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하품과 졸음입니다. 일주일 간의 피로가 온 몸 여기저기서 티가 나도록 아우성입니다.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 둘만의 시간을 간만에 영화보는 시간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영화보자는 말에 그저 신나해하는 태균이. 영화보다는 팝콘먹는 재미가 더 먼저 머리 속에 그려졌을 것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는 너무 보고싶었던 영화입니다. 우주공상 영화인데도 묘하게 레트로감성이 잘 살려진 영화라서 1,2편 아주 재미있게 보았고 3D버젼은 소장까지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배곧 베니스스퀘어에 주차하고 7층 CGV로 올라가면서 다소 흥분한 듯 하더니 역시 바로 키오스크로 직행, 팝콘과 콜라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데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언제 이렇게 마스터했지? 아바타 속편 보러 두어번 온 게 다인데도 역시 이런 기계조작은 선수급입니다.
저녁 7시 20분에 시작하는 관람이 목표였는데 금요일답게 끔찍하게 밀리는 도로에 막혀 8시 20분 상영분을 보았으니 끝난 시간이 그리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주공간을 떠도는 각개 왕국에 소속된 변이생명체들은 더 화려하고 다양해졌습니다. 그 많은 변이생명체들의 분장에 소요된 비용이 얼마나 클지, 이런 우주공상과학 영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레트로감정을 자극하는 오래된 팝송들의 적절한 활용은 1,2편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많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의도성이 강해보이지만, 사이코패스가 대세인 변이생물체들의 감성자극이라는 측면은 이 시대에 필요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 감성자극의 주인공이 지구인인 반인간이라는 게 1,2,3편의 일관된 내용이고, 이 주인공 엄마가 남겨준 구형 카세트테입 플레이어 안에는 1950년대 이후 시대별 팝송리스트는 2000년대까지 다양합니다.
세상정복 의지를 불태우는 변이생물체나 기계설계화된 생물모조품들의 야욕은 생명존중이라는 가치자체에 대한 부정을 기본 전제로 해야합니다. 생명에 대한 마구잡이식 실험행태나 동물학대, 변이생물체의 공장식 생산 등 배경은 우주이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보이지않는 무서운 미래가 다 담겨져 있습니다. 공상을 가장한 우주배경에 레트로감성의 조화는 3편에서는 억지스러움이 강한 면이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메가급 히트칠만 하기는 합니다.
태균이의 영화보기는 아직은 먹기위주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잘 버틴다 했는데, 거의 끝나갈 무렵, 지루할 때 표시, 화장실가겠다고 주먹쥐고 손을 흔듭니다. 다녀오라고 했더니 돌아올 시간이 훌쩍 넘겼는데도 돌아오질 않습니다. 영화관이 여러 개라 5관을 못 찾은 것인지, 들어오기 싫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닌 것인지 영화관직원이 들어오는 걸 보고 제가 직감하고 바로 나가 대응을 했습니다.
아직은 도움이 필요한 표시를 내긴 하지만 조금만 더 연습을 하면 영화보기정도의 문화적 생활예절은 잘 해낼 듯 싶습니다. 신나는 음악콘서트 함께 해보기도 우리의 버킷리스트라서 연습이 한참 필요하긴 합니다. 물론 태균이가 이해할만한 내용이 우선이겠지만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성된 영화들이라서 완전 지루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게 연습을 거쳐야만 합니다.
이 화려한 세번째 우주공상 영화의 서두 장식 음악은 제가 좋아하는 Radiohead의 Creep입니다. 정상이라는 삶에 끼어들지 못하는 특별하고픈 찌질이의 하소연같은 이 노래는 마치 세상에 끼어들지 못하는 자식을 둔, 그런 아들을 사랑하는 어미 마음같기도 합니다. 꿈보다 해몽입니다! https://youtu.be/9RfVp-GhKfs
첫댓글 간만의 모자 데이트, 먼길 고생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