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평화클럽(Peace Club) 수업이 한창인 케냐 난민촌의 한 초등학교.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히 귀를 기울여본다.
“남수단에서 온 데이비드예요.” “저는 부룬디인 이시무에입니다.” “소말리아 출신 아하메드예요.” 총 35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평화클럽엔 남수단, 부룬디, 소말리아, 콩고, 르완다, 에티오피아, 북수단, 케냐까지 여러 국적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약 19개국 출신 아이들이한 교실에 모여 공부하는 이곳.
전쟁, 갈등, 위협을 피해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피란을 온186,205명의 유일한 피난처,[케냐 카쿠마 난민촌]이다.
선명히 남아 있는 전쟁의 상처
“2013년에 고향 남수단 큰 전쟁이 났어요. 딩카족과 누에르족이 서로를 공격했어요. 저는 동생, 조카들과 함께 도망쳤어요.”
열다섯 소녀 마리암은 고개를 떨군다. 난민촌에 온 지 5년이 됐지만,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픔은 여전히 생생하다.
"사진 속 우리 엄마예요. 엄마가 너무 그리워요. 보통 아침 5시에 일어나요. 물을 긷고, 요리하고, 아이들을 깨우고 학교에 가요. 주말에는 이웃집에서 빨래를 해요. 400벌 정도요. 그럼 1달러(1,300원) 정도를 벌어요. 이것도 저에겐 행운이에요.”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낸 남수단 전쟁. 딩카 와 누에르 부족 간의 빗발친 총성은 부모와 형제, 친구를 앗아갔다. 카쿠마 난민의 55%가 이 내전으로 발생한 남수단 출신이다.
“평화가 없으면 모든 게 파괴돼요. 소중한 가족, 집, 학교 모든 게." @15살, 마리암
185,154명살기 위해 난민이 된 사람들.그러나, 난민캠프 안에서도 분쟁과 갈등은 계속된다.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는위협의 손길들
"며칠 전, 남수단에 사는 이모부가 저희 집에 갑자기 들이닥쳤어요. 나이 많은 사람과 결혼시킨다고 절 납치해가려 했죠. 부모님은 전쟁으로 돌아가셔서 저와 여동생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난민촌에 남아 공부하고 싶다고' 울며 애원했더니, 공부하지 말라고 책도 다 불태웠어요. 삼촌이 또 찾아올까 봐 너무 무서워요." 19세 소녀 아오이의 눈에 두려움과 슬픔이 가득하다.
전쟁의 분노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같은 반 친구여도 다른 부족 출신이면 서로를 미워했어요. 저희 부모님을 죽인 원수의 집안 아이니까요." 교실까지 침투한 갈등은 함께 공부할 수 없게 만든다. “남수단 학생이 부룬디 출신 학생의 히잡을 잡아당기며 싸웠어요. 선생님이 반대편 부족 출신이면 수업을 거부하는 일도 많죠."
PEACE(평화), 분쟁의 상처와 맞서는 주문
난민촌에 팽배한 부모 세대의 갈등과 각기 다른 국적·언어·문화로 생겨난 장벽. 서로 다가설 수 없었던 아이들.
월드비전은 카쿠마 난민촌 아이들이 종족 간 갈등, 폭력, 노동에서 벗어나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나도록 아동평화 역량강화교육을 시작했다.(Empowering Children as Peacebuilders)
그 일환으로,카쿠마 난민촌 내 21개의 학교 및 아동정서친화공간에서 1,000여 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월드비전 평화클럽(Peace Club)이 운영된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 열린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평화를 담은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해 부른다. 갈등 상황을 연극으로 표현하고, 지난 상처를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채워간다.
“클럽 활동을 하면서 평화를 배웠어요. 이제,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친구들을 사랑할 수 있어요. 제 꿈은 대통령이에요. 오랜 전쟁으로 눈물 흘리는 제 고향 남수단에도 평화를 전하고 싶어요.” 17세 소년 마샬의 눈이 반짝인다.
평화 홍보대사를 꿈꾸는 난민촌 아이들
“평화 클럽에선 서로를 특별하게 불러요. ‘평화’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놓고 그중에서 자신의 별명을 정한 건데요. 전 제 이름 마리암의 첫 글자 M을 따서, 멋지고 놀라운 이란 뜻의 마블러스(marvelous)란 단어를 골랐어요.” @15살 마리암
“예전에는 평화가 뭔지 몰랐어요. 이제는 달라요. 우리는 평화를 배우고, 함께 앉아 공부하고, 모르는 건 서로 물어보면서 같이 꿈을 키워 가요. 저는 그리고 우리는 평화 홍보대사입니다.”
“Peace is important everywhere~ Peace is important everywhere~” (평화는 어디에서나 중요해~ 평화는 어디에서나 중요해~)
교실에 가득한 아이들의 노랫소리. 상실감, 아픔, 분노가 가득한 난민촌에 희망의 주문이 울려 퍼진다.*이번 특집 기사는 한겨레신문과 함께하는 <2018 나눔꽃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글. 김유진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사진. 한겨레 김성광 기자 / 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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