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1학년 2학기부터는 자주학이라는 수업이 생긴다. ‘자기주도학습’의 줄임말이다. 모든 학생이 자주학을 하는 건 아니다. 나 같이 자습을 듣기도 한다. 똑같이 자신이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수업이지만 자주학은 더 부담감이 있고 자습보다는 더 큰 활동? 마지막에 강당 발표까지 해야 하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자습은 발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는 자습 주제로 한 ‘기타’로 발표를 할 것이다.
내가 자습을 한 이유는 저번 학기 때 강당 발표를 했기 때문에 반 발표를 하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자주학을 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다. 물론 언젠가 한 번은 하겠지만 그땐 내가 자주학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자습 주제를 기타로 한 이유는 기타가 너무 재밌고 그리 질리지 않아서다. 더 잘 치고 싶기도 했다. 1학기 중반쯤이었나, 왜 치기 시작했는진 기억 안 나지만, 사놓고 안 칠지도 모르는데 대범하게도 기타를 샀다. 처음에 어떻게 치는지 하나도 몰랐는데 친구들이 쉬운 곡부터 알려줬다. 백아의 ‘첫사랑’부터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기타가 점점 손에 익었고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마다 교실 안, 뒤쪽에 있는 평상 같은 것에 올라가 기타를 쳤다. 기타를 치는 게 내 일상으로 물든 것 같다.
기타를 취미로 가볍게 치기 위해 시작했었는데 치다 보니 더 잘 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여름 방학 때 엄마가 배우던 기타 쌤께 간단한 기초부터 배웠다. ‘slow go go’와 ‘8비트’를 배웠는데 보통 동요나 느린 음악을 칠 때 많이 쓰는 주법이다. 난 귀찮아서 스트럼으로 칠 때도 손으로 쳤는데 피크로 기본을 잡아야지, 나중에 피크랑 손 둘 다 잘 칠 수 있다고 해서 이제부터라도 피크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자습 첫 시작부터 ‘잘할 수 있겠지. 좋아하는 거니까’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막막해졌다. 분명 내 목표는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건데 어떤 곡을 할지도 안 정했고,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기타에만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집에서 기타영상들을 보다가 사고 싶은 기타 악보집을 시켰다. 악보집이 올 때까진 지금까지 쳤던 곡들이나 연습해야겠다고 하고는 조금 치다가 갑자기 일지를 쓰고 딴짓만 했었다. 악보집이 왔는데 타브 악보였다. 타브 악보는 어떤 프렛에 어떤 줄을 잡고 쳐야될지가 자세히 나와 있는 악보다. 쉽기도 하지만 복잡하기도 하다. 난 너무 어려운 곡들이 많아서 자습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기만 했다.
그렇게 기말이 다가왔고 갑자기 부랴부랴 바빠지기 시작하니 기타를 칠 시간도 부족해졌다. 곡 하나를 끝까지 하자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습시간 전부터 쳤던 거라 열심히 치지 않았고, 칠 수 있던 노래들은 첫 부분이나 하이라이트만 알고, 새로운 곡을 하자니 어떤 곡을 할지 모르겠어서 머리만 아파 왔다. 그러다 기말과 논문 2차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상황에 새로운 곡을 치기 시작했다. ‘way back home’이라는 노랜데 나한텐 어렵다. 유튜브에선 쉬운 곡이라 하지만, 고작 한 곡 치는데 너무 쉬우면 별로일 것 같았다. 악보를 뽑고 주법은 나와 있지 않아서 영상만 거의 2시간째 보며 하나하나 땄다. 주법도 아무나 따는 게 아닌 것 같다. 솔로 파트 같은 건 쉽지만 손가락을 재빨리 옮겨야 해서 어려웠다. 학교에선 할 일이 많아서 연습할 시간이 없을 텐데, 새삼 미리미리에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가끔씩 종혁 쌤이 오시면 쓰리핑거를 배웠다. 엄마 기타 쌤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배운 게 쓰리핑거 였는데 어떻게 치는 건지 기억이 안 나서 새로 배우고 있다. 쓰리핑거는 세 손가락으로 치는 주법이다. 엄지, 검지, 중지로 치는데 엄지가 6번 줄부터 아래로 왔다 갔다 하고 검지 와 중지는 1, 2번줄을 친다. 나는 쓰리핑거로 칠 수 있는 곡인 아이유의 ‘마음’을 연습 중이다.
기타가 좋아진 이유는 소리가 힐링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취미가 생겨서 좋다. 난 잘 그리는 편도 아니었지만,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좀 들었었다. 하지만 잘하는 것이 그림밖에 없는 것 같았다. 조용히 눈이랑 손만 사용해서 그리니까 다른 감각들도 활용한 취미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기타가 더 좋아졌다.
한 학기가 또 지나고 내 기타실력이 조금 는 것 같다. 하지만 자습시간 덕분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생겨 그런 것도 있고 자꾸 새로운 곡들을 배우면서 느는 것도 있다. 자습시간에 내 평가 기준, 노력했는가, 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가, 등등이 있었지만 내 평가 기준에선 영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난 만족한다. 기타를 치면서 즐거웠고 방학 때도 계속 칠거다. 대신 다음에 또 자습을 하거나 자주학을 한다면 다른 주제로 진짜 열심히 할거다.
이번 자습시간처럼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닌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배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의지를 담을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거다.
첫댓글 기타 공연이 정말 멋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