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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정신장애 연대단체들이 부천 W진병원 앞에서 정신병원 내 사망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하는 모습. ⓒ이원무
요즘 심리사회적 장애인 격리·강박·방치와 관련된 사망사태가 생겨 마음이 조금은 심란하다. W진 병원 사망 사건에 이어 얼마 전 9월 8일에는 영등포구 해상병원에서 격리·방치로 인해 A씨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기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A씨는 일주일 이상 음주를 지속한 상황에서 자해 시도하다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 병원에서의 수술 후 경찰 의뢰로 병원 격리실에 응급 입원을 했다. 이후 A씨는 격리실에서 문을 두드리며, 의료진 호출했는데도, 아무런 반응 없자, 대변을 침대에 보는 등 불안정했다. 침대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다, 새벽 2시경에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였다. 빠져나오려다, 힘이 빠져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간헐적으로 움직이기만 했다.
새벽 5시경, 의료진이 문 열더니 엎드려있는 A씨를 잠시 보기만 하다, 아무런 조치 없이 돌아섰고, 잠시 후 A씨가 머리, 팔을 움직였다. 6시 4분경, 보호사가 A씨를 빼내 격리실 바깥에 눕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흉부가 아닌 배 위를 어설프게 눌렀단다. 결국, A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6시 19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불명’이었다.
유족인 A씨 아들은 격리 시 최소 1시간마다 관찰·평가를 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 지침조차 어겼다며 A씨의 사망 당시 전혀 살피지 않은 과실을 물어, 해상병원 대표와 보호사 등을 과실치사혐의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단다. 게다가 유족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주치의의 격리 지시시간 6시간조차도 지키지 않고 연장했단다. (출처: 침대-벽 사이 낀 환자…6시간 방치하고, 배 누르며 심폐소생, 한겨레 9월 8일 기사)
해상병원이라는 곳은 2016년 당시 엔젤병원이었고 그 병원에서 36시간 동안의 격리·강박으로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사망했던 곳이었는데, 이후 해상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런 전과가 있는 병원의 폐쇄는커녕 또 다시 올해 그곳에서 격리·방치로 인한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사망 사태가 발생했다니 경악을 금치 못한다.
평소 정신병원 등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 등과 관련된 인권침해에 대한 독립적이고도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조사가 제대로 되지 못함은 물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는 등의 현실이 있었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익옹호체계 도입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현재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입구. ⓒ이원무
어떤 사람은 기존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있는데 왜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익옹호체계가 별도로 필요하냐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격리·폭행·강제노동 등의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면, 이는 기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다룰 수는 있다.
그러나 강제약물 투여 등 화학적 강박을 당할 시, 이 경우를 다루기엔 기존 권익옹호기관 전문성이 떨어진다. 단순 중독이나 약물 남용을 겪는 사람의 경우는 장애인이라 보기 어려워, 정신병원에서 무슨 일을 겪든, 기존 권익옹호기관이 맡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더구나 정신의료기관에서 입·퇴원 절차 지원이나 기관 모니터링은 물론, 사전 정신 의료 의향서 작성 등이 심리사회적 장애인 옹호체계에 필요하지만, 이런 기능이 기존 권익옹호기관엔 부재한 것도 현실이다.
참고로 사전 정신 의료 의향서란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급성기가 아닌 평상시에 작성하는 건데, 그 사람에게 급성기가 와 자기방어가 어려울 때가 오면, 문서에 적힌 대로, 그가 현재 직면한 의료적 위기에 대한 조치와 지원 등이 이뤄지도록 하는 그런 의향서를 말한다. 급성기가 왔을 시 어느 병원으로 가고 싶다든지, 어떤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는 것, 연락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 등의 내용 등이 의향서에 적혀 있다. 사전 정신 의료 의향서는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일환이고, 이를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인 나라도 적지 않다.
인권침해가 의심되거나 일어난 정신병원의 경우와 관련해 얘기하면, 기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정신병원을 상대로 조사하려 하지만, 정신병원이 이를 거부 시 정신병원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장애인복지법 조항이 있긴 하다. 그런데 과태료 내리는 게 지자체 재량인데다, 이 경우 지자체에서 기존 권익옹호기관과 정신병원에 그냥 알아서 하라 하고, 권익옹호기관도 지자체 눈치 보기에 바쁜 현실이다.
게다가 권익옹호기관 입장에선 정신병원 등으로부터 조사 거부를 당하면, 정신의료기관에서의 인권침해 조사를 위한 현실적 대책 찾기에 애를 먹는다. 인권위에서도 정신의료기관에 접근해서 조사할 수 있긴 하지만, 병원 등에서 이를 방해하면, 인권위 차원의 조사도 쉽지 않다. 이외에도 기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상시적인 사전 모니터링까진 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별도의 권익옹호체계가 심리사회적 장애인에게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상시적인 사전 모니터링 체계는 물론, 정신병원 등 정신의료기관에 대해 보다 강력한 옹호기구 조사권의 법적 근거를 법에 명시함은 물론, 이걸 실제로 시행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게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익옹호체계에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독립적인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익옹호기구도 만들어야 할 텐데, 이에 관련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이 기구의 운영주체는 민간에 위탁하면 어떨까 싶다. 왜냐면 적극적인 활동과 역동성을 통해 옹호가 이뤄지고 정부엔 이런 것을 기대하기란 조금은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있다. 인권침해의 가해자인 정신병원 등의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부 등이 옹호기구의 운영 주체에서 제외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지난 8월 23일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의 문제점 및 인권옹호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된 모습들 ⓒ이원무
여기에, 가족단체나 부모단체 등도 운영 주체에서 제외돼야 함을 말하고 싶다. 이 제안을 들으면 이들은 크게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은 심리사회적 장애인과 같이 지내기에 이들을 잘 아니, 가족단체가 제외되면 안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는 이해 가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들에 의해 강제 입원되는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적지 않고, 이는 보호의무자 입원 통계를 통해 잘 드러난다. 여기에 심리사회적 장애인을 부양하는 가족지원체계도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게 아니기에 가족에 의해 당사자들이 자기결정권 침해 등의 인권침해를 경험하는 것도 현실이긴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가족단체나 부모단체 등은 운영 주체에서 제외돼야 할 것이다.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권익을 제대로 옹호하려면 이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야 한다. 그러면 심리사회적 권익옹호기구를 운영할 예산이 많이 들게 될 터이고, 예산은 당연 충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과거 장애인계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예산을 증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줄곧 있었지만,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권익옹호가 아동, 노인과 같은 사업으로 보며, 장애인계의 예산 증대 요구를 묵살했다.
