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 아들한테 쓰는 편지글 형태로 목조주택 학교의 내용을 아주 쉽고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연재할 생각입니다. 내 아들이 나중에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 글을 통해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목조주택을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독자들한테 미국식 목조주택의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경 5평짜리 이동식 목조주택 학교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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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적산이 보이는 현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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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오늘은(4월 11일) 새벽에 경상북도 문경에 날아왔다. 어제 늦게까지 후배들과 술자리에 있느라고 좀 피곤했지만 새벽에 일을 하러 이곳에 오니 정말 공기가 좋고 경치 또한 빼어난 곳이구나.
네가 학교 선생님한테 자랑했듯이 요즘 아버지는 인터넷 신문을 만드는 데 한동안 정신없이 살아왔단다. 그래서 네게 아버지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네가 좋아하는 축구도 함께 할 수 없었단다.
너희 교장선생님이 학교 잔디구장을 완전 개방하기로 했는데 날씨가 좋은 요즘 너와 축구 한번 못해서 미안하구나. 이렇게 아버지가 뜬금없이 편지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너한테 이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되었단다.
아버지도 이제 45세라는 나이가 되었구나. 아직 젊다면 젊고 늙었다면 늙은 나이이지만, 이제 아버지가 살아갈 날도 많지 않았구나. 지난해 아버지가 큰 수술을 한 것도 있지만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지난 살아온 만큼은 살 수 없으리라 생각되어 지금까지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과 기술들을 너한테 남겨주고 싶은 욕심으로 이렇게 글을 시작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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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 자리를 삽으로 직접 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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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먼저 아버지의 생각은 성욱이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학교를 그만다녔으면 한다. 이 문제는 그때 가서 엄마와 너와 아버지가 의논해야 할 문제이지만 우선 아버지의 생각은 초등학교 정도만 마치면 한글과 덧셈, 뺄셈 곱하기 나누기를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배웠기에 살아가는 데 아무 불편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집에서 그냥 홈스쿨링을 시키고 싶기도 하고 아버지가 너를 데리고 다니며 일을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목조주택 기술과 모든 걸 네가 배워 살아가는 데 좋은 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아버지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획기적인 일을 제안하는 건 아버지가 해온 목수의 길이 그 어느 직업보다도 보람 있고 전망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획일적인 사고와 관념적인 실업자들만 양성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단다.
성욱이가 앞으로 독서만 열심히 하고 영어학원에서 영어 배우고, 컴퓨터 배우고, 특히 캐드나 스케치업 같은 도면 프로그램을 익히면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엔터테이먼트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거기에 글쓰는 훈련을 해 글을 아버지보다 더 잘 쓴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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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빔 각 잡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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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문경에 짓는 5평짜리 목조주택은 여러가지 조건으로 이동식으로 짓기로 결정했단다. 원래 땅은 대지인데 건축허가를 받기가 복잡하고 주말 중심으로 사용하는 농가이기에 정식적인 집을 짓는 건 무리였단다. 왜냐하면 정식적으로 집을 지을려면 정화조를 묻어야 하고 전기를 신설해야 하고, 지하수를 개발해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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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게차 다리가 들어갈 구멍을 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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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첫날은 우선 H빔을 싣고 현장으로 왔다. H빔을 공장에서 주문했는데 현장까지 이동하는 것도 문제이고 용접하는 것도 아버지가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런 건 그냥 공장에 맡기는 게 좋단다. 그들은 운반할 트럭이 있고 용접할 장비와 시스템이 있기에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아버지가 직접 하면 비용이 더 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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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서리 용접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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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현장에 도착하고 조금 있으니까 H빔을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그 차에는 미리 준비한 목조주택 재료가 함께 실려 있어 용달비를 아끼게 되었다. 아버지가 타고 다니는 1톤 트럭이 또 엔진에 문제가 있어 맡겼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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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아버지는 서울에서 목조주택을 배우겠다고 내려오신 이영수(61)씨라는 분과 냇가에서 주춧돌이 될 만한 돌을 미리 주워다 놓았단다. 이 돌은 H빔을 용접하고 수평을 맞춰 밑에다 고일 때 필요한 거란다. 참 요즘 아버지가 고민하고 있는 건 목조주택 학교란다. 그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조주택을 배우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이쪽 부분도 아버지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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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냇가에서 돌을 나르고 있는 이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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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아버지가 목조주택으로 유명해지니까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고 문의가 빗발치는구나. 그래 목조주택 학교 형태를 정식으로 준비하고 수강생들한테 비용을 받아 운영하는 것도 아버지의 수익 면이나 목조주택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단다.
전에는 목조주택 기술을 돈 받고 가르쳐 주는 게 좀 낯간지럽기고 하고 아버지 마음에 차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기술을 가르쳐 주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 정도만 부담시켜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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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서리 부분 용접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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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현장에 H빔을 4명이서 낑낑대며 들어 날랐다. 생각보다는 가벼웠지만 그래도 무겁더라. H빔을 현장에 늘어놓고 흙으로 밑을 고이며 용접을 했다. 용접은 전문가인 아저씨가 했는데 역시 전문가가 하니까 용접이 다르더구나. 마무리 페인트칠까지 하고 나서 보니 아주 훌륭한 기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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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기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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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 용접이 끝나고 나서 지렛대를 이용해 H빔을 들어 냇가에서 주어온 돌을 받쳐 수평을 맞쳤다. 이 수평 맞추는 작업이 기초공사의 마지막이 되었단다. |
첫댓글 오마이에 간간이 목조주택 집짓기 기사를 올려주시는 장승현 님이 새로운 연재글을 시작하시나봅니다. 이어질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허가나 신고없이 지을 수 있는 농막을 짓는 이야기로 시작하는군요. 우리마을의 시골여행님과 도영님은 컨테이너를 들여놓는것으로 시작하셨구요, 엊그제 만난 목수 님은 영덕 터에 세평 정도의 목조농막을 세우고 계신다는군요. 20평방미터 이하의 농막의 경우 신고나 허가사항이냐 아니냐는 지자체마다 다르니 확인하시고 시작하는게 좋을듯 합니다.
관심이 많은데.....좋은 자료군요....앞으로 기대됩니다.
문경어디에요,구경한번가보고싶고,겸사겸사문경가는데.........
계속 연재 부탁 드립니다. 관심있게 제 아들 딸과 함께 보고 있어요 ^^ 그리고 이동식으로 짓는다면 따른 허가 관계는 좀 수월한가요? 화장실이나 수도시설 허가등은 어?게 되나요...
제가 좀 게을러서 연재글이 좀 늦었습니다. 20평방미터 이하의 이동식 농막의 경우 지자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허가나 신고없이 건축이 가능합니다. 물론 대지가 아닌 농지위에도 가능합니다. 다만 전기, 화장실, 수도의 연결은 불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