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장터 [동락점빵 이동장터 이야기] 12월 13일 운행기록

[동락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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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난민을 극복하는 우리 동네 유일한 슈퍼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어제에 이어 12월 둘째주의 두번째 이동장터입니다.

어제보다 날씨가 조금 좋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주 주말 눈 소식이 있었는데, 눈이나 비가 오려나 싶습니다.

날이 좋지 않을 때는 어르신들이 집에서 주로 나오지 않으십니다. 그럴 땐 주로 집집이 더 찾아다녀야 합니다.

나오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개별 방문이 더 필요할 오늘일듯 싶습니다.

9시 15분,

지난 수요일, 꼭대기 집 삼촌은 오늘 못나오신다며 미리 주문을 해서 배달을 갔었습니다.

윗집 어르신과 우측 윗집 어르신 나오셔서 물건 사시러 나오십니다.

"지비가 추천하는건 울 손녀가 잘 안먹는것 같네." 하시며 웃으시는 어르신.

오늘도 손녀 주기 위해 호빵 하나와 번들과자 하나, 짜파게티 라면 한번들 구입하십니다.

9시 45분,

마을 내 곳곳을 다녀도 어르신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것인지.. 회관을 가도 회관에 어르신들이 세분정도 계십니다.

어르신 일자리가 끝나면 그래도 좀 만날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변함이 없었습니다.

회관에 계신 어르신들도 뭐라도 사줘야한다는 말씀을 해주시지만, 아쉬운 이야기 계속 해봤자 무엇이 달라질까요.

더 아쉬운 이야기 나오기전에 안부 여쭙고 나옵니다.

10시,

집에서 나오시는 어르신, 두부 2모 달라고 하십니다

항상 물건 사실 때마다

"고마워요~ 많이 파세요~ 안전 운전 하세요~" 하며 존칭 써주시는 어르신.

편안하게 말씀하실법도 하신데, 늘 존중해서 말씀해주시는 어르신이 고맙습니다.

10시 15분,

어르신께서 오랜만에 제각 앞에 나와계십니다.

늘 계란을 사시는 어르신입니다. 뵙자마자 계란 필요하시죠? 라고 이야기하시니 맞다고 하십니다.

가끔은 나오기가 힘들어 배달주문을 하시곤하는데, 오늘은 계란 한 판만 주문하셔서 그런지 미안한 마음에 나오신듯 싶었습니다.

어르신 계란 한판 드리고 올라갑니다.

10시 20분,

오늘은 거래가 별로 없던 어르신이 나오셨습니다.

조합원인지 아닌지 확인 하였더니, 저희 조합원이셨습니다.

흑미 하나와 막걸리 하나. 봉지에 넣어 드립니다.

1년에 거래가 1~2번되는 분들은 평상시에 어떻게 물건을 구매하시는지, 조합원분들을 통해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조금 올라가니 시정에 다른 어르신도 계십니다.

어르신께서도 두부 2모 사십니다. 추운 날 국에 넣어드실려고 하시는지, 겨울엔 두부가 잘 나갑니다. 반대로 여름엔 무쳐먹는 반찬으로 콩나물이 잘 나갑니다.

윗 마을로 가니 우리 어르신 잔돈을 한움큼 모아오셨습니다.

"아니 동전이 너무 많아. 주머니가 무거워~" 하십니다.

사이다 2개, 7천원.

100원짜리 55개, 500원짜리 3개로 주십니다.

면단위 농협에서는 잔돈 입금과 교환을 해주지 않습니다. 잔돈을 들고가는것도 무거워서 갖고 가기도 힘든 것이 어르신들입니다.

10시 45분,

"난 어제 오는 줄 알고 종일 앉아있었는데, 날짜보니깐 오늘이 아니더만~" 하시는 어르신.

집에 온 상하수도 고지서를 보며

"이게 농업용이여? 저게 집이여?" 하십니다.

우편물 글씨가 작아서 잘 안보이다보니, 늘 우편물을 읽어드리는 것이 필요한 어르신입니다.

각각 금액과 용처 알려드렸습니다.

지난주에 반찬으로 김을 사셨으니 아직 남아있으실 것 같았습니다.

물건 사는건 다음주에 사는것으로 넘어갑니다.

11시,

어르신 댁, 지린내가 안방에서만 났었는데 거실까지 나기 시작합니다.

어르신 집에가면 나는 특유의 냄새이긴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조금 염려가 됩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어르신댁 청소를 하기 위해 곰팡이 제거제 주문을 해주시고 어르신께서 결제해주십니다.

어르신께는 손 잡아드리며 인사드리고 나옵니다.

11시 10분,

집안에 남자 어르신 혼자 계십니다.

