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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시인 대구 출생 2011년 <유심> 등단 대구 서구 평리동 1680번지 평리푸르지오101동 1805호
이옥금 할머니 - 이랑
그녀는 무기수다
수인번호 213-8 죄명은 ‘아내’ 사십여 년 복역 중
신혼 때 뺑소니차에 치인 신랑은 늘어진 팔다리에 영양공급을 받으며 침대에 심어졌다 뱃속의 아이는 날벼락에 떨어지고 병원이 주소가 된 그녀는 환자들의 식판을 치워주며 치료비 독촉장에 빗금을 그었다 잘게 자른 고기와 소독내를 비벼서 누운 입에 먹여준다 누런 떡잎 머리카락을 듬성듬성 잘라준다 가위질하는 그녀의 손등에 사나운 힘줄이 툭, 툭 불거진다 거울 속 정장 입은 신랑이 환히 웃었다 출근길 배웅하던 복사꽃 아내도 따라 웃었다 그녀의 손에도 링거가 꽂힌다 그 손으로 그의 목을 닦아주는 순간, 수천 번도 더 가지를 꺾고 비튼다
병원 울타리가 언제 그녀를 풀어 줄지 아무도 모른다
의자가 되다 - 이랑
그의 다리는 네 개 걸을 때마다 나무 톱밥이 떨어진다 그가 앉은 의자들은 오그라든 그의 왼쪽다리처럼 언제나 절뚝거렸다 가족이 만들어 준 의자에 앉아도 늘 뒷방으로 넘어지곤 했다 한 번도 바닥에 닿아본 적 없는 발은 밤마다 뾰족 굽이 달린 의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용식 씨는 종일 휘파람을 불며 뚝딱뚝딱, 밑창과 굽을 간다 못질할 때마다 해진 의자에 걸쳐진 그의 짧은 다리가 점점 길어진다 기울어진 구두의 뼈들이 바로 설 때마다 그의 다리뼈도 한 치씩 자란다 두드릴 때마다 망치에서 흘러나온 맥박이 그의 뒤꿈치에서 뛴다
그를 감싼 회전의자가 엉덩이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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