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성숙한 사회, 일본성지순례를 다녀와서
일장기 없는 만국기
관악산 남사면 등산로 입구에 산채비빔밥, 파전 등 먹거리를 파는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그 중 한옥식으로 지은 집이 있는데, 안쪽으로 들어 가면 정원이 있고, 평상 여러 개가 놓여 있는 정원에는 각종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꽃이 봄이 되면 운치가 매우 좋다. 그래서일까 등산객들이 자주 찾을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 모임등 각종모임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는 명소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물레방아 앞에 걸려 있는 만국기를 보더니 일장기를 막대기로 후려치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 국기는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일본국기만 훼손한 결과 그 음식점에 가면 일장기만 없는 만국기가 되고 말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관서지방과 북큐슈지방을 3박4일정으로 둘러 보는 일정이었다. 이번 여행은 모두 불자들로 이루어진 성지순례 개념으로서 나라와 쿄토, 오사카의 관서지방에서는 호류지(법륭사)등 7사를 순례 하였고, 후쿠오카의 북큐슈에서는 난조인(남장사)를 순례하였다.
또 순례 기간 중 쿄토의 니죠성과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와 오사카성을 보았다. 페리호로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밤에 이동하여 북큐슈에 도착한 후 아소 활화산을 보고, 벳푸온천지역에서는 민예촌거리인 유후인과 온천등 문화탐방도 겸하였다.
3박4일간의 패키지 여행으로 일본을 다 알 수 없다. 단지 맛만 보았을 뿐이다. 그런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과 달랐다. 일본과 관련하여 ‘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는 등의 수 많은 일본관련 책들이 있고, 또 TV에서 종종 일본 관련 다큐프로, 일본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일본에 대하여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못하다. 그런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가이드말을 잘 들어야
여행에서 특히 패키지 여행에서 가이드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이번 패키지 여행에서도 가이드가 차지 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가이드 없는 여행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10명이 출발한 이번 여행에서 가이드가 인천공항에서부터 돌아 올 때 까지 늘 함께 하였다. 이 경우 중국여행과 달랐다. 중국의 경우 도착하면 현지가이드가 공항으로 마중 나온다. 대부분 조선족 3세 교포 가이드이다.
그런데 이번 일본여행의 경우 우리나라 가이드이었다. 그것도 베테랑가이드 이었다. 고삼 수험생을 둔 여성가이드는 여느 가이드처럼 말이 청산유수이고 일본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만물박사이었다.
그런 가이드말을 경청하고 메모 하였다. 대부분 듣는둥 마는둥 하고 심지어 잠을 자는 법우님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준비해 간 ‘메모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일본어판 위키피디아 사찰 관련 자료를 프린트하여 사찰순례 전에 보았다. 이렇게 자료를 먼저 보고, 가이드 설명을 듣고, 실제로 보고, 돌아와 글로서 정리 하는 것이다.
일본은 성숙한 사회
그런 가이드의 말 중에 관광유적지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일본과 일본문화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일본은 성숙한 사회”라는 말이었다.
왜 일본이 성숙한 사회일까. 그것은 보면 알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도 질서가 잡혀 있고 안정되어 보인다. 길거리에 휴지 하나 담배꽁초 하나 볼 수 없고 심지어 나뭇잎파리 조차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일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단정해 보이고 조신하게 걷는 듯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질서가 드러나 보인다.
실제로 그들은 친절했다. 관광지에서 ‘디카 케이스’를 뒤?아와 찾아 준 것이라든가,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 가던 길을 멈추고 기다려 주는 배려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절이 몸에 벤 그들이 늘 하는 말은 “스미마셍(すみほせん, 미안합니다)”이라 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남이 내발을 밟아도 “스미마셍”한다는데 보통 하루에 약 50번은 “스미마셍”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칼(劒)의 문화
우리와 다른 이런 모습은 일본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전통 때문이라 한다. 가이드는 이를 ‘칼의 문화’로 설명하였다.
