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했던 대로 5월 12일 축령산 철쭉 축제 기간에 가족캠프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의 가족 나들이와 달리 캠프의 경우, 1박을 해야하고 다음 날 일정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부담감이 있었다.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부터 무엇으로 일정을 채울지도 고민이 많이 되었다.
다행이도 상묵이가 다년간의 캠핑 노하우와 식견으로 첫날 저녁은 화로대에서 고기 굽고 다음날 아침 국거리 정도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주었다.
무거운 부담감에 참가 인원도 확정하기를 유회가 지난 주에 셋째를 출산하여 결국 네 가족으로 진행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이 병환이가 토요일 상묵이와 함께 출발할 수 있다고 해서 과반을 채우게 되었다.
축령산 나들이로 할까 1박 2일 캠프로 할까를 지난주까지 고민했는데, 민수가 텐트 준비하고 1박2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줘서 우리 가족 가운데 은솔엄마가 사랑니를 뽑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인데, 조금 회복 기미가 있어서 캠프로 가기로 했다.
10시 반 축령산 가족 등반, 1시 반 점심식사, 캠프 숙영지인 쉼표하나에 내려와서 텐트치고 캠프준비
다음 날 텐트 걷고 몽골문화촌 탐방후 점심먹고 귀가라는 일정을 대략 세웠다.
아침에 부랴부랴 출발을 해서 축령산휴양림에 도착하니, 민수네도 방금 와서 있었다. 이미 주차장 만차 상태라서 차를 돌려 아래쪽 길가장자리에 주차를 하고, 아이들 데리고 걸어가는데, 경사도 급하고 아이들하고 오르기에는 등산 코스가 거칠고 가파른 상태였다. 그래서 그냥 통나무 집들 주변에 있는 아이들 놀이터에서 머물면서 잣송이 주워서 잣 까서 먹고, 발아중인 잣 모종 구경하고 놀이터에서 아이들 그네 태우고 미끄럼 타고 산림욕을 했다.
내려오는 길목에 하늘바라기 폭포에서 물레방아 아래 웅덩이에 있는 도롱뇽 알과 부화된 올챙이도 구경했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를 지나서 경기도 삼림환경연구소 앞에서 자그마하게 펼쳐진 생태 사진전도 구경했다.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서울외곽순환도로와 경춘고속국도에서 정체로 인해 1시 반에서야 도착한 명석이네가 점심 예약한 통나무 산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기에 서둘러 내려왔다.
통나무 산방에서 오리백숙은 맛집으로 입소문이 헛되지 않게 괜찮았다는 평을 명석이가 주었다.
캠프 숙영지인 쉽표하나라는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개장한 지 1년 밖에 안되는 곳인데, 곳곳에 이름을 다 알 수 없는 꽃들을 곳곳에 심어 놓았고, 가까이에는 수동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는 넓은 개천이 있는데, 사구 식물 비롯하여 조경용으로 식재한 묘목이 잘 자란 정원 같은 숲이 수 km거리로 펼쳐져 있어서 시간 날 때 돌아보면 좋은 그런 곳이었다.
상묵이네가 어제 밤에 내려와서 숙영지에서 1박을 했고, 하람이랑 세아, 그리고 이제 다음 주면 백일 되어가는 세이까지 미애씨가 돌보고 있었다. 온가족 캠핑이 이제는 익숙하여 하람이가 캠프장 곳곳을 또래 아이들과 누벼가면서 금새 친해져서 오가면 놀아주고 있었다. 나는 원터치 캐빈이어서 십여 분 만에 숙영지를 만들었지만, 민수는 장인어른이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텐트를 가져와서 친구들이 모두 모여들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텐트를 만들었다.
원터치 텐트가 줄을 늘이고 하는데 반해서 민수나 상묵이 텐트는 줄을 늘이지 않아서 주변을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훨씬 좋은 환경를 마련해주는 것 같았다. 프레임이 튼튼하고 힘을 분산시켜주는 구조여서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줄을 조금 더 텐트 가까이 매고 고정하는 방법을 상묵이에게서 코치받았다. 지난 해부터 장성축령산 자연휴양림과 평창두타산 자연휴양림에서 2박, 여기 쉼표하나랑 장성축령산 근처 사설야영지에서 2박을 지냈으니 아직도 텐트 치는 것이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또 새로 해가 바뀌면서 익숙했던 것도 잊고 그랬던 것 같다.
아직은 해가 남아 있어서 아이들 밥 먹일 식탁 마련해주고, 우리도 앉아 먹을 야외용 플라스틱 의자 씻어 말려서 어느 정도 구색을 갖췄다. 물론 상묵이는 화로대며 안락한 등받이 있는 의자에 쪼그려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까지 종합적으로 준비된 캠퍼로서 많은 면이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자 우리 캠핑에 있어 가장 큰 힘이 되는 대상이 되었다.
