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거장 신상옥 감독의 영화 완성기의 작품. 라디오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에서 훌륭한 작품을 많이 집필하신 한운사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 첫 번째로 영화화된 작품
6.25 전쟁의 후유증을 다룬 전쟁을 소재로 한 휴머니즘 영화. 전쟁의 모습 그 자체보다는 전쟁으로 인해서 희생당한 상이군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해서 매우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가는 이야기. 실제 인물인 상이용사 김기인 대령의 부부의 실화와 부산 피난 시절의 생생한 기록이 담긴 영화
전성기를 구가하는 최은희, 김진규 커플의 명 연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로 널리 알려진 아역 배우 전영선은 이 영화 연기로 제12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아동특별 연기상을 수상. 남궁원씨의 젊은 시절의 모습 관능적인 미인으로 스크린을 누볐던 김혜정 씨의 데뷔 초기의 모습 등이 이영화의 볼거리
줄거리
한국 전쟁 시기. 전투에 참가한 김대위(김진규 분)는 척추에 파편을 맞고 중상을 당한 뒤 간신히 목숨은 건지지만 하반신 마비로 불구자가 된다. 실의와 절망에 빠진 채 병상에 누워 있는 그의 곁에서 아내(최은희 분)는 병수발과 생활고의 힘든 나날을 보낸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자포자기의 심정은 아내에 대한 짜증과 불만, 의심으로도 나타나지만, 힘겨운 시간 속에서 그들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병세의 호전에 희망을 품어본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피난길에 오르게 된 김대위 가족은 모진 추위 속에 갓난아기마저 잃는 슬픔을 겪는다. 걷지 못하는 남편과 어린 딸 선경(전영선 분)을 태운 리어카를 혼자 끌며 피난을 가는 김대위의 아내. 고통스러운 고생과 괴로움 끝에 이들은 결국 피난지에 도착하게 된다.
여전히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김대위와,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그의 아내. 병원과 숙소, 거리를 오가며 힘들게 살아가는 그녀는 같은 피난민 청년 미스터 조(남궁원 분)의 호의어린 접근에 마음이 흔들리며 갈등한다. 그러나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김대위의 모습을 본 그녀는, 생활고를 이유로 양공주로 지낸 잘못을 뉘우치며 그동안 모은 돈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미스터 조의 동생 영선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자신의 모진 운명을 받아들이며 살겠다는 굳은 의지로 새롭게 출발한 김대위의 아내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 후, 그간 모은 돈과 영선이 남긴 돈으로 남편과 함께 상이군인의 아내들을 위한 공동 거주지 및 작업장을 만들어 보람있고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어느 날, 딸 선영이 교통사고로 죽는 또 한차례의 시련에 김대위 부부는 절망의 시간을 보낸다. 하늘의 모진 처사와 자신들의 운명을 원망하던 그들은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이 떠나려한다는 소식에 다시 슬픔을 떨치고 일어나 사람들을 설득하며 새로운 출발을 눈물로 함께 다짐한다.
6월 13일 “피아골 ” (1955년)
연출 : 이강천
출연 : 노경희, 이예춘, 김진규, 허장강, 윤왕국
이강천 감독은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감독 중의 한 분이다. 이만홍 감독의 미술작업을 돕게되면서부터 영화와 인연을 맺게되어 1954년에 나운규의 <아리랑>을 원작으로 해서 한국전쟁과 아리랑의 이야기를 결합시킨 영화 <아리랑>으로 감독 데뷔, 약 29편의 영화를 연출 대표작으로는 1956년작 <백치 아다다>, 그리고 한국영화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작품인 1958년작 <생명>, 1962년작 <두고 온 산하> 등 영화 평론가의 표현에 따르면 포토제닉에 강한 영상미의 조련사라 할 만큼 아름답고 그리고 균형있는 구도의 영화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신인배우를 발굴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으셨다고 전해진다. 허장강, 나예심, 최지희, 등이 이강천 감독 밑에서 조련을 거쳐서 대성한 연기자들 반공영화들에서 보여지는 메시지 위주의 그러한 계몽성보다는 오히려 빨치산들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 1950년대 초의 우리 영화의 표현의 수위와 그리고 여러 가지 영화적 표현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리얼리즘 영화의 수작이며 빨치산에 대해서 사실적인 묘사를 한, 흔치않은 한국영화 중의 한 편이다.