"울 마누라가, 읍에 나갔는데 뭘 사라고들 안하고 나갔네."

늘 사시던 요플레가 필요하신지 여쭤보니,

"것도 마누라가 알어, 냉장고서 꺼내주는데 몇개 남았는지 나는 몰러~" 하십니다.

인지에 대한 기능이 떨어지고나면 자립하는 삶을 꿈꾸는것이 점점 어려워짐을 생각합니다.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 어떻게 해야할지. 그것이 무엇인지. 고령이 되어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지.

11시 20분,

마을 시정에 요양보호사와 함께 나와 계시는 어르신.

지난번 어르신께서 시정 마당에서도 정차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어르신께서 시간과 날을 기억하시곤 나와계십니다.

"계란 한판하고, 보리쌀 하나, 그리고 퐁퐁 하나, 콩나물 하나 주쇼."

요양보호사와 함께 의논하여 필요한 물건과 반찬거리 할 것들 사십니다.

퐁퐁도 큰거 사실려다 리필용도로 작은거 하나 사십니다.

불필요한 과 지출은 안하는 것이 좋지요.

어르신 드리고 윗집 가봅니다.

남자 어르신은 지난주엔 방 안에 의자에 앉아 계셨는데, 오늘은 침대에 누워계시는것을 문틈으로 확인합니다.

여자 어르신은 "고맙네~ 앞으로 2주에 한번씩 와~" 하십니다.

여기 어르신은 늘 계란 한 판과 콩나물 하나를 사십니다. 다 먹는 주기가 2주정도 소요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꾸준한 거래는 곧 관계형성이며 신뢰입니다.

11시 40분,

마을 뒤로 가보니 김장이 한창입니다.

세집의 김장을 함께 한다고 합니다. 참여하는 어르신들 김장인지 여쭤보니,

"아녀~ 저기 다른집이여~ 이거라도 해야 밥 얻어먹지~" 하며 웃으개 소리로 이야기하십니다.

"집에 혼자 있는데, 이런거라도 같이하면 심심하지 않고 좋잔어~"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함께 할 작은 구실거리들이 많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인원이 아니라, 소규모로라도 할 수 있는 작은 일거리라 있다면 더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 사이 아랫집 젊은 삼촌 술 사시러 옵니다.

소주 공병 1박스, 맥주 공병 1박스 주시고 공병값 제하고 물건 받아가십니다.

김장 참여하던 어르신 중 한 분은

"나 두부 3모, 사이다 큰거 2개 주쇼." 하시며 집으로 돈 가질러 가십니다.

3주 연속으로 두부 3모씩 사십니다.

13시 40분,

오늘은 건강체조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든 어르신들이 잘 따라하시고 좋아라하십니다.

우리 건강체조 선생님 어르신들께 인기가 많습니다.

끝날 무렵 어르신들은 계속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쭤보십니다.

"면사무소가서 접수하면, 군으로 취합할거에요`" 라고 이야기하시는 강사님.

어르신께서 제게 확인해달라하셔서 확인하고 바로 면사무소 연락해서 기간 확인합니다.

아직 접수 기간이 아닌지라, 담당 공무원이 접수오면 알려주시겠다고 합니다.

끝나마자 어르신들 두부 주문 바람 붑니다.

여기서만 9모.

물엿도 사시고, 술도 사고, 부탄가스도 사주십니다.

한 어르신은 외상으로도 물건 떼가시십니다.

맞은편 보건소 소장님, 새로오셨나봅니다. 낯선 얼굴.

점빵차 서는걸 자주 보셨다며 물건 사러 오셨다고 합니다.

간식으로 먹을 소보루빵 한개 사가십니다.

날이 좋지 않아 장사가 잘 안됬지만, 어르신들 덕분에 오후 장사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14시 10분,

대문이 잠겨져 있지 않습니다.

어르신집으로 들어가니 이제 서야 식사를 막 마치셨습니다.

인사드리며 안부 여쭙습니다.

"튀김가루 있는가? 우리 요양보호사가 감자를 튀김가루 해서 주는데, 그건 좀 먹을만하더만"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음식도 쉽게 아무거나 드실 수 없어서,

잘 넘어가는 음식 위주로 드십니다. 여기 어르신도 94세이십니다.

스스로 꾸준하게 해드시는 삶이 대단하시다 싶습니다.

14시 30분,

회관에 오늘도 5분이 모여계십니다.

늘 절 보면 커피 한 잔 주시고자 하는 어르신들.

가끔씩 그럴 때가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자주 마주하면, 마치 어제인것같은, 데자뷰라고하나요?

