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관심은 문화탐방에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오를수록 관심이 증폭되지만 고대, 또는 근대문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너무 시대를 거슬러 원시에 이르게 되면 관심은 반감된다.
이보다 더 관심이 적은 건 현대문화이다.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았고, 또 살아가는 현대진행형의 삶이라서 그럴 것이다.
거기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와 홍콩은 다같이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도시 현대화가 이루어진 공통점이 있다.
홍콩에 인류가 출현한 것은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이 점령하기 이전의 홍콩은 단지 소수의 어민들이 살고 있는 해적소굴이었다.
19세기초 영국은 불법적인 아편무역을 통해 홍콩을 손에 넣었다.
1839년 중국 정부가 아편추방운동을 시작하자 아편전쟁(1839∼42)으로 확대되었고, 이후 난징 조약으로 영국에 할양된 후 무역 중심지로 번성했으며,
중국으로부터 수많은 이민을 끌어들였다.
1960년대 산업화는 섬유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었고 1970년대 중반부터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점차 전자, 금융, 무역 등으로 확대되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고 홍콩특별행정구가 설립되어 100여 년에 걸친 영국의 홍콩 식민통치가 막을 내렸다.
주룽반도(九龍半島)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교 사원이 웡타이신(黃大仙)이다.
원래는 중국 광저우(廣州)의 황사에 있었는데 1912년 현재의 장소로 이전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1956년부터다.
‘웡타이신(黃大仙)’은 중국 진나라(AD238년) 때 저장성의 한 지방에서 살던 황추핑(黃初平)이라는 양치기 소년.
15세 때, 정제된 황화수은을 질병 치료 약으로 만들어 인술에 많은 공적을 쌓았고, 그 후에 이 사원은 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신앙처로 알려지게 된다.
여느 사원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소원과 병 치료를 기원하는 제수를 놓고 향초를 피우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나무 ‘산통(算筒)’을 이용해 행운의 점(산통점)을 친다.
일을 그르칠 때 쓰는 ‘산통 깨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 ‘산통점’과 관련해서 생겨났다.
전날과 같이 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좀 일찍 서둘러 '웡타이신 사원(黃大仙, Wong Tai Sin Temple)'을 찾아간다. 황대선(黃大仙)이라고 써놓고 웡타이신(Wong Tai Sin)이라고 읽는다.
이 고층 아파트는 부자들이 사는 아주 비싼 아파트라고 한다.
장상(掌相), 손금을 보는 곳인 듯. 'Palm reading'이라고 쓰여 있다.
웡타이신 사원 입구에는...
가운데에 '색색원(嗇色園 )'이라 적혀있다. '식식웬(嗇色園)'이라고 읽는데, 무슨 뜻일까?
인색할색(嗇), 빛깔색(色), 동산원(園)이니 '색(色)을 삼가는 곳'으로 '여자(女子)를 삼가해야 한다'라는 뜻일까?
안내판을 보니 중국사람들은 색(色)을 재물이나 욕심을 뜻한다고 하니<물욕을 삼가야 하는 곳>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그 위에 웡타이신의 탄생을 봉축한다는 '봉축적송황대선사보탄'과, 그 아래 풍조우순(風調雨順)과 국태민안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다.
풍조우순(風調雨順)은 바람이 고르고 비가 순하다는 뜻으로, 비바람이 순조로워 농사가 잘 이루어져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이 평안하길 기원한다는 뜻.
사원 입구에 청동으로 만든 용(龍)이 여의주를 갖고 노는 듯하지만 해태상이다. 아니 용인가? 용? 해태? 용? 해태?
해태의 코를 만지면 복이 들어온다 하였더니 우리 친구 코를 만지고 있다.
둥근 지구(세상)를 발로 밟고 있는 해태는 수컷이고,
수컷 해태를 밟고 있는 해태는 암컷이라고 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이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라는 말.ㅋㅋ
기둥을 감아 오르는 용의 형상과 칼을 든 사천왕상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모습이다.
십이지신 (十二支神)상 중에서...
아내는 이상한 형상 앞에 섰다. 뭔고 했더니...
에구~ 저 째진 눈과 날름거리는 혓바닥. 배암이다.
나는 여기에 섰다.
커다란 솟을 대문인 패루(牌樓)의 현판에 금화분적(金華分積).
금화는 빛이니 도교의 발생지를 말하고, 거기서 분파한 정통 도교사원이라고 강조한다. 이 사원이야말로 원조란 뜻이 아니겠는가?
중국풍 금빛 기와집이...
적송황선사(赤松黃仙祠). 적송(赤松)은 황대선의 호. 사(師)와 경(經)이 있지만 현판 아래 정중앙에 도(道)가 자리 잡았다.
매케한 연기를 피어올리던 향(香)들의 도열이다. 홍콩의 향은 우리들과 달리 거의 모켓불 수준으로 향긋하지가 않다.
웡타이신 사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주로 기도를 드리는 현지인들도 많다.
화려한 단청의 건축물.
세 성인을 모신 삼성당.
무릎을 다소곳이 꾸부리고, "불을 드립니다."
경당
처사변총(제너럴 오피스).
위선최락(爲善最樂). 선(善)을 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청운 뒤로 당우가 있지만 알 수가 없고....
공자를 모신 '린각(麟閣)'
그 안에 입인지극(立人之極). 논어에 나오는 글귀인가?
린각을 나오니 공도문(孔道門).
린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패루를 빠져 나온다.
버스에 올라...
패키지 여행의 맛(?)을 보러간다. 보이차 시음대 앞에 모두 앉았다.
넙죽넙죽 몇 잔을 마셨고, 다시 보석매장 등 다른 곳에서 정해진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였다.
그리고 찾아간 식당인 '부림황궁(富臨皇宮)'에서 딤섬으로 식사를 할 것이다.
