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떡, 구이, 찌개 따위를 만들기 위해 그 재료를 솥이나 냄비 따위에 넣고 불 위에 올리는 걸 안친다고 한다. 밥 또는 쌀을 안치거나 떡을 안친다고도 하고 심지어는 닭을 안쳤다거나 생선을 안쳤다고도 한다.
뜻풀이대로만 하자면 안치는 건 재료를 그릇에 담고 불 위에 올리는 것까지다. 요리의 전 과정과는 상관 없다. 그러니 불 위에 얹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예전에 부엌에서 밥을 하고 음식을 하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안치는 걸 단순히 얹는 거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드러난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냄비나 솥 따위를 불 위에 그저 얹기만 하면 그만인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불을 지펴야 하고 음식을 만들고 난 뒤에는 뒤처리도 해야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을 쓰는 일 자체가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솥이나 냄비를 그저 불 위에 얹는 일도 가려서 표현해야 할 만큼 의미 있는 일이었으리라.
'안치다'는 '앉다'와 상관없는 말이지만 '얹히다'는 '얹다'의 당하는 말로, 체했다는 뜻으로도 쓴다. 음식이 미처 소화되지 못하고 어딘가에 얹혔다는 의미일까.
그런가 하면 '안치다'에도 '어려운 일이 앞에 밀리다, 앞으로 와 닥치다'라는 뜻이 있다. '당장 눈앞에 안친 일만으로도 어쩌지 못할 지경이다'와 같이 쓴다.
참고 자료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