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서 만난 송기원 작가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시종일관 솔직한 답변으로 행사에 임했다. 전라도가 고향인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사투리를 들어온 나는 부모님의 친구 분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고, 그가 더 편하게 느껴졌다.
한 달 전, 수업 중 과제로 개개인에게 정해진 작가의 작품을 읽고 좋은 표현을 찾는 숙제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게 지정된 작가가 바로 송기원이다. 그 때, 내가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받은 진아를 질투하자, 책을 나눠주시면서 박 선생님께서 다 이유가 있어요, 하시던 게 기억이 난다. 작가에 대한 소개에 적힌 ‘뛰어난 구성력’이라는 말에 나는 아,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었다.
물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치밀한 구성력을 가질 수 있나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이 질문을 큰 선생님께서 하셨을 때, 송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나는 두 분야 모두에서프로가 아니다. 써져야 쓰는 거지, 청탁 밭아서 쓴 적은 없다. 또, 시와 소설을 다르게 쓰고자 마음먹고 쓰는가? 하는 질문에는, 시, 소설을 쓰는 방법에 있어서도 다르게 쓰려 마음먹은 적은 없다. 구조, 구상 안 하고, 써지는 대로 쓰다 보니 써진 것이다, 라는 그의 말.
사실은 절실히 배우고 싶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말했던, 밤이 늦어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도록 만드는, 구성의 힘을 가지고 싶었으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시와 소설, 두 장르 모두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두 장르 모두에 도전을 했던 것이다. 사실, 소설은 습작기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등단 후에야 습작기를 가지게 되었다. 내게는 지금이 습작기이다. 꿈틀, 꿈틀. 문학의 첫 걸음을 이제야 막 뗀 내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지금이 훗날 내 글에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 믿는다. 개차반의 삶일수록 더 완벽한 삶을 추구한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 처음 시문화회관에서 품평을 받았던 그 글을 떠올리며 더 좋은 글, 더 좋은 표현, 더 좋은 구성에 목말라 있던, 아니 여전히 목마른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소설의 바탕은 체험이라 했던가, 그렇기에 콤플렉스는 글감으로 따지면 엄청난 보물이다. 거칠고 못나도 그게 문학의 힘이며 그렇기에 좀 더 솔직해지라고 송 선생님은 말한다. 큰 선생님의 목소리로 절실함과 사실성을 드러낼 수 있는 너의 이야기를 쓰라, 라는 이 말이 귓가를 맴돈다.
글로 만났던 송기원 작가보다 행사에서 만났던 송기원 작가가 나는 더 좋다. 재밌고 밝고 즐겁다. 세 시간에 가까운 행사에도 서글서글한 웃음과 장난기 섞인 진지함.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그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고, 웃다가 끝나버렸다. 몇 번 되지는 않지만 내가 참여했던 문학행사 중 단연 1등이었다.
첫댓글 저도 송기원 선생님과의 대화가 그동안의 작가와의대화 행사중 손에 꼽을만큼 좋았어요. 작가라는 타이틀을 떠나 인물 자체에 짙은 매력을 느낀것도 송기원 작가님이 처음이었구요. 후기 잘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