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트레킹] 38. 구미 천생산(天生山)
낙동강 둘러싸고 천혜의 요새 품은 하늘이 내린 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미시가지와 금오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추석 연휴 5일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명절 기분이 나지 않은 연휴였지만 날씨가 좋아 나들이하기에는 좋은 시간이라 그중 하루라도 해맑은 가을
하늘과 높은 구름을 벗 삼아 회색 도시를 떠나고 싶어 연휴 이튿날(19일) 서둘러 집을 나선다.
한동안 가보지 못했던 구미지역 산행을 위해 경북산악연맹 김규영 회장과 고속도로를 타고 구미로 갔다. 구미
하면 금오산(金烏山·976m)이 대표격이라 다른 산행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살펴보면 그럴싸한
산들이 제법 있다. 그중 하나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구미 서쪽의 금오산과 마주 보는 동쪽 ‘천생산(天生山·
407m)’이 구미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금오산 못지않게 구미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천생산성산림욕장 입구에 높게 붙어있는 현판 모습.
천생상성산림욕장 주차장에서본 천생산 정상과 미덕암 모습.
천생산성산림욕장 안에 있는 소나무능선길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번 산행에는 구미시산악연맹 회장을 지낸 오랜 지인인 이상호 경북산악연맹 자문위원이 안내를 맡았다.
오전 10시, 약속한 ‘천생산성산림욕장’ 주차장에서 이 위원을 만나 출발한다. 오래전 산행한 적은 있지만 낯설다.
어린이체험시설에 있는 출렁다리 모습.
산림욕장에는 각종 시설이 만들어져 있고 유아체험장을 비롯한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시설들이 갖춰져 어린
이 등산로, 출렁다리, 구구계단, 인디언텐트촌 등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산속 공간들이 펼쳐진다. 큼지막한 거
북모양의 약수대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잔마시고 숲 속으로 난 산길을 오른다.
천생산성 산림욕장 입구에 세워진 종합안내판.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대피소라는 이름을 붙인 시설물.
소나무와 굴참나무 등이 빼곡한 숲속 오름길을 500m 정도 오르니 네 갈래 갈림길이 나오고 ‘산림욕장이용
안내’ 간판과 ‘대피소’라고 쓰여 진 나무집이 반갑게 맞는다. 천생산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라 다소 헷갈리는
듯하지만 어디서 올라도 정상으로 통하게 되어있다.
어린이체험공간에 있는 인디언테트촌이 이색적이다.
필자 일행이 오른 코스는 산림욕장 입구에서 어린이체험시설이 있는 곳을 통과하여 정상까지 가게 되어있다.
숲속으로 난 길이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반들거리고 앙상한 나무뿌리가 갈비뼈처럼 튀어나와 안쓰러울 정
도다. 그런 자기희생을 치르면서 인간세계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기위해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우는
나무들에게 감사하며 힐링의 기쁨을 함께한다.
제102회 전국체전 MTB경기장임을 알리는 입간판 모습.
대피소를 지나 좀 더 오르면 정자가 나오고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을 가다 보니 길가에 ‘제102회 전국체전
MTB자전거경기장’이란 입간판이 서 있다. 구미가 올해 전국체전 주최도시라 MTB경기를 이곳 천생산에서
하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관계로 반쪽체전으로 결론 나 이 경기장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2년 가까이 우리들 세상을 뒤집어 놓은 코로나19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아픔을 준다.
빼곡한 소나무 숲 사이로 정상가는 길이 나있다.
이런저런 상념에 발걸음조차 무거워진다. 오르는 우측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끈다.
정상으로가는 길옆에 거북형상의 거북바위가 웅크리고 있다.
‘거북바위’라는 이름의 거북 형상 바위가 그것이다. 앉은 모습이 거북이를 빼다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
주변을 살펴보다 적이 실망스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거북머리 부분에 눈동자 같은 모양의
부착물을 붙여놓아 순수 자연미를 상실한 것 같아 보기가 민망스러웠다.
거북바위를 지나 솔숲이 이어지는 바윗길을 오르다 보니 바위에 유난히도 많은 둥근 자갈돌들이 박혀있음을
볼 수 있다. 오랜 옛적에 깊은 심해에서 형성된 것으로 이곳 천생산 일대가 바닷속에서 솟아올랐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저만치 높은 벼랑에 우뚝 솟아오른 삼면이 튀어 오른 큰 바위가 보인다.
정상부위에 있는 미덕암과 장송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까마득한 벼랑 위 바위에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천생산 정상부에 있는 ‘미덕암’이라고 한다.
그곳까지는 가파른 암릉길을 올라야하고 또다시 급경사지에 놓인 데크계단을 힘들여 올라간다. 끝없이 이어
지는 계단을 오르다 내려보니 ‘천용사’가 훤히 보이고 멀리 인동동 아파트단지가 눈앞에 들어온다.
