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소재 대형 입시학원에서 한 ‘일타강사’의 고3 생명과학 수업이 개강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폐지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강사는 수강 신청시 학원 전산망이 마비될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강사로 본인이 설립한 별도 학원에서 교습비를 받고 수업 장소를 제공해준 학원과 수강료를 분배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이 같은 구조를 문제삼자 강의 계획을 취소했다.
9일 입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지난 5일 세정학원을 방문해 생명과학 강사 윤 모 씨의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매출이 발생한 학원과 강의가 이뤄진 학원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윤 씨가 설립한 별도 학원에 교습비 납부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세정학원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은 학부모 민원으로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실사를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 입시학원 대표는 “윤 씨의 경우 수입 대부분을 강사 개인이 챙기고 학원은 교실을 빌려주고 대여료 명목으로 학생당 일정 금액을 받는 구조인 것으로 보인다”며 “인기 강사들은 학원과 고용계약이 아닌 수익 배분 계약을 맺지만 개인 소유의 별도 학원으로 수강료를 받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지난 8일 학부모들에게 폐강 안내 문자를 보내고 “비대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른 학원에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폐강하게 됐다”며 “수강료와 교재비는 전액 환불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환불 금액만 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의 경우 ‘파이널 정규반’ 출석부에만 2233명이 등록돼 있을 정도로 수강생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이 1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학원 영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문제풀이 기술을 익혀야 고득점할 수 있는 과목으로 꼽혀 폐강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윤 씨의 강의를 수강하던 한 수험생(18)은 “생명과학은 그 동안 선생님 수업으로 문제풀이를 익혔는데 수능을 앞두고 갑자기 폐강이라니 너무 당황해서 넋이 나간 상태”라며 “이 수업에 맞춰서 다른 학원 시간표도 짜놨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최 씨(50)는 “요즘 정부에서 ‘콩나물 시루’ 교실을 막는다고 단속에 나서는 바람에 인기 강사 강의는 경쟁이 더 치열해져 갑자기 수업이 폐강되면 다른 대체 수업을 찾기도 힘들다”며 “아이들에게 중요한 시기인데 요즘 하도 정부가 여러 조치를 취하다보니 어떤 불똥이 튈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교육 당국이 강사들이 개인회사를 차려 수강료를 받은 뒤 학원과 나누는 시스템 자체를 ‘사교육 카르텔’의 대표적인 적폐로 보고 다른 일타강사들로까지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원에 들어온 수강료를 일정 비율로 분배받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별도 학원으로 교습비가 계상된 부분을 문제삼은 것”이라며 “(윤 씨 사례를)어떻게 조치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강사나 학원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목적으로 중간에 비허가 회사 등을 거쳤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법적인 요소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일타강사는 여러 조교를 두고 일하며 출판을 하는 등 연구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허가한 법인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법인과 학원이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며 “외부적으로 밝힌 수강료보다 실제 수강료를 더 많이 받는 등 세금포탈 목적의 행위가 있지 않은 이상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