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클레멘스, 페드로 마르티네스, 데이빗 콘의 공통점은?
사이영상 수상 직후 트레이드가 됐다는 것이다.
1994년 데이빗 콘은 171이닝 16승6패 2.94를 기록하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내셔널리그 수상자는 202이닝 16승6패 1.56의 그렉 매덕스였다). 그러나 캔자스시티는 1995년 시즌 재개에 앞서 콘을 토론토로 보냈다. 유잉 코프먼 구단주의 사망 후 시민 구단으로 전환하면서 재정이 크게 축소된 탓이었다.
시즌 중반 토론토는 콘을 다시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했다. 콘은 2000년까지 양키스에서 네 개의 우승 반지를 따냈고(PS 선발 12경기 6승1패 3.93) 1999년에는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했다. 1956년 월드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을 합작한 돈 라슨과 요기 베라가 시구를 한 경기였다.
1997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몬트리올 엑스포스는 돈이 없었다. 마르티네스는 보스턴의 차지가 됐다. [관련기사]
1997년 로저 클레멘스는 토론토와 4년 3200만 달러 계약을 했다(보스턴 4년 2400만, 양키스 4년 2800만 제안). 그리고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사이영상'을 달성했다. 두 번째 시즌이 끝나자, 클레멘스는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그는 고향 팀인 휴스턴으로 가고 싶어 했다.
스캇 엘라튼과 데릭 벨을 보내기로 한 휴스턴은 그러나 클레멘스의 계약 재조정 요구는 거부했다. 클레멘스의 요구를 들어준 팀은 양키스였다. 양키스는 데이빗 웰스를 포함한 세 명을 토론토로 보냈다. 총 7번의 사이영상을 따내며 라이브볼 시대 최고의 투수가 되는 듯했던 클레멘스는 하지만 <미첼 리포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정체가 탄로났다. [관련기사]

2012년 12월 네 번째 '사이영&트레이드' 투수가 탄생했다. 너클볼투수 최초의 수상자가 된 R A 디키였다. 메츠가 디키를 보내고 토론토에서 받은 둘은 노아 신더가드와 트래비스 다노였다. 당시 평가가 더 높았던 다노가 '제2의 마이크 피아자'가 되지 못한 반면 신더가드는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디키는 토론토에서 4년 간 4100만 달러를 받았고 승리기여도(bwar) 7.3을 기록했다.
콘 승리기여도 변화
1994 - 6.8 (CY & 트레이드)
1995 - 7.0
1996 - 2.9
1997 - 6.8
1998 - 4.0
1999 - 5.1
마르티네스 승리기여도 변화
1997 - 9.0 (CY & 트레이드)
1998 - 7.2
1999 - 9.7 *CY
2000 - 11.7 *CY
2001 - 5.1
2002 - 6.5
2003 - 8.0
2004 - 5.5
클레멘스 승리기여도 변화
1997 - 11.9 *CY
1998 - 8.2 (CY & 트레이드)
1999 - 2.9
2000 - 4.6
2001 - 5.6
2002 - 2.6
2003 - 4.1
디키 승리기여도 변화
2012 - 5.8 (CY & 트레이드)
2013 - 2.0
2014 - 2.5
2015 - 2.3
2016 - 0.5
메이저리그에서 리그 MVP가 수상 직후 팀을 바꾼 사례는 세 번에 불과하다. 그 중 1993년 피츠버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배리 본즈는 FA를 통한 이동으로, 트레이드 이적은 두 명밖에 없다.
1914년 에디 콜린스는 .344 2홈런 85타점 58도루(bwar 9.1)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MVP가 됐다. 2루수인 콜린스는 1910년부터 1914년까지 월드시리즈에 5차례 올라 네 번 우승한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의 핵심 선수 중 하나였다.
어슬레틱스의 감독 겸 구단주인 코니 맥은 1915년 제3의 리그인 페더럴리그의 창설로 인해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최고의 팀을 스스로 해체했다. 콜린스도 5만 달러를 받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넘겼다. 그러나 페더럴리그는 2년 만에 붕괴했고 맥의 예상은 빗나갔다. 맥이 지레 겁을 먹었던 결과 어슬레틱스는 1915년부터 1921년까지 비밀번호 8-8-8-8-8-8-8을 찍었다(당시는 리그당 8팀).
2002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57홈런 142타점(bwar 8.8)을 기록하고도 34홈런 131타점의 미겔 테하다(bwar 5.6)에게 밀려 MVP를 놓쳤다. 소속 팀 텍사스가 지구 꼴찌였기 때문이다. 결과가 발표된 후 로드리게스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다. 2003년 텍사스는 또 꼴찌를 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47홈런 118타점(bwar 8.4)으로 42홈런 145타점의 카를로스 델가도(bwar 5.9)를 제치고 리그 MVP가 됐다. 2003시즌이 끝난 후 로드리게스와 텍사스 구단은 헤어지기로 합의하고 이혼 도장을 찍었다.
로드리게스를 데려가겠다고 나선 팀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은 매니 라미레스와 유망주(존 레스터 추정)를 주기로 했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면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불펜투수 한 명(김병현 또는 스캇 윌리엄슨)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내고 매글리오 오도네스를 얻어올 계획이었다. 좌익수를 라미레스에서 오도네스로, 유격수를 가르시아파라에서 로드리게스로 바꾸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보스턴은 라미레스의 연봉을 보조해주는 대신 로드리게스에게 잔여 계약 중 3000만 달러를 자진 삭감해 달라고 했다. 로드리게스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선수노조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로드리게스는 보스턴이 아닌 양키스로 갔다.

