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새롬 독일 혹흐슐레 트리어 대학 보석&장신구 전공 석사과정 - | |
|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혹흐슐레 트리어(Hochschule Trier) 대학에서 보석과 장신구(Edelstein und Schmuck) 전공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공새롬입니다.
혹흐슐레 트리어 대학은 독일, 라인란트 팔츠(Rheinland-Pfalz) 주에 있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트리어(Trier)에 있는 학교입니다. 다른 전공이 트리어에 있는데 반해 보석과 장신구학과만은 이다오버슈타인(Idar-Oberstein)이라는 도시에 따로 캠퍼스가 있습니다.
이다오버슈타인이라는 도시가 어떤 특별한 매력을 가진 도시 이기에 트리어에서 2시간 떨어진 이곳에 원석과 장신구 학과가 있을까요?
원석을 다루시는 분들이 아니면 이다오버슈타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아마 잘 모르실 거라 생각됩니다. 이다오버슈타인에는 자랑할 수 있는 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다들 영화 ‘다이하드’는 한 번쯤 보셨을 것 같네요. 그 영화에 주연으로 출현한 브루스 윌리스가 여기 이다오버슈타인 출신이었다는 걸 아셨나요? 브루스 윌리스가 태어난 집도 있고, 어떤 커피숍에는 그의 사진도 걸려있습니다. 아버지가 여기에 주둔했던 미국 군인, 어머니는 독일인입니다.
두 번째는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빨간색 박스로 포장된 독일의 주방용품. 냄비 등을 만드는 회사. ‘휘슬러’본사가 이곳 이다오버슈타인에 있습니다. ‘휘슬러’ 제품이 바로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휘슬러 공장과 본사가 있는 거리 이름은 헤럴드 휘슬러 거리 (Harald-Fissler-Straße) 입니다. 초대 ‘휘슬러’ 창시자 이름을 본 따서 만든 거리입니다.
하지만 위에 소개해드린 두 가지의 자랑보다 더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자랑은 바로 이곳이 보석원석 가공의 중심지라는 것입니다.
유럽에서 원석을 가공할 수 있는 나라는 두 나라뿐입니다. 한곳은 독일, 다른 한 곳은 핀란드죠. 그 독일에서 유일하게 원석을 가공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여기 이다오버슈타인입니다. 이곳에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원석 박물관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곳은 라인란트 팔츠(Rheinland-Pfalz)주에 속해 있으며 대략 3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가까운 큰 도시들은 지도상 왼쪽으로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는 자브리켄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대략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마인즈가 있습니다. 좀 더 가다 보면 프랑크프루트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18세기까지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아게이트랑 재스퍼가 생산되었습니다. 저가노동력이랑 에너지 등이 원석가공 산업을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나에 강에서 얻어지는 수자력을 이용해서 원석 가공(원석을 자르거나 연마)을 할 수 있는 기계들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원석으로 인해, 그리고 광산의 고갈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힘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떠나 해외로 혹은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죠.
어떤 이들은 멀리 브라질까지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저렴한 아게이트들이 이다오버슈타인으로 수입 되었습니다. 19세기 초기에 역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여러 문제들로 인해 남미로 이주하게 됐으며 1827년에 이다오버슈타인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이 브라질 리오 그란데도 술이라는 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아게이트를 발견하게 됩니다. 브라질 아게이트에는 아게이트 특유의 층들이 골고루 잘 나누어져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원석을 인그래브 하는 기술력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는 브라질과 아프리카에서 원석을 무역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였으며, 그로 인해 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들을 위해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그러나 역시 인도나 중국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석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점점 침체 되고 있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명실상부 이다오버슈타인이라는 (슈타인의 의미는 ‘돌’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보여지듯 세계 각국 원석을 무역하는 사람이든, 장신구 작가이든 꼭 한번쯤은 오고 싶어하는 도시인 것은 확실합니다.
|
그런 이유로 제가 다니는 호흑슐레 트리어(Hochschule Trier) 대학에는 세계 각 국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저는 유일한 한국 학생이며, 미국, 중국, 파키스탄, 이란, 태국, 네덜란드, 독일, 멕시코, 콜롬비아, 이스라엘, 프랑스, 그리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15개국 다양한 학생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종 아침에 학교에서 들리는 말들을 들으면 과연 이곳이 독일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아침 인사만 하더라도 구텐탁(Guten Tag), 굿모닝(Good Morning), 홀라(Hola), 니하오, 안녕 등 다양한 언어들이 오고 갑니다.
이곳이야 말로 다양한 인종, 문화 등이 섞인 Melting pot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저희 학교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면, 학교에는 학사와 석사과정이 있습니다. 학사과정에는 독일어가 필수이지만, 석사과정에는 영어가 필수 입니다. 독일 학생들도 학교에 오면 다들 영어를 사용하는 상황이죠.
저희들을 지도해주시는 교수님들은 총 세분이 계십니다. 네덜란드인이신 테오 스미츠, 독일인이신 우테 아이첸훼퍼, 그리고 에바-마리아 콜리샨 입니다. 먼저 두 분은 현재에도 활발히 장신구 작가로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며, 마지막 교수님은 순수 미술쪽 전공이시죠. 그 외 총 14분들이 학교 비서, 사서, 강사 그리고 원석작업 감독으로서 계십니다.
|
2015년 1월 19일에는 학사, 그리고 석사의 졸업 학회가 있었습니다. 총 7명의 학생들이 그 동안 고민하고 발전시킨 작업들을 교수님들 그리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한국이랑 다르게 이 곳에서는 자신이 배정받은 날짜, 시간 그리고 장소가 정해지면 하루 전날에 미리 자신들의 작업들을 준비, 전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정해진 시간에 학생들이랑 교수들이 정해진 장소에 들어가면 작품에 대한 발표가 시작됩니다. 일인당 총 40분의 시간이 주어지며, 그 주어진 시간 동안에 자신의 작품설명 및 질문이 이어집니다. 자기 작품의 테마, 어떤 의도로 작업하였으며 그 동안 학교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 등을 말하게 되죠. 작품설명이 끝나면 교수들의 질문들이 시작됩니다. 이 모든 게 끝나면 교수들끼리 모여서 작품들을 다시 살피고 점수를 매기게 되는 거죠.
이번에 졸업생들은 학사 2명, 석사 5명이 졸업하였습니다. 학사 졸업생들은 독일출신인 레나 토도로비-슈미트, 그리고 오스트리아 출신인 크리스티나 에어락허입니다. 석사 졸업생들은 독인 출신인 다니엘라 봐인겔트너, 이그나시 카발러, 태국 출신 체리 본야판, 슬로바키아 출신 엘비라 고롬보시, 프랑스 출신 티핀 르 모뉘어입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은 그들의 작품 또한 다양한 개성과 문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띤 발표와 질문들이 오갔던 졸업발표가 끝나면 다들 샴페인을 마시면서 그 동안의 노고와 자유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축배를 듭니다.
저희가 하는 장신구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장신구의 모습과 많이 달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장신구들은 아마 금이나 은 그리고 원석들이 얹어져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래야만 그 장신구의 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죠.
저 역시 한국에 있을 때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장신구에 대한 관념을 달리 보게 되면 세상에는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장신구도 있다라는 걸 아시게 될 것입니다.
|
/ 글: 공새롬
독일 혹흐슐레 트리 대학
보석과 장신구 전공 석사과정
예)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