이곳도 그러합니다. 늘 들어가면 트로트 방송 티비를 보고 있고, 어르신들은 누워 있고... 간식먹으면서 이야기하고..

몇주 반복하다보면 시간 개념도 헷갈릴 떄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이 더 단조로워지는구나 싶습니다.

떠나려던 찰나, 지나가던 주민께서 두부 한 모 달라고 하십니다.

다음 마을 가는 찰나, 가는길에 사신다며 한 모 드립니다.

14시 45분,

눈이 오기 시작합니다.

어르신들 건강체조도 끝났습니다.

미리 주문하신 어르신 물품 챙겨 놓습니다.

다른 어르신들도 오셔서 고등어, 동태 사가십니다.

아랫집 어르신 안나오셔서 어쩐일인지 가보니 몸이 좋지 않다고 하십니다.

"올라가는건 괜찮은데, 내려올 떄 무릎이 너무 아파."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댁에서 회관까지 경사가 생각보다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오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울집에 고등어 두손, 그리고 그 잘라먹는 큰 김있지? 그거 두개 갖다줘." 하십니다.

어르신 물건 갖다드리고 갈려던 찰나

"커피 한 잔 먹고가~" 하십니다.

시간이 늦어 바로 가야한다고 하니

"그러면 콩나물도 하나 주고 가~" 하십니다.

금방 떠나가는것이 아쉬우셨나봅니다.

커피 한 잔 먹고 가면 좋은데, 눈비가 오다보니 마음이 바빠집니다. 어르신 인사드리고 나섭니다.

15시 10분,

회관 공사가 아직 안끝났습니다.

어르신 집에 가보니 안방에 누워계십니다.

"으 왔어~ 지난번 호빵 맛나더만, 거 또 있어?" 하십니다.

"아 그리고, 김밥재료 있어?" 하시는 어르신. 손주가 좋아한다고 합니다.

매장에도 없을 것 같아 말씀드리니, "그러면 호빵만 두개 줘." 하십니다.

건너편 집 어르신.

"아 지난번 외상 확인했어?" 하시는 어르신. 오늘도 한 잔 하신듯 싶습니다.

지난번 외상값은 모두 결제했는데, 기억이 안나신가봅니다.

"결제 벌써했어?" 하시는 어르신.

하며 술과 찬거리 사시며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술을 자주 드셔서 그렇지, 이동장터를 애용해주시는 어르신입니다.

아랫집 가니, 아드님께서 배추를 절이고 있습니다.

어르신 안사드리고 간다고 하니 안에 계신다고 말씀해주십니다.

부녀회장님이 안에 계십니다.

"울집 김장은 이제 해~" 하십니다.

어르신은 어디계시는지 여쭤보니 안방에서 나오십니다.

"지난번에 손목 부러진게, 이번에 손이 또 그래~"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한 번 뼈가 부러지면 이후에 통증이 지속적으로 오기도합니다.

어르신 와줘서 고맙다며 손 잡아주십니다.

부녀회장님은 가면서 먹으라고 갓 찐 옥수수 2개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떠나려던 찰나, 우리 어르신 아들 줄 소주 6병 하나 사십니다.

어서 가라고 말씀해주시는 어르신.

아들과 장사꾼 둘다 챙겨주십니다.

15시 40분,

어르신 댁에서도 김장이 한창입니다.

따님이 오셔서 육수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집은 다시마랑 멸치로 육수 우려내서 해요. 삼촌 이것좀 같이 들어줘요." 하십니다.

아궁이서 팔팔 끓인 육수. 대야에 담아 옮깁니다.

어르신은 식구들 먹을 고등어 4손 사십니다.

어르신 인사드리고 내려가 마지막집 들립니다.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 어르신 집. 들어가보니 안방서 홀로 누워계십니다.

지난번 저희 딸에게 용돈 만원 주신거 감사인사드리니,

"지비가 택배도 보내주고, 똥거름도 해주는데 무슨 그런 말을 해~" 하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아들 하나 꼭 더 낳아~"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은

"내가 24살때부터 힘들게 지내왔어. 나는 20살 젊은 청춘을 다보냈어." 하십니다.

시집살이가 심하고, 아들없는 서러움을 그 오랜기간 받으셔서 그런지, 그 상처가 어르신 가슴 속 깊이 남으셨나봅니다.

만날 때마다 이야기해주시는 어르신.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더 들어드려야겠다 싶습니다.

16시,

이동장터 마무리합니다.

먼 산에 눈이 쌓여있습니다.

날이 좋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줄었습니다.

그래도 만나는 어르신들은 더 많이 만났습니다.

매출에 대한 고민이 늘있지만, 어르신들 안부 확인 했던 날로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