그랬기에, 권익옹호기관에 근무하는 인력들은 업무 과중에 학대를 경험한 장애인을 제대로 지원하기 어려웠다. 당연 권익옹호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예산이 부족하니 인력들에게 급여를 적게 줘야 하고, 그러려면 권익옹호에 전문성이 적은 인력에게 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옹호기관에 단기간 계약직 채용공고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권익옹호에 전문성이 많은 인력에겐 돈을 많이 줘야 하니, 이들을 고용하는 걸 꺼려질 수밖에.
설령 보건복지부에서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리옹호 기구 등의 예산을 증대하는 계획안을 내놓는들, 이게 기획재정부에서 거절당할 여지가 높다. 그러니 이런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장애인계에서 예산 증대의 당위성을 설명할 논리를 치밀하게 세워 보건복지부에 설명하고, 이를 통해 예산을 증대해 옹호 인력을 늘리게끔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는 장애인 권리와 장애 등에 대한 훈련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등에 적용하고 적용한 것에 대해 장애인계와 장애인 당사자에게 피드백 받는 상시적인 정기적 시스템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수사기관과 옹호기관 역할이 분리되지 않았기에, 정작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있어야 할 공공부문의 장애인 보호 관련 감독 및 개선 권고 기능은 부재한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리옹호체계에선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신체적·화학적 강박 등의 학대 발생 시 초동수사나 응급조치 후 동료지원 쉼터 등의 쉼터로 가거나, 쉼터 이후 자립지원체계 연계 기능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전담해야 한다.
심리사회적 장애인을 보호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이런 기능을 감독하고 개선해 권고하는 등 차별시정을 위한 역할은 이들의 권익을 옹호할 권익옹호기구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익옹호기구와 국가, 지자체 간의 명확한 역할 분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심리사회적 장애인 옹호기구의 권리옹호 내용(예. 정신병원 인권침해 실태조사, 소송 및 법률지원, 장애인권리협약의 정기적 훈련 등) 및 독자적인 관련 권한을 법안에 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고조완화기법(De-escalation) 팁(왼쪽)과 ‘공감 및 클라이언트와의 라포 형성’이라는 팁 중의 하나를 설명하는 모습(오른쪽). ⓒAIC Singapore Youtube 동영상 캡처
고조완화기법(De-escalation), 오픈 다이얼로그 등의 비강압적 방법을 통해 급성기를 경험하는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강제입원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건 당연 필요하다. 격리·강박 등의 강압적 방법은 적용하긴 쉽지만, 그렇게 하려면 치료진 등의 인력들을 많이 고용해야 하고, 적어도 20~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고조완화기법과 오픈 다이얼로그 등은 당사자들이 제대로 잘만 배우면,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등 보다 신속하고 비용도 강압적 방법에 비해 적게 든다.
여기에 심한 불안을 겪는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을 무리하게 붙들어 강박하려는 게 이들이 난폭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니 여러모로 비강압적 방법이 급성기에 있는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회복 및 강제입원 방지를 위해 좋다. 따라서 장애인계에서 국회와 함께 협심해 비강압적 방안과 관련 법안을 제시, 이를 정부·지자체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됐지만, 이 위원회는 정신건강에 위기를 겪는 심리사회적 장애인 당사자들이 소수에 불과하고,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라 근본적으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키 어려운 구조다. 그러니 이 위원회에 심리사회적 당사자가 과반 이상으로 들어가도록 위원회 구성을 재조정해 당사자의 의견이 강력히 반영된 정신건강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자립하기 위한 예산지원을 임의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꿈은 물론,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예산을 지역사회 자립지원 예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장애인권리협약 내용과 정신에 맞게 바꿔 심리사회적 장애인 역시 권리 주체임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얼마 전 7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심리사회적 장애인 인권침해 및 학대 신고접수, 구제절차 등을 이끌 전문옹호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냐고 질의했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동의한다고 했다. 장관이 그런 대답을 했으니 어떻게 심리사회적 권리옹호체계가 잘 만들어질지 앞으로 면밀히 주시하기로 하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지난 7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에게 정신병원 내 인권침해와 심리사회적 장애인 권익옹호체계 필요성에 관련해 질의하는 모습. ©국회방송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로 이 법을 통해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렸으나, 아직도 지역사회에 기반한 이들 관련 지원체계는 미비하며, 이 장애를 이유로 한 혐오와 차별은 팽배하다.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 등에서 심리사회적 장애인은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고, 지역사회에 있는 이들도 혐오와 차별의 따가운 시선 속에 여전히 사회적으로 배제당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견디고 있다.
이들도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당당하게 살기 위한 독자적인 권익옹호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이제는 장애인계뿐만 아니라, 국회, 정부, 지자체, 전문가 등이 함께 합심해 이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때이다. 그 논의를 통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강구할 때이다.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당연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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