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간에 나누었던 사건 중 하나가 저의 이야기였어요.
월요일에 회사에서 제가 작업한 시안을 팀장이 옆자리 동료에게 지시하며 수정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이 어려웠어요.
디자인하는 화면마다 담당자가 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업 담당자인 제가 버젓이 옆에 있는데
왜 옆 동료에게 수정을 지시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옆자리 동료가 화면 간에 들어가는 요소의 스타일이나 배치를 통일하는 가이드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그것이 발단이 되어 제가 작업한 화면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옆자리 동료가 나 대신 내가 작업한 화면을 수정하는 것 자체로 화가 났고, 저의 열등감과 자존감에 불을 붙인 사건이었어요.
괜히 옆 동료가 미워지고, 수정을 옆 동료에게 지시한 팀장도 미웠어요.
마음 공부에서 그동안 배웠던 것 떠올리며 일단 나에게 어려운 마음이 드는 것을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려 했지만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쉽게 불편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작업 결과물은 곧 그 사람의 작업 능력을 판단하는 매체로 활용되기 때문에
(직장을 구할 때 포트폴리오와 과제를 제출해서 작업 능력을 판단받아 당락이 결정되는 직무 중 하나이죠..),
작업물이 곧 ‘나'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있었어요.
그래서 작업 결과물과 나를 동일시 하지 않는 생각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아직도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미움과 열등감이 마구 올라오던 그 순간에 문득 내 작업물, 내 꺼라고 생각하는 욕심과 집착이 나에게 있었나..
나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한 사람인데, 결국 내가 한 작업도 회사의 소유물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와 동시에 평소에 옆자리 동료에게 열등 의식이 있었고, 나와 같은 직급의 사람들 중에 제일 일을 잘하고 싶고
팀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어요.
모둠 모임 시간에 세희, 수연과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제가 전혀 생각치 못한 생각의 방향을 나누어 주었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들이 모두 나의 절대들이었구나 깨달았고, 그 절대에 갇혀 굳어있던 저의 생각을 깨고 전환할 수 있었어요.
이 사건과 연결되지 않은 세희, 수연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한 사건을 바라보는 제 시각이 고정되어 있었음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옆자리 동료가 수정한 파일을 받아서 수정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수정한 부분이 화면에서 다른 요소와 함께 고려했을 때 시각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어 팀장에게 기존안과 수정안을 함께 보여주었고,
결과적으로 다시 기존에 제가 작업했던 시안으로 원상복귀 하는 것으로 결정 되었어요.
팀장은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이리저리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
팀장이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은 내 추측과 상상이었구나,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은 나를 갉아먹는 괜한 생각이었구나 싶었지요.
내 느낌/생각/감정과 나, 특히 내 작업물과 나를 동일시 하지 않고,
스스로를 그러한 것들로부터 정죄하고 가치판단하지 않으며 생각을 흘려보내는 연습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첫댓글 노래가사와 달리
추측과 상상은 맞을 때가 별로 없어요.
우리의 해석은 거의 우리에게 유익하지 못한 쪽으로 쏠려요.
늘 추측과 상상으로 살기보다
진실, 현실을 살아가는 선택이 마음공부에요.
이건 관계에서 아주 중요해요.
그리고
열등감과 우월감은 늘 함께 있어요. 혼자만 있지 않아요.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숨겨진 우월감이 있어요. 그래서 괴로운 거에요.
같은 말로
자존감이 약하다는 건 사실 자신에 대한 아상, 허상이 높다는 의미이고요.
이거 이번 시간에 좀 얘기해 봅시다.
청년의 마음공부에서 빈번한 주제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