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생어구(禍生於口)와 구화지문(口禍之門) ◑
옛말에 화생어구(禍生於口)라는 말이 있어요
이는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는 뜻이지요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가지요
한번 뱉은 말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불교에서 말하는 십악(十惡) 중에는
허망한 말(妄語/ 망어),
꾸며대는 말(綺語/ 기어),
남에게 욕하는 말(惡口/ 악구),
이간질하는 말(兩舌/ 양설) 등
말에서 비롯된 것이 네 가지나 들어있어 말의 중요성, 위험성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 화생어구(禍生於口)라는 말은
조선후기 학자이자 문신 성대중(成大中)문집에도 실려 있지요
그의 잡록집 '청성잡기(靑城雜記)'의 질언(質言) 편에 보면
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荒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사람은 그 말이 번잡하고,
마음에 주관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거칠다
禍生於口 憂生於眼 病生於心 垢生於面
화생어구 우생어안 병생어심 구생어면
화는 입에서 생기고, 근심은 눈에서 생기며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긴다
또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이인지언 난여면서 상인지어 이여형극
一言半句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
일언반구 중치천금 일어상인 통여도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와 같다.
한마디라도 무겁기가 천금과 같고,
한마디 말이 상하게 할때는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 같다
또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도 있어요
원래는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라 하지요
“입은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라는뜻으로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에 나오는 구절이지요
당나라가 망한 뒤의 후당(後唐)때에 입신하여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정치가가 있었지요
그는 오조팔성십일군(五朝八姓十一君)을 섬겼는데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개의 성을 가진, 열한명의 임금을 섬겼다는 말이니
그야말로 처세에 능한 달인 이었지요
풍도(馮道)는 자기의 처세관(處世觀)을 아래와 같이 후세에 남겼어요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안신처처우(安身處處宇) : 가는곳 마다 몸이 편안 하리라.
풍도(馮道)는 인생살이가 입이 화근(禍根)임을 깨닫고
73세의 장수를 누리는 동안 입조심 하고 혀를 감추고
말조심을 처세의 근본으로 삼았기에
난세에서도 영달을 거듭했다 하지요
그외 고사성어중에도
수구여병(守口如甁) : 입을 병마개처럼 지킨다.!
사불급설(駟不及舌) :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의 힘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 .
화종구출(禍從口出) : 화는 입으로 부터나오고
병종구입(病從口入) :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등등 동서고금을 통하여 헤아릴수 없이 많이 있지요
세치혀는 글자 그대로 10cm도 안되지만
말을 잘하면 세상 무엇보다도 힘과 용기를 주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원자폭탄 보다도 무섭고
해일과 같은 천재지변(天災地變) 보다 두렵다고 했어요
말을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지요
다시말해 말처럼 선하고 말처럼 무서운것이 없다는 뜻이지요
이것이 말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지요
좋은말과 나쁜말은 모두 입에서 나오는데
어떤말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리 보이듯
한마디의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품위 자체를 지켜내지요
말 한마디로 세상은 남이 되고 이혼하고 원수가 되고 전쟁을 하지요
입을 조심하고 혀를 조심하고 말을 삼가라는 것은
인간 세상이 존재하는 한 유구한 불변의 진리인것 같아요
입 조심이 얼마나 어려우면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계속 이어져 왔을까요?
갑자기
"심신(心身)이 편안한 삶은 말을 삼가는 것이다"라는
옛 선인의 말이 생각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