올 겨울 어쩌면 리그 MVP의 세 번째 트레이드 이적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데릭 지터가 운영의 전면에 나선 마이애미 말린스가 팀 최초의 MVP 선수인 지안카를로 스탠튼(28)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올해 59홈런 132타점(bwar 7.6)을 기록하며 데뷔 때부터 들어온 <건강하기만 하면 50홈런>을 실제로 증명한 스탠튼은 [관련기사] 2015년에 맺은 총액 3억2500만 달러 13년짜리 계약이 11년(연평균 2600만) 더 남아 있다. 스탠튼은 2020시즌 후 옵트아웃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실행한다고 가정하면 3년 7700만 달러로 준다.
마이애미 구단 역사상 유일하게 트레이드 거부권을 얻어낸 스탠튼이 가고 싶어하는 팀은 LA 다저스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파노라마시티 출신인 스탠튼은 다저스타디움 통산 23경기에서 .310 .362 .713를 기록했으며 9개의 홈런 중 하나는 2015년에 때려낸 장외홈런이었다. 스탠튼은 1965년에 개장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장외홈런을 친 네 명 중 한 명으로(다른 세 명은 윌리 스타젤, 마크 맥과이어, 마이크 피아자) 스탠튼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다면 스타젤의 가진 '두 개' 기록은 첫 시즌에 경신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저스가 스탠튼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지켜온 <유망주 손실 방지>와 <장기 계약자 회피>라는 두 가지 원칙을 모두 깨뜨려야 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도 스탠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팀들.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팀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홈런이 폭증한 올해, 홈런수가 지난해 225개(NL 1위)에서 되려 196개(8위)로 줄어든 세인트루이스는 특히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거포가 필요하다. 앨버트 푸홀스가 떠난 2012년 이후 세인트루이스가 배출한 30홈런 타자는 2012년 카를로스 벨트란과 2016년 제드 저코 두 명에 불과하다.
양키스(241개)의 거의 절반에 불과한 128개로 메이저리그 최하위에 그친 샌프란시스코야말로 홈런수를 반드시 늘려야 할 팀이다(27위 보스턴 168개, 28위 애틀랜타 165개, 29위 피츠버그 151개).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때려내기 가장 어려운 구장을 가지고 있는 탓에 그동안 거포 영입을 꺼려왔다(호세 아브레유도 그렇게 놓친 타자였다). AT&T파크를 쓰기 시작한 2000년 이후 30홈런에 성공한 샌프란시스코 타자는 제프 켄트(2000 2002) 리치 오릴리아(2001) 배리 본즈(2000~2004) 세 명뿐으로, 2005년부터는 13년 연속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본즈는 스플래시 히트를 쏟아내며 AT&T파크가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오해를 하게 했다. 그러나 우측 담장의 높이가 윌리 메이스의 등번호에 해당되는 24피트(7.3미터)인 AT&T파크는 오히려 좌타자가 홈런을 뽑아내기 가장 힘든 구장이다. AT&T파크의 우측 담장은 우타자의 접근 또한 원천 봉쇄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스플래시 히트 76개와 상대 팀 타자들이 물에 빠뜨린 45개 중 우타자의 홈런은 하나도 없다.
우타자인 스탠튼은 밀어치는 홈런도 많은데다 홈런의 탄도 또한 낮다. 올해 스탠튼이 기록한 홈런의 평균 발사 각도는 25.9도로 41명의 30홈런 타자 중 5번째로 낮았다(최고 폴 골드슈미트 32.0도, 최저 넬슨 크루즈 25.0도, 조이 갈로 30.3도, 애런 저지 28.2도). 하지만 올해 스탠튼이 때려낸 홈런의 탄착점을 AT&T파크에 대입할 경우(아래 이미지) 스탠튼이 잃는 홈런은 두 개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스탠튼이 때려내는 낮은 탄도의 홈런은 대부분 왼쪽 또는 가운데로 향하고 있다(22도 이하 홈런 - 좌측 8개, 가운데 8개, 우측 1개).

[이미지 출처] 히트트래커온라인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계획은 FA까지 3년이 더 남은 2루수 조 패닉(27)과 팀의 2,3위 유망주 크리스 쇼(외야수/1루수) 타일러 비디(우완)를 내주고 스탠튼과 함께 디 고든(29)을 데려와 패닉의 공백을 메우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망주 카드가 매력적이지 않은 만큼(쇼와 비디는 모두 100위 내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이다) 연봉 보조를 많이 요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연 스탠튼은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까. 최대 라이벌 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타디움에 등장하게 될까. 아니면 세인트루이스 혹은 제3의 팀으로 가게 될까. 올 스토브리그 최고의 블록버스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