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이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고향으로 가려는 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민족대명절
1989년 3일 동안 첫 추석연휴
지난 24일은 민족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같은 차례상 차리는 법 기사보다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기사들이 더 많이 쏟아지는 등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은 것이 변하기는 했지만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 풍경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29년 전 한라일보 카메라에 담긴 추석은 어땠을까.
추석을 앞두고 한복가게에서 한 아주머니가 추석때 입을 추석빔으로 한복을 입어보고 있다
1989년은 음력 8월 15일을 포함한 전후, 3일 추석연휴가 시행된 첫 해였다. 9월 13일 수요일부터 짧게는 15일 금요일, 길게는 17일 일요일까지 휴일이 이어졌다.
본보 1989년 9월 13일자 '추석 앞둔 거리풍경' 기사에는 건국이래 유례없는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간의 추석 연휴에다 대부분 200~300%의 상여금을 받아 두둑해진 호주머니 사정으로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선물꾸러미는 그 어느해보다 푸짐하다고 표현했다.
추석날 아침 한 가정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다.
다만 이번 추석이 예년보다 열흘가량 빨라 사과·배·감 등 과일류는 물론 햅쌀, 햇곡물로 풍성한 명절상을 차리기에 다소 부족함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추석 극장 인파.
또한 얼마 전부터 시내의 지하상가의 위세에 밀려 대목다운 대목을 맞아 본 적없는 재래시장에는 추석이 빨리 옴에 따라 주력상품인 아동복 등 가을 의류의 판매가 부진한 형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희만·홍희선기자
승차권 구매 신청서를 들고...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풍성해지는 들판이나 서늘해지는 날씨보다 '추석이 오는구나'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현장은 서울역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추석 기차표 예매가 시작됩니다.
늘 정해진 분량의 표가 금세 동나지만, 많은 사람에게 고향 가는 고생의 시작은 여전히 '표 구하기'입니다.
1980년대 여의도의 예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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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1984년 8월 29일 모습입니다.
예매장소는 서울 여의도 체육공원입니다. 기차표가 아니고 고속버스 승차권 예매를 위한 긴 줄입니다.
좀 더 가까이 사람들의 표정과 복장을 살펴봤습니다.
비슷한 시기 서울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987년 9월 21일 서울역 바로 옆 서부역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1980년대 서부역 예매현장
아래 사진은 1989년 모습입니다. 질서 유지를 위해 많은 수의 경찰관이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네요. 새치기나 부정 구매 등이 극성이었나 봅니다.
1992년 8월 5일 서울역에 모인 모습을 보니 큰 장터에 온 기분이 드네요.
세월이 흘러 2009년 8월 26일 서울역 대합실입니다. KTX가 운행되면서 서울역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또 아래는 2012년 9월 4일 모습입니다.
예매장소가 실내로 바뀐 점을 제외하곤 2천 년대 들어서도 사람들의 '귀성 의지'는 꺾인 게 전혀 없는 듯하네요.
당시 취재한 기자가 사진제목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라고 썼을 정도입니다.
기다리다 지쳐 아예 바닥에 앉아 뜨개질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올해 예매를 앞두고 귀성 의지가 강한 몇몇 분들이 밤샘 의지를 다지며 전날 밤부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2017년 8월 29일, 오늘 오전부터 어김없이 예매는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창구는 예전의 북적거리던 모습은 보기 어렵습니다. 한산해 보일 정도입니다.
1980년대 여의도 예매 현장
본격 예매가 개시되기 전의 모습이긴 합니다만 오전 9시가 지나서도 현장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예매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귀성객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겁니다. 역귀성이나 연휴를 이용한 해외여행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고 있으니깐요.
세상의 변화나 인심의 흐름으로 볼 때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고향과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점점 줄어들겠죠.
하지만 멀리 있더라도 고향과 가족을 그리는 마음만은 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