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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홈 노동자의 현실과 권리 증진 방안
편집실
1. 플랫홈 노동자의 현실
1) 플랫폼산업의 구조: ‘노동의 외주화’를 통한 자본의 새로운 형태
플랫폼산업(배달의민족, 쿠팡이츠, 타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중개자’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노동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때 플랫폼기업은 생산수단(앱, 알고리즘, 데이터)을 독점하고, 노동자(라이더·드라이버)는 이를 사용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한다. 즉, 노동자는 더 이상 공장 안의 고용노동자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가상의 공장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형 노동자’가 된 것이다.
겉보기엔 자유로운 자영업자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이 노동과정을 전면적으로 통제한다.
• 어떤 주문을 받을지
• 얼마의 보수를 받을지
• 언제 일을 쉬거나 중단할 수 있는지조차
알고리즘과 평점 시스템이 결정한다.
2) 잉여가치의 창출: 디지털 공간에서의 초과노동
전통적 공장에서는 노동자가 하루 10시간 일할 때, 5시간은 자신의 임금을 재생산하고 나머지 5시간은 자본가의 이윤이 되었다. 플랫폼산업에서는 이 구조가 더 교묘한 방식으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보자.
• 배달노동자 A는 하루 12시간 일해 15만 원을 번다.
• 하지만 그는 오토바이 리스비(2만 원), 보험료(1만 원), 앱 수수료(3만 원), 기름값(2만 원)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순수 노동소득은 약 7만 원 정도이다.
• 여기에 비임금노동(대기시간, 배차 대기, 고객 응대 등)을 포함하면 실질 노동시간은 14~15시간이다.
즉, 시간당 실질 임금은 약 4,500~5,000원 수준이다. 이 차액(즉, ‘불지불 노동시간’)이 바로 플랫폼 자본이 수탈하는 잉여가치이다.
플랫폼기업은 생산수단(앱, 알고리즘)만 제공하고, 노동자 자신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었기에, 자본이 투자한 것은 거의 없는데도 노동력의 과잉착취를 통해 막대한 잉여가치를 확보한다.
2023년 기준 쿠팡의 영업이익률은 5.3%로 한국 유통업 평균(2.4%)의 두 배이며,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달기사의 건당 수수료를 인상하면서도 2022년 5,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익의 원천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노동자의 초과노동과 비용전가이다.
3) 노동력 상품화의 극단화: 노동의 ‘조각화’와 ‘가시성 상실’
자본주의에서 노동력(labour power)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된다고 했다. 플랫폼노동은 이를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과거에는 노동자가 하루 단위, 주 단위로 계약되었다면,
지금은 플랫폼이 분 단위, 심지어 초 단위로 노동력을 사고판다.
• 배달 한 건당 단가,
• 3분 내 수락 여부,
• 고객 평점에 따른 노출 순위 등
이 모든 것이 노동력을 미시적으로 쪼개서 평가하고 판매하는 구조이다.
이처럼 노동의 조각화(fragmentation)는 노동자 간 연대와 집단적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자본은 노동의 ‘보이지 않음’(invisibility)을 통해 착취를 은폐한다. 즉, 플랫폼노동자는 생산수단에도, 교섭력에도 접근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고용하는 형태의 ‘가짜 자영업자’가 된다.
4) 플랫폼 알고리즘의 역할: ‘기계 속의 감시와 경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자본의 새로운 감시기제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말한 ‘기계에 의한 노동의 종속’을 이제 AI가 재현하고 있다.
예컨대 쿠팡이츠나 우버이츠의 동적 수수료(dynamic pricing) 알고리즘은 노동자들 사이에 무한경쟁을 조장한다.
동일 지역에서 더 빨리, 더 위험하게, 더 오래 일할수록 수입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자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신호를 따르는 자동인간(automaton)**으로 변한다.
이는 노동의 주체성 상실, 즉 마르크스가 지적한 ‘소외(alienation)’의 현대적 형태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과정, 노동결과, 심지어 시간 통제권마저 빼앗긴다.
2. 플랫홈산업의 외자 유입과 노동자 초과 착취
1) 외자 유입 관련 사례
가) Amazon Web Services(AWS) + SK 그룹 데이터센터 투자
• 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SK그룹과 AWS가 울산 미포 산업단지에 약 7조 원(미화 약 51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 초기 설비용량은 100 MW 규모이며, 향후 1 GW로 확대할 가능성 언급됨.
• 이 투자로 플랫폼/데이터센터 인프라가 강화됨으로써 플랫폼산업 생태계가 외국 자본과 함께 확대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나) Alibaba Group(알리바바) + 신세계그룹 플랫폼 합작
•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알리바바)와 신세계그룹 유통플랫폼(G마켓 등)의 공동사업 추진을 조건부 승인했다.
• 이 합작을 통해 중국 자본이 한국 플랫폼 유통 영역으로 진출하며, 고객 데이터·플랫폼 인프라가 외국 자본과 결합될 가능성이 제기됨.
