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악몽의 30여 분
최영희
60여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2012년 2월 9일 오후 2시 20분부터 3시 정도까지의 악몽 같은 시간,
꿈을 꾼 것 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오늘 오후 4시 지인들과 만날 중요한 약속이 잡혀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남은 시간 서류 정리를 마저 하려 컴퓨터 옆에 앉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으니 어느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00 어머니시지요?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아들 이름을 대니 네, 그런데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하고,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곧이어 아드님이 좀 다쳤습니다. 그 소리에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평소 반듯하고 지금까지 부모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둘째 아들이기에 사고가 났구나,
얼른 교통사고가 머리를 스쳤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난 어이없게도 이성, 정신, 모두를 잃었다, 전화기를 잡고 무슨 일이에요? 교통사고인가요? 많이 다쳤나요? 하며 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은 뛰고 아들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는데 아드님을 바꿔 주겠습니다, 하더니, 울고 있는 아들을 바꿔 주었다. 아무개야, 아무개야 많이 다쳤어? 하며 울부짖는데 들려오는 아들 목소리는 엄마~하며 울고 있었다.( 참고로 내 아들은 나이가 마흔 살 된 아들이다) 그리곤 금세 그 남자가 전화를 바꿔 들고 아드님이 많이 다치진 않았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 침착하세요 한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저녀석이 아마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교통사고가 났으며 많이 다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남편이 운동 갔다 막 들어 오고 있었다. 나는 여보! 아무개가 다쳤대요, 교통사고가 났나 봐요, 당신이 전화받아 보세요, 하면서 허둥지둥 남편에게 전화기를 넘겨주고도 난 여보! 많이 다쳤대요? 우리 아무개 좀 바꿔 달라해 보세요. 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데, 그쪽에서 돈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남편이 1000만원씩을 누가 현금을 가지고 있어요? 통장은 있지요, 한다. 그때 그쪽에서 남편 핸드폰 번호를 묻는 모양이다, 남편이 핸드폰 전화번호를 대 주는 것 같았다, 난 그때까지 아마 아들이 교통 사고가 났고 아마 피해자 쪽에서 합의금으로 돈을 요구하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자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고 남편은 핸드폰으로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고, 그때 집 전화 벨이 다시 울리며 남편이 내게 집전화를 얼른 받으라 소리 친다, 그러면서 눈짓으로 신고 하라는 뜻인 듯한 제스처를 한다. 나는 그때 아, 이것은 교통사고가 아니라 아들에게 다른 어떤 다른 사고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내 핸드폰으로 112 신고를 했다. 경찰과 통화를 했는데, 아들이 납치 됐나 봐요, 지금 전화로 협박 당하고 있으며, 아들의 우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경찰은 진정하시고,,, 아들의 직장은 어디며, 아들 전화는 몇 번이냐고 물었다, 나는 울면서 아들 직장은 어디이고 아들 전화 번호를 대 주었다,. 그때 아마 남편과 통화를 하던 그 사람들이 무슨 낌새를 눈치챘는지, 남편이 소리 친다, 얼른 안방 전화 받어! 한다.
나는 급히 전화를 끊고 안방에 있는 수화기로 집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에서는 아줌마, 하는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리고 아줌마는 이제부터 수화기를 귀에 바짝 대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한다. 그때 내 핸드폰이 몇 번 울린다, 아마 경찰이지 싶다, 내가 급히 전화를 끓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전화 벨 소리가 들리지 못하도록 발로 내 핸드폰을 침대 밑으로 밀어 넣고 수화기는 그들의 협박으로 귀에 계속 대고 있는 중이다. 그때 그가 아줌마 핸드폰 있어? 한다. 난 없다고 했다, (다행이 그는 그대로 믿는 것 같았다. 내가 핸드폰이 없다고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다. 이후 남편이 내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는 그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아줌마 아들은 죽는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 하면서, 자신은 탈옥수며 아줌마 아들은 지금 우리에게 납치 되어있다. 자기들은 자기들 요구만 들어주면 아줌마 아들은 무사히 돌려보내 준다, 자기 들은 무기수로 있다 탈옥을 했으며 세상을 살 수가 없어 돈이 필요하다, 자기 들이 시키는 대로 돈만 붙여주면 아들은 무사히 돌려 보내 주겠다. 하면서 시간을 끌며 별별 협박을 다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못하게 한 수법이었다. 남편은 핸드폰을 끄면 안 되고 전화기를 들은 채로 은행으로 가게 하는 한편, 나는 집 전화에 붙들어 놓고 꼼짝 못하게 하려 한 것이다.