근대화 이전 일본은 약700년간 사무라이시대(무인시대)이었다. 철저하게 계급사회에서 민중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무사들의 말을 잘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만족 시켜 주어야 했다. 그래서 죽지 않고 살아 남기 위하여 “스미마셍”하며 자신을 낮추게 되었고, “잇쇼오켄메이(一生懸命, いっしょうけんめい, 열심히)”이라는 말이 있듯이 죽지 않고 살아 남기 위해서 오로지 한 우물만 파는 장인정신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지도를 그린다면
이렇게 일본은 장인정신과 예절의식이 바탕이 되어 오늘날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 결과 현재 G8 멤버 국가 중의 하나로서 세계경제와 세계질서를 좌지우지 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되었는데, 그 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학자이자 만화가인 이원복교수의 책이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유명한 교육용 만화책이다. 이 만화책을 보면 일본에 대한 것도 있는데, 경제대국으로서의 일본을 세계지도로 표시해 놓은 것이 있었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일본이 전세계 GDP가 2위 이었다. GDP2위를 중국에 넘겨 주기 전까지 일본은 미국다음으로 국민총생산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가장 높은 나라 이었다. 그래서 이원복교수의 경제지도 그림을 보면 일본이 중국보다 땅덩어리가 더 크게 되어 있었다. 또 일본보다 몇 십배 넓은 인도대륙은 일본의 ‘시코쿠’정도로 표시 되어 있었다.
참고로 현재 GDP상위 나라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09년도 국민총생산(GDP)순위
출처: 다음의 해외정보
표를 보면 미국이 14조로서 GDP1위이고, 중국과 일본이 5조로서 엇비슷하다. 인도의 경우 인구가 11억으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지만 GDP가 1조4천억불로서 인구 1억2천700만명의 일본보다 약 1/4에 불과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총생산은 9800억불로서 일본이 5.5배가 더 많다.
당신은 일본사람입니까?(Are you Japanese?)
이렇게 GDP로 놓고 경제지도를 그린다면 일본은 큰나라이다.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 때문에 영국에 간 적이 있었다. 런던의 호텔에 가면 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있는데 주로 흑인 등 유색인종들이 많다. 그런데 짐을 도와주는 흑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유 재프니즈?(Are you Japanese?, 당신은 일본사람입니까?)”하며 말을 거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해서 코리언이라고 말해 주었다. 여행을 자 주 다니는 분에게 물어 보니 외국 특히 유럽에서 서양사람들이 낯 모르는 동양인을 보면 “아유 재프니즈?”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의 ‘예의’라고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일본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무시당할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인정해주는 선진국이라는 말이다.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음식점에서 아이들이 일본국기를 훼손한 것이 좋은 예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 까지 일본을 미워하고 싫어 하는 것은 과거 아픈 역사에 기인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일본을 미워 하는 것과 달리 가이드말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들은 우리를 미워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이웃에 있는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뿐 싫어 하는 감정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욘사마’ 등 한류열풍이 불면서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바람을 향하여 던지는 오물처럼
그렇게 본다면 우리들만 일방적으로 미워하고 증오심을 키워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마음은 성냄에 뿌리박은 ‘해로운 마음(不善心)’이다. 곧 성냄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런 성냄은 상대방이 받아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내게로 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Yo appadu??hassa narassa dussati 요 압빠둣타싸 나라싸 두싸띠 suddhassa posassa ana?ga?assa 숫다싸 뽀사싸 아낭가나싸 tameva bala? pacceti p?pa? 따메와 발랑 빳쩨띠 빠방 sukhumo rajo pativ?ta?va khitto. 수쿠모 자조 빠띠와땅와 킷또.
선한 사람에게 나쁘게 행동하면 악행의 결과가 돌아간다, 마치 바람을 거슬려 미세한 먼지가 날리는 것처럼.
(법구경, Dhp125)
부처님은 성내는 것에 대하여 “마치 바람을 향하여 던진 가는 먼지” 같다고 하였다. 이는 바람을 안고 서거 다른 자에게 먼지를 뒤집어씌우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뒤집어 쓸 뿐이라는 말이다.
성냄과 정신적 괴로움
일본은 과거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못 살게 굴던 나라이다. 그런 아픈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대을 이어서 미워하고 무시하고 적대감만 키워 나간다면 우리만 손해이다. 우리가 아무리 미워하고 적대시 해 보았자 그들이 받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냄으로 인하여 잃게 되는 것은 매우 많다. 가장 크게 잃게 되는 것은 이제까지 지은 모든 공덕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한친구에게 한번 화를 냄으로 인하여 이제까지 수십년간 지속되어 왔던 인간관계가 파괴 되어 회불불능 상태가 될 수 있고, 고객에게 성질을 부림으로 인하여 거래관계가 영원히 끊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화냄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화를 내면 상대방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인이 괴롭기 때문에 아비담마에서는 화를 내는 것에 대하여 ‘정신적 괴로움’으로 분류 하였다.
