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와 우리나라 역사

사마천의 사기는 고구려시대 태학과 경당에서 기원후 4세기 경에 읽혀졌던 역사책으로 우리나라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본다.  중국에서 동양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칭하는 사마천(司馬遷 145,135 B.C.?~85 B.C.)은 중국의 고대문명으로부터 당대까지의 역사를 사기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130권으로 130편으로 되어 있다. 이는 본기 12편, 표10편, 서 8편, 세가30편, 열전 70편으로 구성되었다. 다룬 시기는 중국역사의 시작으로 알려진 전설 시대인 상고 5제로부터 하은주, 진을 거쳐 당시인 한 무제시대를 다루고 있는 통사이다. 서술은 통치자의 기록인 본기(本紀), 유명한 세력가를 다룬 세가(世家)를 편년으로 중요 내용을 서술하고, 개인이나 외국 국가를 열전, 분야사인 서(書)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체재는 이후 단대왕조의 역사를 정리하는 한서, 후한서 등의 정사(正史)체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그는 아버지 사마담이 태사공 직을 맡았고, 이를 사마천이 이어받아 역사정리를 꿈꾸었다. 태사직은 천문, 자연징후 등을 관찰하고 해석하며 기록하는 관직이었다. 사마천은 20세 전후하여 중국의 원거리에 있는 여러 곳을 여행하여 견문을 넓혔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자료를 수집하였고, 전문한 이야기도 서술함으로써 사료화했다. 각 편의 뒤나 군데 군데 중요한 곳에는 자기의 견해를 ‘태사공왈’이라고 썼다. 이를 사론이라 하는 것이고 이는 그의 역사관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자료이다. 그의 역사관은 사기의 서술체제, 자료의 인용과 서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가 사기를 쓰게 된 직접적 계기는 그가 흉노를 치다가 항복한 이릉(李陵)을 천거했다는 죄로 자신이 생식기 중 고환을 제거당하는 궁형을 받아 인간으로서는 절망적인 처지에 처했다. 그가 마지막 절망의 상태에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불휴의 저술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는 혼신의 힘을 쏟아 󰡔사기󰡕를 집필했다. 인간이 최악의 상태에서 최고의 빛을 발휘할 수 있다. 그가 무제의 정치를 비판하는 견지에서 무제본기를 쓴 점이 이해될 수 있지만 그는 단순히 한 무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모든 인간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영원한 명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료를 수집하고 역사를 총체적으로 통괄하는 거대한 식견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과 그의 뛰어난 재능을 무시하기 어렵다.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 학자들에게 "사기"가 즐겨 읽힌 중요한 이유는 선진문화의 총정리와 그의 뛰어난 역사관 그리고 웅혼한 문장력 때문이다. 제자백가의 사상을 배울 수 있는 사상사적 입문서이었고, 역사가에는 역사서술의 모범이었으며. 그의 문장은 고문체의 전형으로서 웅혼하며 미려하며 연결고리를 극적으로 묘사한 내용이 많다. 그리하여 '사기"는 후대인들에게 많은 감동과 교훈을 주는 값진 역사서가 되었다. 그가 살았던 한나라 초기는 사상적으로 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사상이 난무했다. 즉 예와 교육을 강조하는 유가사상, 인위적 가식을 배제하는 자연 그대로의 길을 숭상하는 도가사상, 법으로 인간사회를 통치할 수 있다는 법가사상, 음양오행과 참위를 믿는 음양가, 소피스트적 궤변을 일삼는 명가(名家), 전쟁논리를 논하는 병가(兵家)사상 겸애사상을 주장한 묵가 등 다양한 사상이 난립했다. 이들 사상가들을 사기에서 빠짐없이 고루 다루었다. 이는 태사공이었던 아버지 사마담이 이에 관한 공부를 했다고 사마천은 사기의 발문격인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밝히고 있다. 이는 아마도 자신이 아버지를 치켜세우기 위해 과장된 것이 아닐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마천 자신이 이들 제가의 사상을 대체적으로 이해하고 서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마담은 역사편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아들에게 전했음은 분명하다. 그는 공자가 500년전에 쓴 "춘추"의 역사성을 계승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춘추필법을 따르기 보다는 다양한 인간상을 서술함에 주력했다. 