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 살해' 미국의 7배…韓 가족이 흔들린다
2020. 05. 07 13:21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에서 70세 할머니와 12세 손주의 시신이 비닐에 싸인 채 장롱 안에서 발견됐다. 살인 피의자는 아들이자 아버지인 허모(41)씨. 허씨는 금전적인 문제로 모친과 다투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노원구에서는 80대 노모를 폭행했던 50대 아들이 존속상해 혐의로 7일 구속되기도 했다. 충북 제천경찰서도 지난 5일 80대 아버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딸 A(54)씨를 존속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존속범죄가 매년 늘어나면서 한국의 가족윤리가 흔들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윤리가 취약해진 가운데 가족간 소통 부재가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존속범죄 4년전 대비 1.8배↑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총 2275건의 존속범죄가 발생했다. 4년 전인 2014년 1206건에 비해 1.8배 넘게 늘었다.
이 중 존속폭행이 1603(70%)건 발생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4년만 해도 729건에 불과했지만 배가 넘게 늘면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 4년간 50선을 유지하던 존속살해는 2018년 70건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살인 범죄의 약 8%에 해당하는 숫자로, 이는 타국대비 매우 높은 수치이다. 미국의 경우 존속살해가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기준 1.2%로, 우리의 7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
존속상해, 존속체포·감금, 존속협박 등 다른 존속범죄도 모두 늘어나고 있다. 존속협박의 경우 212건을 기록하며 2014년(76건)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다.
형법에 따라 존속 대상 범죄의 경우 같은 범죄라도 가중처벌하고 있지만 패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소통의 부재가 빚은 참극…"서로 예의 지켜야"
전문가들은 존속범죄가 최근 몇년간 급증한 이유 중 하나로 가족간 소통의 부재를 꼽는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살인사건의 60%가 서로 잘 알고 있는 친지 간 발생한다"면서 "살인을 흔히 '가족살인'이라 부르는 이유인데,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이 서양보다 이런 상향이 더욱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가족중심적이던 한국에서 최근 들어 가족 간 존중이 사라지면서 존속범죄가 치솟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인간의 존엄성, 생명윤리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도덕윤리가 약화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공 교수는 평상시 가족간 의사소통을 자주 하고 대화창구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고 서로를 하나의 독립적 인간으로 존중해야한다"면서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에 풀다보니 갈등이 심화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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