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리인허 지음/김순진 옮김/아르테 2020년판
여성에 대한 시각변화는 시대정신이자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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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인간이다. 모든 논의는 먼저 이 말, ‘여성도 인간이다’로 시작, 출발해야 한다. 저자 ‘리인허’는 이 책에서 귀에 익지만 다소 낯선 단어를 선보인다. ‘남권(男權)’. 중국사회에서 수천 년간 지배적으로 이어져 온 가부장적 사회의 또 다른 말로, 중국에서는 이 말로 그 개념을 드러내는 것 같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 후로 급격한 정치적 변혁을 거치면서 이념적으로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공산당 1당 체제’를 굳혀오고 있다. 한때 낡은 봉건주의와 계급제도를 타파하겠다며 냉혹한 과거 청산에 올인했고, 내부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치며 지금은 외관적으로는 남녀평등과 공정한 사회를 이루었다며, 먹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며 인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내부에서는 여성의 인권신장 부분에서 여전히 오랜 과거의 구태의연한 인습적 시각을 떨쳐내지 못해 급격히 변화해가는 세계조류 속에서 혼란을 경험하는 중이다. 저자 ‘리인허’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요지는 ‘여성에 대한 시각변화’와 아울러 남녀가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남녀관계의 다양성에 대한 시각변화’를 아울러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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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은 성(性)을 ‘죄의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동양은 ‘수치심’의 입장에서 살피려든다. (본문 중에서)
여기서 동양은 중국을 말하지만 극동지방인 중국이나 한국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전부터 불교, 유교, 한자 문화 등을 공유하며 비슷한 정신문화를 계승해온 탓에 우리 역시 중국과 유사한 정서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서양이나 동양 모두 동일한 관점이 있다고 한다면 성(性)과 관련한 모든 행위는 남성에게는 비교적 자유를, 여성에게는 부정적인 책임감을 덧씌움으로서 희생을 강요하고, 삶에 억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뒤집어 본 관점에서는 서양의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성(性)은 자유롭고 긍정적이었으며, 동양인 중국에서도 성(性)행위는 장수와 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역시 긍정적이었으며, ‘소녀경’과 같은 성(性)에 관한 경전이 발간될 정도로 존중받는 행위이기도 했다(인도도 마찬가지다).
그랬던 남녀 간의 성(性)은 서양에서는 기독교가 전래되고, 동양에서는 유교가 창시되면서부터 음란하고 사악하며 불결한 의식으로 전락하는 동시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정치적 탄압의 대상이 되며 사회의 어두운 한 구석으로 쫓겨 나가게 되는데, 그 희생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세월이 경과하도록 지속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에 이르러 성에 대한 의식이 눈에 띄게 혁명적인 변화가 수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녀평등을 통한 구태를 척결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이 문제에서 만큼은 대중의 지지를 못 받는 채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해프닝처럼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그것은 우리 한국도 그 근본적 기조에서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부부가 집에서 포르노를 보고 잠들었다 주변신고로 공안에 의해 구속되었는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구속했다는 판단에 나중 중국정부가 사과하고 보상금까지 지급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니 동성애에 관한 소동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저자는 동성의 합법적인 결혼에 대한 법안까지 마련되어야 진정한 인민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중국 인민이 행복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책을 관통하는 많은 현지 사례들과 저자의 논조를 보면 아직 요원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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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이 지나며 다가온 지구촌 시대는 최근 100년 사이에 엄청난 변혁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정치조직인 왕정과 봉건주의가 무너지면서 민주주의가 창궐하게 되었고, 새로운 이념인 공산주의가 동구권에서 석권하다 밀레니엄을 조금 앞두고 무너지는가 하면, 컴퓨터와 정보화 사회가 한 시대를 풍미하더니, 미래사회의 첨병인 인터넷과 AI시대가 향후 대세처럼 정치, 경제, 사회를 쓰나미처럼 뒤덮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벌써부터 AI의 급격한 대두에 따른 사이보그의 인류 멸종 시나리오까지 거론하며 불안한 미래를 예견하기도 한다. ‘여권신장’은 그 와중의 앞뒤에 ‘페미니즘’이라는 명칭으로 잠시 봇물처럼 터져 서구를 뒤덮었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벌이고 있지만, 처음 그 이론이 주창되었을 때의 충격여파가 워낙 지대했던 탓에 여전히 그 도도한 물결은 현재진행형 상태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에 성(性·SEX)문제 뿐만 아니라 젠더라는 명칭으로 그 권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으며, 남녀의 혁명적 의식변화를 유발시키는 각종 이슈-동성결혼의 합법화, 비혼, 동거, 포리아모리 등-에 대해 대대적인 캠페인뿐만 아니라 각국의 입법활동에도 적극적이고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기회확대로 여성의 역할과 의식이 더욱 높아지며 갈수록 그 비중도 증대되면서 그 영향력이나 파급력도 확대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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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인허’는 물론 홀홀단신은 아니겠지만 지금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거주하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서, 그리고 사회주의라는 특별한 이념체제 아래에서 ‘성에 대한 의식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여권신장, 남녀평등, 인류의 행복추구-를 열어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라는 책 제목이 시사하듯 저자가 앞으로 투쟁해 나가야 하는 방향은 멀고 험란한 여정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사회주의 중국의 체제 자체가 ‘남녀평등’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고, 거대한 중국 사회의 교육기회도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그러나 평등하게 확대되어 과거 명·청 시대와 같은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일각의 움직임 속에서도 일사불란, 공명정대한 판단이 하부 층에서부터 형성, 고무되어 그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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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성(性)과 관련한 여러 이슈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사회의 내부와 그들의 의식 이면을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는 비슷한 환경의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며, 보다 발전적인 사회변화를 위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저자의 성(性)과 관련한 반복적인 여러 유명한 학자들의 학설과 이론, 사례들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그런 류의 지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여성이 약자로서 처한 현실은 그 개선에 있어서 녹록치 않다. 하지만 한 번 일어났던 거센 물결은 한 번에 걸쳐 명멸되었던 역사의 많은 사례와 달리 여성들의 의식 확대와 그 열정으로 계속 이어갈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하며, 많은 남성들도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의식변화와 실천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4.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