나는 전화기 앞에서 별별 협박을 받으며 시간은 30여 분이 지났다. 소리쳤다, 달랬다 협박했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지인들과의 약속된 4시는 다가오고 연락할 방법과 상황이 주어지질 않았다. 내가 약속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이고 내가 그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쪽에서 내게 연락을 할 것이고 연락을 해도 통신은 두절되고, 난 안절부절이었다. 아들의 생명도 내겐 절대 절명이고 그 약속도 공적인 약속이라 중요한 약속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애가 타는데 마침 내가 잡고 있던 집전화가 끊기는 것이다.
나는 이때를 이용하려고 수화기를 침대 위에 올려 놓은 채 허둥지둥 문을 열고 옆 아파트에 도움을 청해 보려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나의 위급한 초인종 소리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는데 집전화는 수화기를 내려 놓은 상태이고(수화기를 올려 놓으면 그 사람들이 다시 전화를 할 것 같아) 관리실에 가서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에 막 나가려는 참에 남편이 아들과 통화를 하는 듯 핸드폰으로 이야길 하다, 여보! 사기전화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제야 지옥에서 탈출한 기분이었다. 남편의 이야길 들어보니 나는 집전화를 잡고 한 사람이 계속 전화기에서 떠나지 못하게 협박하고 남편에게는 핸드폰을 끊지 말고 계속 말을 시키며 은행으로 가도록 지시했단다. 어디쯤 가고 있느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는 등, 리모콘으로 조정하 듯 남편을 은행으로 끌고 간 모양이다.
그때 남편의 지혜가 잘 발휘 된 것 같다. 남편은 남편의 그들의 요구대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은행으로 가는 중, 남편핸드폰은 상대에게 끊지 않고 받고 있는 것으로 하기 위해, 또 그들에게 이쪽 말이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켠 상태로 주머니에 넣고 나갈 때 가지고 간 내 핸드폰으로 112 신고를 했단다. 지금의 상황과 지금 어느 은행으로 그들의 지시에 따라 가고 있는 중이라고 알려 주었단다. 그자들은 은행까지 얼마나 남았냐, 몇 분이나 걸리냐는 등 말을 시키며 남편을 은행으로 가서 자기네들이 불러주는 구좌로 돈을 부치라는 것이었다. 은행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경찰이 도착을 했고 그때 그자들의 전화가 잠깐 끊기더니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단다, 그 걸려온 전화를 경찰이 보더니 아저씨 국제전화잖아요. 사기전화예요, 하면서 “야! 이놈들아 전화 끊어.” 하니까, 전화가 툭! 끊기고 상황은 종료 되었단다. 아마 그 순간이 내가 잡고 있던 집전화가 끊긴 순간이었던 것 같다.
가끔 뉴스에서 보이스핑 사기전화에 대해 듣고 보기도 했는데, 아들이 다쳤다는 말 한마디에 그렇게 어이없게도 그들의 사기에 넘어 가다니, 그자들에게 놀아난 30여분,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남편의 슬기로운 대처로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과연 이런 상황에도 강할 수 있을까? 이 악몽 같은 사건을 다시는 떠 올리고 싶지 않지만, 다시는 내가 겪은 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이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2012년 2월 9일 오후 2시 20분~ 3시경까지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