 1950년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서울의 예수』『새벽 편지』『별들은 따뜻하다』『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이 짧은 시간 동안』.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