다) ICT·인터넷 인프라 분야의 FDI 규모
•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이후 ICT 및 인터넷 인프라 부문에 약 미화 58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 다만 “플랫폼기업”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며, 전체 ICT 인프라 범주에 포함됨.
2) 노동·고용에 미친 영향 및 분석
가) 노동시장·고용 구조 변화
• 데이터센터·플랫폼사업에 외국 자본이 투입되면 플랫폼 인프라 확장 → 플랫폼기업 고용 증대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AWS+SK의 데이터센터 투자로 서버관리, 유지보수, 물리적 인프라직 등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 그러나 플랫폼산업 특성상 고용은 일반적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알바형태·외주화된 서비스 인력 비중이 높을 수 있다.
• 또한 플랫폼 알고리즘·자동화 기술이 강화되면 인간 노동자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하청·외주화 경향이 심화될 수 있다.
나) 착취·수탈 구조와의 연계 가능성
• 외국 자본이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생산수단(데이터센터, 플랫폼 알고리즘, 서버 인프라 등)을 사실상 통제하게 된다. 이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및 ‘노동력 상품화’ 구조와 맥락을 함께 한다.
• 플랫폼기업이 외국자본과 제휴해 시장을 확장하면, 노동자들은 플랫폼에 종속되는 형태로 비정규화·초저임금·초과고용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 예컨대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유지보수 인력이나 플랫폼 서비스 라이더·기사 등이 외주화·개인사업자화되면 고용관계가 불안정해지고 노동권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
다) 국가·지역 격차 및 고용 분절화
• 울산처럼 비수도권에 대형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뤄질 경우, “지역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대규모 외자유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이나 지속가능성은 수도권과 비교해 떨어질 수 있고, 또 고용이 플랫폼화·외주화 되면 지역 노동자들의 협상력도 낮아질 위험이 있다.
• 또한 플랫폼 유통 영역에 외국 자본이 진입할 경우 국내 플랫폼기업과 경쟁하면서 “저가 노동” 구조로의 전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 플랫폼산업에서 외자의 유입은 기술·인프라 확장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의 지위 약화 가능성을 내포한다.
• 외자투자는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데이터·알고리즘·플랫폼 네트워크를 통해 잉여가치 창출 구조를 확대할 수 있다.
• 따라서 노동·경제 차원에서 외자 유입을 단순히 기술투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노동권 보호·임금 및 근로시간 구조 변화까지 함께 분석해야 한다.
• 특히 자주외교·경제주권을 지향하는 시각에서 보면, 외자 유입이 국내 노동자 및 산업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자 유입 관련 주요 사례
SK Group + Amazon Web Services(AWS) 울산 데이터센터 투자
• SK Group과 AWS는 한국 울산에 약 7조 원(미화 약 51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 이 시설은 2025년 착공, 초기 100 MW 규모이며 향후 1 GW까지 확장 가능성이 언급됐다.
• SK·AWS 측 발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로 직·간접 고용 78,000개 이상이 창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 이 사례는 플랫폼·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외자가 얼마나 대형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플랫폼 / 통신·서비스업 FDI 증가 흐름
• 한국의 FDI 통계에 따르면, 2024년에 FDI 약속액(pledges)이 미화 약 345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그중 제조업 비중이 증가했고 서비스업·정보통신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루어졌다.
• 서비스부문에 대한 FDI 약속액이 약 미화 178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된 보고가 있다.
• 다만 플랫폼 산업만을 따로 떼어서 ‘플랫폼 기업에의 외자 유입액’이라는 형태로 세부통계가 공개된 것은 아직 한계가 있다.
3) 플랫폼산업 외자 유입과 노동·고용 측면 시사점
• 상기 SK·AWS 투자처럼 플랫폼 인프라 강화는 외자 유입을 촉진하며, 이는 해당 지역(예: 울산)의 고용창출 효과를 동반할 수 있다.
• 하지만 플랫폼산업 특성상 고용 형태가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외주·개인사업자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노동자의 보호 수준이나 협상력은 낮을 수 있다.
• 외자 유입이 플랫폼기업 지배구조 강화 및 데이터·플랫폼 인프라의 해외자본 연계 확대를 뜻할 경우, 노동조건·고용안정성·임금 등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 따라서 플랫폼산업 내 외자 유입은 단순히 “기술투자 확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노동자 지위·고용형태 변화·노동비용 전가 여부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3.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증진 방안
1) 플랫폼노동의 특징: 단결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
노동의 개인화
• 배달, 운전, 대리, 프리랜서 등 플랫폼노동자는 ‘자영업자’ 신분으로 분리되어, 공장이나 사무실 같은 집단 노동공간이 없다.
• 노동시간·수입이 완전히 개인의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는 노동자 간 경쟁을 내면화하게 만든다.
