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미술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는 미술관은 어디일까?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날 수 있는 미국 뉴욕의 MoMA Museum of Modern Art(이하 뉴욕현대미술관), 인기 있는 인상파 거장들의 대표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수많은 역사적 유물로 가득 차 있는 영국 런던의 영국 박물관 등 각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세계적인 미술관들 중 가장 오랜 기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곳은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다. 2018년 한 해 평균 천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절정기에 올랐던 루브르 박물관은 2020년, 2021년 팬데믹의 영향으로 방문객의 70~80%를 잃어 한 해 평균 270만 명이 방문하였었으나,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한 2022년 773만 명이 방문하였고 2023년 890만 명까지 방문객이 회복되며 다시금 그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평상시에도 3만 5천여점의 작품을 전시실에 선보이고 있고 수장고에 보관 중인 소장품이 50만 점이 넘어 질릴만큼 수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루브르 박물관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으로 손에 꼽힌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록은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미술관 5위에 대한민국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 그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08만 명이 방문해 2위에 랭크된 바티칸 박물관, 409만 명이 방문해 3위를 한 영국 박물관, 388만 명이 방문해 4위에 자리 잡은 테이트 모던에 이어 한 해 341만 명이 방문하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찾은 미술관으로 기록되었다. (2023년에는 6위에 올랐지만 방문객 수는 418만 명으로 더 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떻게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인기 미술관이 될 수 있었을까?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들은 단 하나의 이유가 아닌 여러 가지 내외부의 요인에 의해 증가했을 것이다.
아마도 현재 시점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장 크게 작용한 외부 요인 중 하나는 팬데믹의 영향이다.
지난 2년여의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문화생활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세계적 사회적 거리두기의 제한이나 걱정 없이 편히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술관은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되어준 측면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미술관은 한창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했던 2020년, 2021년도에도 관람객이 밀집되는 도슨트 서비스 운영의 취소나 형태 변형이 있었을뿐, 미술관 방문과 관람 자체는 큰 제한이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코로나에 대한 초기 방역과 대응을 잘해낸 국가로 손에 꼽히기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고, 최초에는 영화관 데이트나 공연 관람이 대체재로 즐기기 시작한 미술관 관람이란 문화생활이 많은 이들의 일상의 자리 잡은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외부적인 여러 요인과는 별개로 미술계 내부에 고민과 선택이 대중들이 미술관을 찾게 되는 동력을 만들어 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전시 흥행 성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에 걸작들-빈 미술사 박물관 특별전, 2023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을 연달아 개최해 국내에서 보기 힘든 유럽 주요 미술관에 소장품들을 대중하게 선보이며 흥행과 더불어 호평을 받았고, 2022년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외 상설 전시인 사유의 방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며 국내에 많은 애호가와 관람객이 전시 현장을 찾도록 이끌었다.
대중들에게 양질의 작품과 기획을 선보이기 위한 이러한 내부적인 노력이 시대의 흐름과 맞닿아 반응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인기 미술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는 비단 국립중앙박물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22년 전 세계 미술관 방문 관람객 통계 21위에는 한 해 180만 명 이 방문한 국립경주박물관이 자리했으며, 65만 명이 방문해 89위에 자리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2023년 202만 명이 방문해 26위에 올라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2023년 4개월 사이 33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전시나 5개월 여간 25만 명이 방문한 리움 박물관의 마우리치오 카델란 전시는 국내 애호가와 관람객이 현대미술에도 충분한 안목과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한때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졌던 전시 관람문화는 어떻게 대중들의 삶 속에 스며들 수 있었을까?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중에서
김찬용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