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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디스 민즈 워>에 숨어있는 끔찍한 현실 |
| [리뷰] 당신은 이 영화가 마냥 재미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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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코디미 영화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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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개봉한 영화 <디스 민즈 워>가 인기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입소문으로 영화를 홍보하고 있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영화평이 호의적이다. 물론 그만큼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웃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영화는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심지어 N포털에서는 영화에 평점 8.72를 선사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영화 <디스 민즈 워>가 인기를 끄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가 한국영화가 아니라 하필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가 무엇이 있었던가. 아무리 미국 본토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한들, 코미디 영화는 물만 건너오면 다른 장르와 달리 힘을 못 쓴다. 제 아무리 천하의 짐 캐리가 우스운 표정을 짓는다 해도 우리는 그리 쉽게 웃어주지 않는다. 그 명성과 상관없이, 출연 배우와 상관없이 외국 코미디는 한계를 지닌다.
도대체 왜 우리는 다른 사회의 코미디에 이리도 각박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영화 속 사회를 잘 모르기 때문이며, 그만큼 웃음코드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코미디 영화를 보고 웃기 위해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회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결국 웃음이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현실이나 상식을 비틂으로써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식은 결코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단순히 배운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생활을 통해서 체득되는 법이다. 해외에 나가 살면서 그 사회를 온전히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이 그곳 사람들과 함께 웃을 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한 각 사회는 저마다의 웃음코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슬랩코미디와 같이 보편적인 웃음코드도 존재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그 사회의 특성화된 웃음코드를 이용하는 스탠딩 코미디가 대세다. 시대도 시대이니만큼 현 세태에 대한 풍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네가지' 등을 비롯하여 <나는 꼼수다>의 열풍은 현재 우리가 갈구하고 있는 웃음코드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현재 상황이 이러니 외국의 코미디가 어떻게 인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을 웃기려면 우리가 익숙한 동시에, 현 시류에 민감해야 하는데 외국의 코미디는 어쨌든 현재 우리가 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이다. 쉽게 동감하거나 쉽게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들만의 웃음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르 특성에도 불구하고 영화 <디스 민즈 워>는 인기를 끌고 있다. 도대체 영화의 어떤 점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일까?
영화의 인기비결
인터넷 곳곳에 적혀 있는 누리꾼의 영화평을 취합해보면 영화 <디스 민즈 워>의 인기 요인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재미있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기 좋다."
그렇다. 영화 <디스 민즈 워>의 인기의 요체는 그 단순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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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로 우리가 흔히 보아 온 공식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는다.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사랑의 경쟁을 벌이며, 주인공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가족의 중요함을 깨쳐간다. 요컨대 로맨틱 코미디의 불문율인 삼각관계와 할리우드의 가족주의가 영화의 전부다. 머리를 많이 쓰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영화는 액션을 표방한다. 내용은 전혀 고민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달리고 부수기만 하면 되는 장르. 액션물만큼 단순하고, 관객들의 내용에 대한 기대가 낮은 장르가 어디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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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영화의 인기를 앞서 언급한 장르 특성만으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 전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가 많고 많았지만 앞서 언급한 한계로 말미암아 그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디스 민즈 워>의 인기를 다른 요소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시점이다. 영화의 인기는 그 영화가 상영되는 사회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기 마련인데, <디스 민즈 워>가 대표적이다.
총선이란 정치 이벤트를 맞아 하루가 멀다 하게 사건사고가 터지고, 고발이 난무하는 요즘, 우리는 피곤하다. 같이 흥분하고 분노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모든 걸 내려놓은 채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수 있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화 <디스 민즈 워>는 때마침 관객들에게 그런 시간을 제공해 준다. 그러니 인기를 끌 수밖에.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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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단순함을 내걸고 적절한 시기에 개봉을 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디스 민즈 워>. 그러나 그 인기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자 하니 개인적으로 영화 내용 중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한 명의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두 명의 CIA 요원들이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지켜본다는 바로 그 설정이 유독 눈에 거슬린 것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영화적 상상력의 소산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리지 않은 미국의 CIA가 감히 요원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민간인 사찰을 할 리 없다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이 생각할까? CIA의 개인 감시라는 영화의 설정을 단순히 허구라고 생각할까?
아마도 관객들 중 많은 이들은 CIA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한다는 영화의 설정 그 자체에서 아예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보기관의 개인에 대한 감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실제로 현실에서도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감시 자체가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흔하디 흔한 일로써 사람들에게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설마 내가 감시의 대상이 되겠느냐는 안일함과 국가기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문제는 그와 같은 인식이 초래하는 결과다. 영화는 다행히 CIA 요원과 주인공 여자가 결혼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맺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당장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사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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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안이 이렇게 위중한데도 현재 우리사회에서 민간인 사찰은 아직까지도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물론 진보매체들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과도 비교하며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끊임없이 알리며 곧 다가올 총선의 프레임을 다시 짜는 계기로도 이용하려고 하지만, 그 일이 마냥 쉬워 보이지는 않다. 계속되는 추가 고발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만큼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보수언론들의 외면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민간인 사찰에 대한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그 정도 사찰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나는 그 사찰의 대상에 끼지 않으리라는 안이한 생각이 현재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민간인 사찰의 파괴력을 급감시키고 있다. 영화 <디스 민즈 워>를 보면서, 그 영화에 나타나고 있는 민간인 사찰에 대해 무감각한 만큼 현실의 사찰 역시 용인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허구다. 그러나 모든 허구는 사실을 기초로 한다. 현재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 사찰을 절대 해피엔딩으로 끝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