이 점이 이 책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기전체라는 새로운 역사서술 체재를 창안했다. 또한 그가 살았던 당시는 정치적으로 주나라의 제후에게 토지와 통치권을 나누어주었던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진시황이 통일제국이 이룩하여 지방관을 임명하는 군현제를 실시하였으나 30년만에 붕괴되었다. 정치적으로 한나라는 진의 군현제도와 봉건제도를 함께 운용하는 군국제도를 취했다. 이런 변혁의 시대에도 변혁을 넘어서는 역사와 문화의 계승성을 강조했다. 이런 역사의 계승성은 우리 역사에서도 본받아야할 점이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하여 다양한 인간상과 사상을 서술하였다. 유학의 체계화에 큰 공을 세운 공자에 대하여는 공자세가를 서술하고 더구나 ‘중니제자열전’에서 공자의 제자들에 대한 전기를 상세히 기록하여 유교를 중심사상으로 삼았을 정도로 중시했다. 이런 제자열전을 다룬 학파는 유가이외에는 없다. 중국 문명의 한계를 지역적으로 설정하여 중국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였고 그 문화를 중화사상으로 정립함에 기여했다. 또한 중국 역사를 오제로부터 한나라의 역사까지 다룬 통사였고, 중국문화사, 문명사를 서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이외의 이웃 나라는 야만인이라 하여 이(夷)로 규정하였다. 중국의 중화사상을 정립한 사마천의 공로는 1911년 청나라가 망할 때까지 동양의 역사사상으로 작용했다. 즉 중국과 이웃나라와의 문화교류, 외교사상, 역사사상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유교의 전파와 함께 작용했다. 한국의 조선시대 후기에는 조선중화주의로 일본의 경우 18세기 일본중화주의사상으로 이용되었다. 중국에서는 지금까지도 문화적 자존의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우리나라에 관한 기록은 조선 전에서 위만조선의 정벌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을 뿐이며, ｢송 미자(宋微子) 세가｣ 등에서 기자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이 보이고 있을 뿐이다. 사기 조선전에서는 낙랑, 현토, 진번, 임둔의 4군을 설치했다고 하지만 진번과 임둔의 기사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송 미자 세가｣에서는 기자(箕子)가 은나라 마지막 왕 주에게 충언을 했다가 구금된 것을 주나라 무왕이 풀어주고 조선에 봉했고, 기자는 주 무왕에게 홍범(洪範) 아홉 가지를 말해주었다고 하면서 그 아홉 가지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풀어 서술했다. "삼국유사"에는 기자 조선에 대한 언급이 없으나 유교화가 진전된 조선조에는 기자조선을 모두 서술하는 근거 자료가 바로 이 기록에 의거한 것이다. 즉 세조 때 편찬된 󰡔삼국사절요󰡕와 성종 때에 편찬된 󰡔동국통감󰡕에서부터 조선말까지의 관찬 역사서나 개인이 쓴 역사서에서 이를 모두 기정사실로 서술했다. 거기에 "사기"에 없는 내용이 추가되었으니 기자가 평양에 도읍을 했다는 내용과 기자의 8조교가 추가되고 이이의 "기자실기"라는 책에서는 더 상세한 내용이 추가되었다. 지금은 우리 역사에서 기자조선을 서술하는 역사서는 거의 없다. 기자는 성인으로서 우리나라에 유학을 전래한 인물로 조선시대에 강조되었다. 그가 조선에 봉해졌다면 그 조선은 산동 반도에 있어야지 평양의 조선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시 주나라의 강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홍범은 정치적으로 중시해야할 내용으로 대한제국기에는 홍범 14조를 발표한 내용과는 다르다. 홍범 아홉가지는 "사기"에서 홍범 9등(等)이라 하였으나 조선조에는 홍범9주(疇) 또는 홍범9정(政)이라고도 칭했다. 1)5행 2)5事, 3)8정(政) 4)5紀 5)황극(皇極) 6) 3덕(德) 7)계의(稽疑 ) 8)서징(庶徵) 9)5복(福)을 즐겨쓰고 6극을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 1)의 5행은 금목수화토의 만물의 기초요소를 말하고, 2)의 5사는 모습, 말, 눈으로 봄, 귀로 들음, 생각을 군주에 관한 것이며, 8정은 식료품, 재물, 제사, 형벌, 치안, 교육등을 담당한 관직을 들고 있다. 5기는 시간을 나타내는 년, 월, 일, 별, 달력을 뜻한다. 황극은 군주가 엄정한 표준을 가지면 남녀노소, 서민에게도 안전이 보장된다는 정치철학이다. 군주가 편당을 따르지 않으면 왕도가 탕탕하고. 평평하다는 탕평책이 나오는 원리를 서술하고 있다. 3덕은 정직, 강함과 부드러움의 균형을 가지는 것이고, 7)의 계의는 운명이나 징조를 점쳐서 길흉을 해석하여 의심스러운 걱정을 멈추게 하는 일을 뜻한다. 8)의 서징은 비, 바람, 더위와 추위, 계절이 비정상적일 때 이에 대처하는 것, 9)의 5복은 오래 삶, 부유함, 건강함, 좋은 덕성, 편안한 죽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