이예춘, 김진규의 데뷔작. 제작 당시, 영화의 내용들이 실제 빨치산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까지 디테일한 묘사를 했다는 것 때문에 군부대가 이 영화의 제작진들을 용공분자라고 의심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줄거리
휴전 후에도 지리산에 남아 있는 소수의 빨치산들. ‘아가리’(이예춘분)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 대장을 맡고 있는 빨치산들은 이른바 보급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 빨치산 부대의 부대장 ‘아가리’는 무기를 빼앗긴 부대원을 돌로 죽일 만큼 부하들을 가혹하게 다룬다. 한편 고향에 보급을 나간 어린 빨치산은 어머니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외삼촌이 반동분자였다는 이유로 아가리에게 숙청당한다. 빨치산들 내부에서도 여자 빨치산을 둘러싸고 남자 대원들 간에 반목이 싹튼다. 소주는 여성근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가리에게 교육받던 중 강제로 몸을 빼앗긴다. 또한 아가리에게 공훈장을 주러 온 지대장의 눈에 띄어 즉석에서 지대본부로 소환된다. 공산주의 이념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철수(김진규분)는 여자대원 애란(노경희분)의 연모를 받으며 고민한다. 애란은 대장인 아가리의 비서로, 당성이 높고 매우 냉철한 빨치산이나, 철수에게 은근히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애란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 철수. 소주가 어깨에 총상을 입은 채 피아골로 찾아오는데, 만수(허장강분)는 부상당한 소주를 범하고 그러한 와중에서 소주는 숨을 거둔다. 이 장면을 목격한 동료는 만수가 암매장한 소주의 시신을 다시 범하고, 빨래하던 달석은 물에 떠내려온 여자 속옷을 보고 이상히 여기던 중 소주의 시신을 발견한다. 만수는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동료 빨치산을 살해하고 달석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운 후 달석마저 죽인다. 다시금 보급투쟁을 나가려는 찰나, 지리산 공비토벌이 시작되고, 얼마 남지 않은 빨치산들이 모두 죽음을 당한다. 철수는 폭격을 피해 도망간 동굴에서 애란을 다시 만나고, 애란과 함께 귀순할 것을 이야기한다. 아가리는 둘을 발견하고 죽이려고 하지만, 철수가 재빠르게 개머리판으로 아가리의 머리를 때린다. 그러나 아가리는 철수의 등에 칼을 꽂고, 애란은 아가리를 사살한다. 애란은 부상당한 철수를 부축해 걸음을 옮기지만, 철수는 숨을 거둔다. 애란은 철수의 시신을 버려둔 채 황량한 눈길을 휘청휘청 걸어간다.
6월 20일 “렌의 애가 ” (1969년)
연출 : 김기영
출연 : 김진규, 김지미, 김명진, 백영민, 박암, 사미자
1937년에 처음 출간돼서 이후 1978년까지 무려 53판이 발행된 대를 넘어선 초유의 베스트셀러 모윤숙 시인의 ‘렌의 애가’ 라는 산문 시가 원작. 김기영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영화에 속하지만 김기영 감독의 작품의 특징들이 잘 포함 되어 있는 영화. 문예 영화일 수도 있고, 멜로 영화 이며 반공 영화, 구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김기영표’ 영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김기영 감독님의 작가적인 개성에 다른 모든 요소들을 압도하는 파격적인 형식의 영화
김기영 감독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시 학생연극을 시작, 6.25 피난시절에 극작가 오용진을 만나면서 영화에 연을 맺어, 1955년에 <주범의 상자>로 감독 데뷔
돌아가실 때가지 약 32편 정도의 영화를 제작 당대의 흥행 감독이자 또한 작품들의 예술성도 정을 받았던 감독이었다.
이 영화는 산문시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이 시의 문체를 거의 그대로 옮겨오지 않았나 싶을 만큼 독특한 대사 처리가 특징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로부터 해방 이후 또 6.25와 50년대 척박한 시대를 거치면서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지고지순한 연애담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줄거리
가난한 화가 이선생(김진규 분)은 우연히 예전에 알던 렌(김명진 분)을 만난다. 이선생의 동료교사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해방 전 형무소에서 죽었고 그 역시 고문의 휴유증으로 인한 손의 경련 때문에 붓을 들지 못하고 있다. 그의 그림 모델이자 그를 시몬이라 불렀던 렌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이선생의 상태를 가슴아파하며, 여인의 육체에서 영감을 받아왔던 그가 다시 붓을 들 수 있도록 돕기를 원한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와 생활고에 절망한 이선생은 극약을 사들고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하던 중 렌을 닮은 밤의 여인과 관계를 갖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다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게 된다. 렌을 모델로 한 그 그림은 국전에서 수상하지만 렌과 남편의 관계를 바라보며 이선생의 아내(김지미 분)는 괴로워한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마쳤다고 생각한 렌은 이선생을 떠난다.