가파른 암릉길이 끝나고 사위가 트이는 정상부위에 오르니 시원한 가을바람이 힘들게 올라온 산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날씨가 맑아 멀리 금오산 일대가 손에 잡힐 듯하고 낙동강을 둘러싼 구미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남서쪽 30m 지점에 깎아지른 벼랑 위 돌출되어 앉은 바위가 현기증을 자아내게 한다. 올라오면서 아
찔하게 느껴지던 ‘미덕암’이다. 사방을 두루 조망 할 수도 있고 전해오는 스토리가 있는 바위라 눈여겨봐 진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이름을 날린 홍의장군 곽재우가 왜군의 눈을 속이기 위하여 이 바위에서 흰 쌀로 말을
목욕시키는 퍼포먼스를 벌여 성안에 물이 풍족하다는 것을 보여줘 왜군을 후퇴 시킬 수 있었다 하여 ‘미덕암
(米德岩)’ 또는 ‘미득암(米得岩)’이라 불렀다고 한다. ‘천생산(天生山)’의 정상 표지석을 대신하여 ‘천생산성유래
비’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고 제단 상석이 놓여 있어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도록 하는 것 같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구미를 지키는 굳건한 성곽을 쌓아 ‘하늘이 낳은 산’으로써 그 이름값을 하는 산이다.
천생산성의 성곽이 굽이치며 뚜렷이 어어지고 있다.
천생산 정상부위 8~9부 능선에 조성된 천생산성의 축조 이력은 신라 박혁거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혁거세 때 처음으로 산성을 쌓았다고 문헌에 나오기는 하지만 명확한 것은 조선조 선조 37년 관찰사와
의병장 곽재우에 의해 축조 완성되었다는 게 지금껏 내려오는 천생산성 축조 역사라 할 수 있다. 비슷한
형태의 산봉우리 두 개를 이용하여 내성과 외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자연절벽을 이용하기도 한 성벽은
각기 1,300m 정도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인근 금오산성과 가산산성과 더불어 영남 일대의 적 침입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산성으로 알려졌다. 또한 천생산의 모양이 특이하여 ‘일자봉(一字峰)’ 또는 함지박을
엎어놓은 모양이라 하여 ‘방티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는 ‘테이블 마운틴’
을 닮았다 하여 ‘한국의 테이블 마운틴’이라고도 불리는 천생산 특유의 풍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검성지’라는 저수지에서 본 모습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에 하산하여 꼭 둘러보기를 권한다.
정상부 바위능선에 멋지게 휘어 있는 소나무 너머로 금오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바라본 통신바위가 있는 또 다른 절벽능선 모습.
천생산 능선에서 조망되는 구미시가지와 낙동강, 금오산, 황악산 등 인근 풍광이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고
깎아지른 절벽 능선길을 따라 건너편 절벽능선 끝에 있는 ‘통신바위’까지 갔다 되돌아오는 코스지만 아쉽게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천생산성 성곽을 탐방하는 코스를 택했다. 탐방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성곽길을 한 바
퀴 돌아보며 천혜의 요충지로 이런 산성이 축성되었음에 감탄한다. 허물어진 성곽을 정비하여 어느 정도는
다듬어져 있지만 좀 더 손길이 필요할 것 같다. 자연암벽과 함께 축조된 성곽길을 헤집고 나와 다시 천생산
정상으로 오른다. 어렴풋이나마 천생산성의 윤곽을 가늠 할 수 있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을 찾아 볼 수 있
는 기회가 되어 천생산 산행의 묘미를 크게 느껴 본 시간이었다.
천생산사랑로라고 이름붙은 산책로가 숲속으로 이어져 있다.
급경사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와 산림욕장에 닿았다. 이상호 위원이 산행 뒷맛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천생산사랑길’이라는 숲길로 안내한다. 짙은 솔숲 속 오솔길에서 마무리 힐링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여운이 남는 산행이었다. 자동차로 이동하여 ‘검성지’에 있는 ‘검성지생태공원’을 돌아보며 검성지에 내려
앉은 ‘하늘이 낳은 산’ 천생산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는 멋도 부려본다. 일자형 천생산 모습이 예사롭지 않
음을 여기 검성지에서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검성지생태공원에서 바라 본 천생산 특유의 모습과 호수에 투영된 천생산이 환상적인 풍광을 만든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차 한 잔의 여유를 경북산악연맹 김낙관 이사가 운영하는 갤러리가 있는 카페 ‘쟈르뎅
데자르’에서 ‘꽃과 달 그리고 연인’을 그리는 이영철 화백의 ‘그림나무 갤러리’에서 독특한 화풍의 그의 작품도
감상하며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이 화백과 달콤한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풀고 돌아선다. 처음 만난 이 화백이
혜민 스님의 책 속 삽화를 그렸다는 생각에 ‘꽃밥’이 생각나고 사랑이 느껴지는 구미의 하루였다.
‘힐링 앤 트레킹’ 서른여덟 번째 ‘걸어서 자연 속으로’ 구미 천생산 이야기를 마치면서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상호 위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글·사진=김유복 경북산악연맹 前 회장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前 회장 l 승인 2021.10.01 l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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