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허가 남발 산야 '신음' -국제신문
경남 지자체들 눈 앞 이익에만 급급
지역민들 "차라리 보호구역 지정을" 반발
2~3년 새 16개소 개장 공급과잉 부작용도
경남도 내 일선 시군이 세수 확보와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골프장 건설에 앞장서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골프장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상수원수 오염과 자연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골프장을 짓느니 차라리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감수하는 게 낫겠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또 이같은 '묻지마 골프장 허가'로 인해 조만간 전국 골프장이 포화상태를 빚게 돼 업체 부도 등 최근 일본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자고 나면 골프장' 건설 = 현재 경남지역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양산 통도CC 등 모두 10곳. 이 중 1곳은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이를 모두 합쳐 252홀에 이르고 있다.
골프장 건설이 진행 중인 곳도 양산 에덴벨리CC 등 6곳(회원 4곳, 대중 2곳) 99홀 규모에 달해 향후 2~3년 내 경남지역 골프장은 모두 16곳 351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해당 자치단체에게 허가를 받거나 사업부지 매입에 들어가는 등 골프장 건설이 추진 중에 있는 곳도 함양 의령 고성 통영 거제 등지에 6개소에 이르러 이를 포함하면 앞으로 경남지역 골프장수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경남 10곳 등 모두 201개소로, 지난 한해 연간 1800만 명이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지역 골프장에는 한해 평균 112만 여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 건설 중인 82곳을 포함하면 전국의 골프장이 조만간 295곳에 달하고 2010년 이전 300개에 가까운 골프장이 전국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엔 골프장 포화상태? = 문제는 골프장이 국내 골프인구의 중장기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한국골프장사업협회 등은 이용객 증감과 국내 경제사정 등을 감안, 오는 2010년까지 적정 골프장 수를 295곳으로 예측했다. 건설 중인 골프장만 포함해도 3~4년 내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골프장까지 모두 들어설 경우 공급과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양산 통도CC의 한 관계자는 "최근 1년3개월 새 부산 울산 경남에 10개 골프장이 새로 들어선 결과 주말과 휴일엔 부킹전쟁이 벌어지는 반면 주중 오전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최고 30%까지 그린피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선 골프장이 많으면 그린피가 낮아지는 등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거라고 예상하지만 골프장 건설에 소요되는 500억 원가량의 투자회수를 감안할 때 일정액 이하의 그린피 할인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경남지역에 대중 골프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골프장 201곳 중 대중 골프장은 63개소로 31.3%에 이르고 있지만 경남은 고작 1곳만 운영되고 있다.
▲"마구잡이식 골프장 허가 안돼" =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민원도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다.
거제시 거제면 옥산리 동림 화원마을 주민 150명은 골프장 건설이 추진 중인 마을 일대 수계지역 2만 여평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거제시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로 주민 식수원인 동림 저수지 오염을 방치하느니 차라리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재산권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령군 칠곡면 자굴산 일대에 27홀 규모로 추진 중인 골프장 역시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현재 진행이 주춤한 상태. 의령군은 편입토지 보상절차를 밟고 있으나 주민들은 "자굴산 자락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골프장 예정지의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 중인 일대 13개 마을이 지하수 고갈과 농약오염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남골프장반대범도민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김태호 경남도지사를 면담한 뒤 골프장 건설에 각종 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인근 주민 70% 이상이 반대할 경우 골프장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적극 요구하기로 했다.
범도민대책위 김석봉 공동위원장은 "골프외유로 인한 국부 유출 때문에 국내 골프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한여름과 장마철 등 국내에서 골프를 하기 어려운 특수한 시기에 국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