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조용한 일요일 아침이다. 아내는 산책가고 없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속이 마냥 비어있는 듯하다. 아침바다는 안개가 젖어 잔잔하다. 세상일이 나와는 관계없이 간다. 세월을 견디어 내야 한다. 책 제목이 마음에 없는 책을 쏚아 내다 버린다. 손에서 멈칫하는 책이 있다. 김훈 ‘자전거여행’이다. 얼마 전에 전자도서 구입을 할려다 초판인쇄가 2000년, 너무 오래된 책이라 망설이던 책이다. 이 책이 왜 거기서 나와. 아내가 샀을 리도 없고 혹시 아이들이 구입했나 하면서 책을 펼친다. 2005년 일본 후쿠오카가는 배 승차권이 책장 속에 끼여 있다. 책을 읽은 흔적이 없어 나는 잊고 있다. 다시 펼쳐도 살아가는 이야기가 길바닥에 겹쳐 잘 와 닫지 않는다. 당시 지금보다 더 젊은 나는 별 흥미가 없었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 이후 김훈 작가의 짧은 글이 힘이 있어 좋아 보인다. 칼의 노래를 다시보고, 남한산성 소설도 다시 꺼내 읽는다. 소설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재미가 있다. 에세이는 주제가 여럿이 모여 있어 관심이 들쑥날쑥하여 관심도가 떨어진다. 내가 쓰고 있는 주제의 글도 읽는 이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떨쳐내야 하는데 집착을 한다. 잊어버리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한다. 그러다가 다시 머리에 앉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