불교의 영향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일본은 고도로 성숙한 사회이다. 질서, 예절,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이 무르익어서 사회가 고도로 안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성숙한 사회를 만든 요인이 여럿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불교를 빼 놓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 1억 2700만명의 인구중 불자는 공식적으로 9,600만명이라 한다. 전체인구중 약 75%가 불교를 신봉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기여 했다고 볼 수 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대신 관용과 자애와 지혜를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이 오늘날 고도로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 불자수는 인구대비 22.8%에 지나지 않는데, 불자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더 질서, 예절 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서 좀 더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방문한 순서대로 보면
일본은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경제력 뿐만 아니라 인구도 많고 땅도 넓었다.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3,600Km에 달한다니 길고도 길쭉한 나라에 볼 것도 무척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일본을 제대로 볼려면 몇 개 지역으로 나누어 몇 차례 더 보아야 일본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순례의 경우 관서지방과 북큐슈 지방 위주 이었다. 그것도 유명관광지이자 세계문화유산위주로서 사찰순례가 대부분이다. 모두 8사를 순례하였는데, 그 규모가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정원으로 잘 꾸며져 있어서 수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6월의 경우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철이라 학생들로 매우 붐볐다. 방문한 순서대로 대표 이미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12년 6월 5일
1. 호류지 (法隆寺) 일본 불교 예술의 보고라 일컬어 지며 담징의 금당벽화가 있는 곳
2. 토다이지(東大寺) 일본최대의 청동불상이 있는 목조 건축물
3. 야쿠시지(?師寺) 일본 제일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랑함
4. 도톤보리 (道頓堀, どうとんぼり) 오사카 최대 번화가
2012년 6월 6일
5. 기요미즈데라(淸水寺) 교토에서 가장 인기있는 절벽위에 세워진 사찰
6. 니조성(二?城)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에 건립
7. 킨가꾸지(金閣寺) 금박으로 빛나는 2층 누각
8. 료안지(?安寺) 귀족의 별장을 개조하여 1450년에 세운 선종사찰
9. 토후쿠지 (東福寺) 3대다리 통천교가 있음
10. 오사카성 일본 3대 명성 중 하나
11. 훼리 승선 오사카-신모지항, 명문훼리
2012년 6월 7일
12. 아소 활화산
큐슈의 한가운데에 있는 산으로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는 활화산
13. 유후인(由布院)
긴린호수, 민예촌 거리
14. 유노하나(湯の花) 온천의 꽃이라 불리우는 천연온천가루 재배지
2012년 6월 8일
15. 가마도지옥 (かまど地獄) 다양한 6개의 온천을 가지고 있음
16. 난조인(南?院) 일본 최대의 와불상
17. 면세점
18. 다자이후텐망궁(太帝府 天滿宮)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는 신사
“아, 좋다”보다 더
여행은 즐거운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역시 “아, 맛있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처럼 일상을 떠나 오로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하는 것에 대하여 ‘천상체험’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특히 도반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경우 불교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령 처음 보는 법우님들일지라도 금방 마음이 통하게 되어 이야기꽃,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을 두 배, 세 배 더 즐기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단지 보기 위하여, 먹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은 본전만 건지는 것이다. 자비를 들여서 떠난 여행에서 본전 이상 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먼저 여행지에대한 사전 지식을 쌓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이드의 말을 열심히 경청하는 것이다. 어느 유적이든지 의미가 있고, 전설이 있고, 교훈이 있기 때문에 알면서 보면 두 배, 세 배 더 건질 수 있다. 다음으로 여행기까지 남기면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기간 동안 900장에 달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약900메가에 달하는 메모리사이즈이다. 시간이 허락 하는 대로 틈틈이 올릴 예정이다. 여행가기 전에 설레임과 여행중의 즐거움, 그리고 여행이 끝난 후 되돌아 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2012-06-0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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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고뇌의 강을 건너 원문보기 글쓴이: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