얼마 뒤 한국전쟁이 터지고 대통령상 수상의 전력으로 인해 인민군에게 쫓기게 된 이선생은 다시 렌을 찾아가지만, 인민군 장교가 된 렌의 야학 동료교사 박선생에게 체포되어 끌려가고, 렌 역시 같은 곳으로 가게 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은 9.28 수복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지만 뒤이어 도착한 아내로 인해 렌은 다시 이선생을 떠날 수밖에 없다. 예전의 야학으로 돌아간 렌은 그곳에서 전쟁고아가 된 야학 아이들을 만난다.
1.4 후퇴길, 가족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 이선생은 아이들과 함께 역시 피난을 떠나는 렌과 마주친다. 이선생 가족과 함께 피난열차에 오를 수 없는 렌이 아이들과 함께 피난길에 오르고 이선생 역시 렌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아이들과 함께 심한 고생을 하던 렌은 결국 길 위에서 동사하고 만다. 뒤늦게 렌을 발견한 이선생은 렌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자신의 시계를 보고 그녀가 바로 자신의 영감을 되살려주었던 밤의 여인임을 알게 된다. 렌의 죽음을 슬퍼하며 이선생은 그녀가 남긴 아이들을 이끌고 다시 피난길에 오른다.
6월 27일 “길소뜸” (1985년)
연출 : 임권택 감독
출연 : 김지미, 신성일, 한지일, 김지영, 이상아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며, 분단의 아픔을 그려낸 한국영화 중 가장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 분단의 아픔이라는 소재를 1983년과 1984년에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울렸던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배경으로 매우 담담하고 절제된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분단의 아픔을 살아내야만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그대로 담담하게 그려낸 휴머니즘의 수작.
이산가족의 만남이 그것으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슬픔과 새로운 비극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어쩌면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으로 그려낸 영화
신성일씨와 김지미씨의 연기인 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했던 스타, 신성일과 김지미가 이 영화 속에서는 스타의 모습보다는 중년의 연기자로서 매우 원숙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60년대 영화에서 우리 귀에 낯익은 성우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을 해 그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전국이 ‘이산가족 찾기 운동’으로 떠들썩한 1983년, 이북이 고향인 화영(김지미 분)은 우연히 TV 앞에 앉았다가 밤늦도록 자리를 뜨지 못한다. 현재 남편과 자식 셋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는 화영에게는 사실 한국전쟁 통에 헤어진 동진(신성일 분)과 아들 성운이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전무송 분)은 화영에게 방송국을 찾아가보라고 권유한다.
황해도 길소뜸이 고향인 화영(아역 이상아 분)은 어릴 적에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부모와 동생을 모두 잃고, 아버지의 친구 집에 양녀로 입양된다. 그곳에서 화영은 오빠인 동진과 사랑에 빠지고, 뱃속에 아이 성운을 갖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집안은 발칵 뒤집어져 화영은 춘천 이모 집에 보내지고, 이후 병환이 심해진 아버지의 청에 따라 동진은 화영을 데리러 간다. 춘천에 도착한 동진은 화영이 아이를 낳으러 길소뜸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날 한국전쟁이 발발해, 동진과 화영은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춘천에서 성운과 함께 살던 화영은 옛날 음악선생의 도움을 받다 빨치산으로 몰려 10여년의 옥살이를 하게 되면서 아들 성운과도 헤어지게 된다.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방송국 주변을 맴돌던 화영은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찾고 있는 춘천의 한 사내(한지일 분)의 방송을 보게 되고, 아들 성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찾으러 나서던 중, 우연히 동진과 만나게 된다.
화영을 잊지 못한 채, 전쟁이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화영을 찾아 헤맸던 동진에게 화영과의 만남은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었지만, 지난 세월의 간극은 서로를 기쁘게 만은 하지 않는다.
어색한 만남 속에서 서로 살아온 얘기를 해오던 동진과 화영은 춘천에 사는 그 사내를 만나기 위해 함께 춘천으로 간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하루하루 막일이나 하면서 사는 춘천의 그 사내를 만난 동진과 화영. 별다른 근거나 확신은 없지만, 왠지 그 사내는 성운의 모습과 닮아있다. 친자 확인을 위해 피검사를 받기로 하고, 그날 밤 그 사내의 집에서 묵게 된 동진과 화영은 서로 살아온 삶이 너무나 다른 것을 느끼고는 서로에게 이질감을 느낀다.
병원에서 피를 뽑고, 집에 돌아온 동진은 그 사내가 아들인 것이 증명되면, 친자로 호적에 입적하겠다고 말해 평화롭던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피검사 확인을 위해 다시 모인 세 사람. 피검사에서 친자임을 부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의사의 검사 결과가 나왔지만, 서로 떨어져 살아온 삶의 간극은 화영으로부터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게 만든다.
아쉬움을 남긴 채, 서로의 갈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세 사람. 연락처마저 피할 정도로 서로에게 미련조차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친자임을 거부했던 화영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분단의 아픔과 이산의 고통을 느끼며 슬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