굉장히 넓은 식당과 많은 손님들. 우리와 일정을 함께하는 인천팀들이 건배를 하며 여행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독수리 육형제와 어부인들.
딤섬은 만두의 일종으로 중국 광둥요리 중 하나이다.
밀가루 또는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민 피에 속을 채워 찌거나 기름에 튀겨서 먹는 음식.
광둥에서 만들어지는 딤섬 재료는 온갖 해산물과 고기, 곡식과 채소를 망라한다.
중국에서는 아침 식사로 딤섬을 먹기도 하며, 과자나 간식을 뜻하기도 하고 소량의 음식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즐기는 음식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위백규가 지은 <농가>라는 시조에는 딤섬의 한자어인 점심(點心)이 나오는데, 우리말로는 점심을 말한다.
한국어에서 점심은 낮에 먹는 점심 식사를 의미하며, 딤섬의 한국어 표기는 점심이다. 점심(點心)으로 써놓고 딤섬으로 읽는다.
마무리의 빈 배는 면과 볶음밥으로 채우고, 이제 갈라서야 한다.
네 사람은 선전시(심천 深圳)로 가이더의 안내를 따라 따로 여행을 하고, 우리 5명은 자유시간을 가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호텔로 들어갈 것이다.
스마트폰은 전부 로밍을 차단시켜 먹통이고, GPS도 안된다. 우태진 친구가 들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는 지하철 안내도가 유일한 길잡이.
우리의 동선.
마침 인천팀들이 지하철을 이용한단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 붙었다. 지하철 역까지만 갑시다. 조단역(좌돈참 佐敦站 Jordan Station)이다.
이제 지하철 표를 끊어야 한다.
우리의 임시 가이더 우태진 친구가 티켓팅을 하고...
전철에 올랐다.
조단역에서 메이푸(미부 美孚 Mei fu)역 까지는 7번째 역.
메이푸역에 내려서 환승을 한다. 단디 붙어야 한다. 전화가 되지 않으니 여차하면 홍콩 미아가 된다.
임영준 친구한테 "미아되면 우짤래?" 하였더니 호주머니에서 꾸깃꾸깃 주소를 끄집어 낸다. 보았더니 'L호텔'이라 적혀있다. 똑똑네.
목적지는 메이푸역에서 서철선(西鐵綫 West Rail Line)으로 갈아타...
첫번 째 역인 '취엔완웨스터(전灣西 Tseun Wan West)'역에 내려야 한다.
'취엔'완'웨스터'역에 도착.
역사를 빠져 나오니 높다랗게 보이는 건물.
우리가 묵고있는 'L호텔'이다.
고가도로 밑 '전만공원(취엔완 공원)'으로 들어가니...
공원 바닥에 자리를 펴고 쉬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침에 가이더에게 들었던 동남아(필리핀 등) 가정부들이다.
휴일날 쉬기로 되어있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쉬어야하지만 비싼 물가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이렇게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그렇다고 집에서 쉬기에는 휴일을 맞은 주인과 한 공간에 있기도 그렇고...
인공폭포 앞에서 기념촬영.
공원에서 올려다 보는 <L 호텔 니나 엣 컨벤션 센터>
풋풋~ 실없는 농담을 하며 벤치에 앉아 쉬다가...
호텔로 들어가 잠시 쉬기로 하였다. 우리가 지하철을 탄 동선.
호텔로 들어와 창밖을 내다 보았다. 저 멀리 산 능선을 따라 트랙이 나 있을까?
아까 조단역에서 인천팀들을 따라 붙었으면 '드래곤스 백Dragon’s Back)' 트래킹을 할 수 있었을 것. 시간도 있었으니 산꾼의 아쉬움이 크다.
초보 여행자의 한계다.
조금 쉬었다가 호텔 앞 재래시장으로 나왔다. 한국 버전으로 '양옥도가시(楊屋道街市 Yeung Uk Road Market)'. '영욱 로드 마켓'이다.
식육점에 노출하여 걸어 놓은 고기들. 유동인구가 많으니 이렇게 많은 양의 고기도 금세 팔려 버릴 것.
과일점.
선(鮮)자와 과(菓)자가 적힌 가게는 과일집인 듯하고, 좌측 '승락노인중심(昇樂老人中心)'은 경로당(?)
저쪽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모두 시장으로 내려오는 듯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곳에 가게를 낸다면 무지하게 장사가 잘 되겠지만 가게 임대료가 아주 비싸다고 한다.
빵집을 기웃거려 본다.
좁은 가게에 북적북적.
잘 팔려 나가니 포장도 필요없다.
'항생해미(港生海味)'는 항구에서 가져온 건어물 가게.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할까 하였으나...
여엉 익숙치 않아 포기하고 요것조것 먹을 것을 산 뒤 호텔로 들어 가기로 하였다.
빵집.
'도쿄 스테이션'은 일식집이다.
황해선주가(黃海鮮酒家)는 술집이가?
결국 맥도날드에서 치킨과 감자튀김을 사고, 어묵집에서 어묵을 산 뒤 호텔로 들어왔다.
그래도 소주 맛은 꿀맛.
어묵.
심천으로 갔던 친구들이 돌아오면서 죽엽청주(竹葉靑酒) 한병을 사왔다. 대나무 잎으로 담은 주정도가 45%인 배갈이다.
홍콩의 화려한 밤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4성급 호텔 69층에서...
여행 사흘째, 호텔에서 묵는 마지막 밤, 우리들의 시간은 무르익어 간다.
우리들의 즐거운 날을 위하여...
건 배~
고가의 배갈에다 대선, 화이트, 참이 여러병.
삼삼회 이명학 회장의 즐겁게 다녀오라는 금일봉도 희락(喜樂)에 일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