분 단위의 속도·강도 경쟁
• 알고리즘은 수락률, 평점, 속도에 따라 보상체계를 달리 설정한다.
• 이는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대신 노동강도를 극단적으로 높이고, 휴식권을 박탈한다.
• 이른바 ‘분 단위 잉여가치 생산 체제’이다.
은폐된 사용자(플랫폼 기업)
• 배달앱, 호출앱, 콘텐츠플랫폼 등은 노동자를 ‘고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 계약상 사용자(고객, 가맹점, 하청회사)가 존재하지만, 실질적 노동통제권은 플랫폼 기업이 쥐고 있다.
• 이로 인해 노사관계의 주체가 불명확하고, 노동법 적용이 어렵다.
2) 공동 요구의 핵심: ‘노동자성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노동자성 인정
• 모든 요구의 전제는 “우리는 고용노동자다”라는 인식이다.
• 플랫폼노동자는 계약상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의 지휘·감독 아래 노동한다.
• 따라서 근로기준법·산재법·최저임금법·노조법을 적용받는 ‘노동자성 인정 투쟁’이 1차적 과제이다.
• 영국의 우버 기사들이 2021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동자(worker)’로 인정받았듯, 법적 지위를 확립해야 한다.
공통 요구의 주요 항목
최저단가(노동보장요율) 제도화
• 배달 1건당, 호출 1회당, 콘텐츠 단가 등에서 최소 보장금액을 법제화.
• 플랫폼기업의 ‘동적 수수료’ 조정권 제한.
알고리즘의 투명성 공개
• 배차·수수료 산정·평가 시스템의 기준을 공개하도록 법적 의무화.
• ‘디지털 감시노동’에 대한 노동자 참여권 보장.
사회보험 전면 적용
• 산재·고용·국민연금·건강보험에 대한 사용자(플랫폼기업)의 부담의무 명시.
휴식·안전권 보장
• 대기시간·이동시간을 유급노동시간으로 인정.
• 폭염·폭설 등 기상조건 시 자동 배달중단 시스템 도입.
단체교섭권 보장
• 플랫폼노동자노조를 합법적 교섭주체로 인정.
• 알고리즘·단가조정·노동시간 문제를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
3) 단결과 조직화의 전략: ‘분산노동의 집단화’
가시적 사용자 설정 – 법적 주체화
• “플랫폼 기업이 실질 사용자임을 입증”하는 것이 단결의 첫걸음이다.
• 노동자 개개인이 겪는 문제(배차, 수수료, 해고 등)가 결국 같은 알고리즘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 이를 통해 공동의 적(사용자)을 인식시키는 집단적 의식이 형성된다.
디지털 기반 조직화
• 물리적 집합이 불가능하므로 온라인 조합·커뮤니티를 통한 조직화가 핵심이다.
• 예: 배달노동자 카카오톡 단체방 → 지역별 지부화 → 전국 네트워크화.
• 실제로 ‘라이더유니온’은 이러한 디지털 조직화를 통해 2020년 이후 1만 명 이상 가입을 달성했다.
공동행동의 형식 다양화
• 오프라인 파업뿐 아니라, 앱 로그오프(일시적 일거부), 평점거부, 집단후기운동, SNS 폭로 캠페인 등 디지털 방식의 투쟁이 가능하다.
• 이는 플랫폼노동 특성에 맞는 **‘비물리적 파업’**의 새로운 형태이다.
지역사회·시민사회 연대
• 소비자, 상점주, 지역단체를 포함한 플랫폼 공정노동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 예: ‘배달료 인하 대신 수수료 공개 요구’, ‘플랫폼노동자 안전보장 시민청원’ 등.
4) 국제적 연대와 제도화 방향
• 유럽연합(EU)은 2024년 「플랫폼노동자지침(Directive on Platform Work)」을 채택해,
약 2천8백만 명의 플랫폼노동자 중 ‘가짜 자영업자’를 노동자로 재분류하기 시작했다.
•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확산 중이다.
• 한국에서도 이를 반영한 ‘플랫폼노동자 보호법’ 제정이 요구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고용노동부 통계: 플랫폼노동자 약 221만 명, 그중 72%가 사회보험 미가입)
따라서 한국의 플랫폼노동자들도 개별 업종이 아니라 ‘플랫폼노동 전체’를 포괄하는 산업별 연대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임금·단가 투쟁을 넘어, 노동자성 인정 → 집단교섭권 → 알고리즘 통제권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전략이 되어야 한다.
5)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프롤레타리아트’의 자각과 조직
플랫폼노동자는 단순한 ‘앱 사용자’가 아니라, 자본의 알고리즘 속에서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디지털 프롤레타리아트이다.
이들은 더 이상 “자유로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데이터·평점·배차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계급이다.
따라서 그들의 단결은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착취는 있다. 착취가 있다면 투쟁할 권리도 있다.”라는 인식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