고기를 구워내어 아이들을 먼저 먹이니 아이들은 이 텐트 저 텐트를 오가면서 또래가 비슷한 아이들끼리 모여 놀고 이제는 우리들도 자연스레 불가에 모여들어서 요즈음 유행하는 1박 2일이나 힐링캠프 같은 느낌의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예전의 에피소드들도 한 둘 오가고 우리 동기회가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이어 나가야 할 것인지도 이야기하고, 대체적으로 친구들이 캠핑은 부러워하면서도 도모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동기회에서 하루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서 가족들하고 하루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고 좋아해 주는 것을 보면서 나름 그래도 추진하기를 잘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캠프는 준비 없이 떠나면 고생스럽다. 다행이 우리에게는 상묵이가 전문 캠퍼에 가깝게 다년간의 노하우와 안목으로 가족 캠프 전반에 큰 힘이 되어 주었기에 수월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
화로대에 불이 잦아들고 숯불이 좋을 무렵 다들 여기에 고구마나 감자 구워 먹고 싶다고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그 역시 미리 준비 했더라면 잊혀지지 않을 좋은 추억이 되었으련만... 아쉬움을 가까운 가게에서 사온 과자와 라면으로 달래야 했다.
11시에 가까워 명석이네가 출발하고 우리도 조금 더 이야기 나누다가 내일을 기약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지난 밤에 이야기 나눈 대로 새소리가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난 아침 산책을 나서서 아래쪽 강 둑으로 이어지는 조경목 식재된 숲을 작업로를 따라서 산책하고, 강으로 이어진 길을 찾아내어 내려가 보았다. 맑은 물로 간 혹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뛰어오르는 민물고기를 볼 수 있었다. 강 모래톱을 따라 포크레인 오간 자국을 따라 올라가보니, 다른 지류 두 개가 합류되는 지점 가까이에서 물떼새 혹은 도요 종류를 만났다. 삐약거리면서 날개짓을 치는 등 시선을 끄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마도 근처에 알을 품는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한참을 서성거리면서 내 주위에서 시선을 끌려 노력하는 녀석을 보다가 이내 돌아서서 오던 길을 되짚어 가는데, 보일 듯 말 듯 앞서 가는 꼬마물떼새를 발견했다. 날아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아까 지켜주려던 어미 꼬마물떼새의 새끼였는지도 모르겠다. 나홀로 생태체험을 끝내고 캠프장에 가보니 텐트에서는 세아와 세아 엄마가 두런 두런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정겨운 가족들의 시간이 이어진다.
어제 먹던 찬밥을 데우려다 가스렌지 불길이 세져서 코펠 바닥을 태워먹었다. 새로 밥을 지어 아이들을 먹이는데, 어제 먹던 고기를 다시 불판에 구웠다. 민수가 아침 나절 내내 힘들게 닦은 불판을 다시 쓰게 되었다. 미안하다 민수야....
목살과 삼겹살을 구워 어제 남은 쌈채소와 먹는데 다들 하는 말이 아침부터도 고기가 맛있단다. 캠프의 마력은 대체 어디가 끝일까? 아이들이 경쟁하듯이 아침을 먹고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면서 그네도 타고 또래끼리 놀이도 한다. 설겆이해서 뜨거운 물로 기름기를 가셔서 식탁에 널어 말리니 햇살이 좋아서 금새 마른다.
이제 텐트를 걷을 차례, 민수와 제수씨가 정답게 텐트를 정리하고, 나도 원터치라 수월하기는 하지만 옆에서 정리하고.. 상묵이는
화로대 정리하고, 불판 닦고 하나 하나 조용 조용히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꼼꼼하다.
12시 무렵 상묵이의 텐트를 제외하고는 정리가 다 되어서 우리 먼저 몽골문화촌에 전시장과 마상쇼를 보았다.
대여섯 차례나 왔다는 하람이는 앞장 서서 안내를 시작한다. 처음 와봐서 그런지 대체로 전시물과 마상쇼 모두 좋았다.
쇼가 마치는 시각에 맞춰 정리하고 올라온 상묵이와 현리신숙희 막국수집이라는 맛집을 찾아가서 막국수 곱배기에 감자전을 먹고 다들 집으로 출발했다.
오랫만에 가족나들이로 준비한 캠프.
하루 밤을 같이 보내는 즐거움에 다들 하나 같이 손발 걷어 부치고 함께 일을 거들고 나눠줘서 걱정은 많았지만 보람된 하루가 되었다.
다음 기회에는 겨울에 홍천대명비발디나 제주올레 이런 것 추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가족을 동반해서 버스를 대절해 지리산둘레길 걷는 것도 다시 나온 이야기이다. 하지만 가족 모임의 추진은 조금 더 아이들이 커가면서 해 봐야 할 일 같다.
첫댓글 아직...살아들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