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참좋은 여행 배너
100% 국내 상품으로 통개편
캠핑수요 전국평균 73% 급증
주말 휴양림은 하늘의 별따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국내여행
'0~1일전' 예약패턴 크게 늘어
'최소 접촉' 럭셔리 숙박 뜨고
원격수업發 늦캉스도 대세로
20년 차 직장인 박철현 씨(47)는 장기근속 휴가로 2주간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제주도로 일정을 바꿨다. 예약을 위해 하나투어에 접속한 박씨는 깜짝 놀랐다. 메인 페이지 전체가 국내 여행으로 통째 바뀌어 있었던 것. 박씨는 "해외여행 전문인 하나투어의 변화에 코로나19 위력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피서 지형'마저 바꿔놓고 있다. 해외여행 셧다운으로 국내 이동만 가능해진 코로나 시대의 '휴가 뉴노멀'이다. 우선 해외 전문 여행사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유럽 전문 여행사인 참좋은여행은 아예 메인 홈페이지를 국내 여행으로 통개편했다. 글로벌 시장이 주전공인 온라인여행사(OTA)마이리얼트립도 메인 홈페이지를 국내 여행으로 전면 교체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메이저 여행사들이 해외 상품을 모두 버리고 국내 전문 여행사로 탈바꿈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여행 수요라도 잡기 위한 궁여지책이지만 효과는 쏠쏠하다. 새로운 틈새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제주나 강원권 등 청정 휴양지에 인지도가 낮았던 양질의 펜션 호텔 객실을 100~200개씩 통판매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 독채 빌라 첫 실험에 나섰던 참좋은여행은 공식 판매에 나선 지 일주일 만에 무려 1400객실을 팔아치웠다. 3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 참좋은여행 회원이 대상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무 참좋은여행 전무는 "카테고리까지 제주.국내로 바꾸며 메인 홈페이지를 통개편한 건 창사 이래 처음"이라며 "한시적이긴 하지만 돌파구를 찾자는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숙박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밀집도가 낮은 독채형 숙소와 함께 자연을 품을 수 있는 캠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 대박'을 터뜨린 곳은 언택트 숲캉스의 메카 캠핑장과 자연휴양림이다. 한국관광공사가 SK텔레콤 빅데이터를 통해 2월부터 4월 말까지 코로나19 확산 기간 여행 패턴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캠핑장 수요는 전국 평균 73%나 급증했다. 특히 강원도 영월(470%), 경상남도 함양(412%), 전라북도 군산 (408%), 동해 양양(377%), 서해 서천(340%) 등은 오히려 코로나 시대에 300~4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고산자연휴양림(전라권)과 밀양아리랑.함양 농월정(경남), 단양(충청) 소선암 등 오토캠핑장은 평일 예약도 잡기 힘들 정도다.
원격 수업 여파로 초,중.고교 자녀들의 휴가 분산 효과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숙박 대란은 9월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라.롯데 등 메이저 호텔이 몰려 있는 제주중문지역 호텔가는 8월말까지 주말 객실 예약이 모두 마감됐고, 표선지역의 해비치호텔&리조트는 9월 초까지 80%대에 육박하는 투숙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대관 문화관광연구원장은 "대한민국 내에서 모든 휴가와 소비가 이뤄지는 '여가 로켈리제이션(localization)' 현상이 본격화하고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질까 우려되긴 하지만 내수 시장 회복세는 뚜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족까지 국내로 몰리면서 휴양지의 럭셔리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스위트룸의 고가 숙박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한화리조트의 8월 중순까지 평균 객실 예약률은 80%인데,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스위트 객실 예약률은 90~95%를 찍고 있다. 롯데호텔의 최상위 브랜드인 시그니엘 서울과 새로 오픈한 시그니엘 부산의 주말 투숙률도 90%를 웃돌고 있다.
특급호텔들은 휴가철 '초고가 럭셔리 패키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휴가철 1박에 1000만원짜리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시그니처 룸인 프레지덴셜 스위트 객실에 투숙하면서 호텔 내 레스토랑까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올 인클루시브'코스다.
휴가족의 휴가 패턴도 확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에 따라 휴가 계획을 미리미리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여행 강행 결정을 총알처럼 내리는 속전속결형 휴가가 뜨고 있다. 글래드마포는 최근 OTA를 통한 예약 중 예약일과 투숙일 사이 기간이 '0~1일'인 경우가 전체의 3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11%)에 비해 3배정도 급증한 셈이다. 통상적으로 보름이나 한 달 전 미리 휴가계획을 잡던 '코로나 이전 패턴(15~30일)'은 총 예약분 중 7%에 그쳐 작년(20%)보다 13%포인트나 내려앉았다. 문선옥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팀 팀장은 "코로나19가 휴가족의 예약.숙박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며 "일일 확진자 추이에 따라 동선을 빠르게 바꾸는 순발력있는 여행 패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 2020년 7월 28일 화요일 신익수 여행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