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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일기를 씁시다
우리 영혼도 비춰보는 거울이 꼭 필요합니다. 말씀의 거울, 관계의 거울, 침묵의 시간을 통한 자기 성찰의 거울이 필요합니다. |
누구나 한번쯤은 일기를 써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지금은 일기를 쓰고 있진 않지만 학생 때 특히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시절에는 pense(팡세)라는 애칭을 부쳐놓고 저도 파스칼처럼은 못되어도 적어도 비슷하게는 될 것 같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틈만 나면 노트에 두서없는 글들을 쓰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처럼 검사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제 스스로 원해서 이것저것 저의 생각들을 정리했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면 저에게 있어 일기쓰는 시간은 안식의 시간, 곧 휴식과 고독의 시간,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 그의 말씀을 묵상하고 뜻을 찾는 시간, 내가 받은 통찰력, 순간순간 떠 오른 영감(?)을 기록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기는 저에게 많은 축복을 가져다주는 영적 성장의 통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가장 신앙이 성장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기는 매일의 삶을 기록해 두는 하나의 장(場)입니다. 그러나 일기란 단순한 것만은 아닙니다. 일기는 자기발견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며, 정신집중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며 또한 영혼의 거울입니다. 일기는 떠오른 생각들을 붙들어 두는 방, 감정을 표현하는 통로요, 작가를 위한 훈련장이며, 좋은 친구요 믿음직스런 벗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기는 침묵과 고독의 은밀한 공간으로 우리 스스로와 친구가 되고, 나만의 독특한 인생 여정을 탐색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고독, 위기, 과도기, 갈등, 영적추구, 신체적이거나 지적인 도전, 기쁨의 순간에 일기를 써 오고 있습니다. “나의 일기는 추수가 끝난 들판의 이삭줍기다.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들에 남아서 썩고 말았을 것이다.”라고 말한 소로우는 “내 생각을 담기에 일기만큼 좋은 그릇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기는 어쩌면 날마다 하나님께 드리는 내 삶의 가장 정직한 보고서인 것입니다.
온종일 거울 한번 쳐다보지 않고 지나가면 어떻게 자신의 외모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우리 영혼도 비춰보는 거울이 꼭 필요합니다. 말씀의 거울, 관계의 거울, 침묵의 시간을 통한 자기 성찰의 거울이 필요합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적어도 하루에 한번쯤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과 시간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건만 기록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루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님 앞에서 더 나은 내일을 계획하고 갈망하는 우리들의 고뇌와 감격이 일기에 담겨있는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하루가 다르게 영혼이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스스로를 살피고, 내 안에 역사하시는 주님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너무나 귀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 비전가족 여러분에게 ‘일기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감동을 표현하지 않으면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감동을 표현하면 즐거워진다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기는 창조의 한 형식이며, 일기를 쓰는 동안 우리들 인생(우리의 생각, 가정 꿈, 사람과의 관계, 하나님의 관계, 은사, 신념 등)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욱 더 삶에 대한 분별력과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되고 결단력도 커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믿음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일기를 쓰는 것은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복종케��할 수 있을 것입니다(고후10:5). 우리가 살다가 당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기장에서 툭 털어놓음으로 조만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기쁜 해결책을 발견하게 되고 그런 것들을 통해 우리의 믿음은 한층 성장되고 결국에는 이 일기가 나의 기념비가 될 것입니다.
일기의 용도는 수없이 많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일상생활을 아무생각 없이 적기도 하지만, 역사를 기록하기 위하여, 날씨나 짐승들의 일기를 관찰하기 위하여, 개인의 업무를 정리하기 위해, 또 저술이나 연설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등 그 외에도 독후감이나 편지, 기도, 추억을 위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여러분에게 ‘일기쓰기’를 권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성장과 훈련 즉, 영성훈련의 방법과 기회로 삼고자 함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주님이 맡기신 영혼의 밭을 땀 흘려 갈고 그 위에 씨를 뿌리는 시간, 촛불 하나 밝히고 본연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일기쓰기’를 통해 얻은 자신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 경건의 훈련,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예민성, 삶의 분별력과 질서 조정, 감정 표출과 새로운 전망, 자기표현과 창의력, 목표설정과 시간관리, 문제의 해결을 했으면 싶은 것입니다.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것은 자기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성장할 수 있는 훈련의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별한 경우(검사받기 위해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기를 쓰게 되면 좀더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주위가 집중되고, 일기를 쓰는 동안 생각지도 않던 아이디어 등과 문장들이 떠오르는 것도 경험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체험했던 것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처받고 화가 나지만 어디 마땅하게 화풀이 할 때가 없을 때 누군가에게 일기나 편지를 쓰면서 그 속에 호되게 퍼부어 놓은 후 우편으로 보내지도 못하고 찢어 버리거나 일기장 속에 파묻혀 두지만 어느새 감정이 누그러지고 해소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속에 있는 좋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면서 발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인격형성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모릅니다. 반대로 기쁜 일과 즐거운 일을 적게 되면 그 감정은 더욱 커지고 후에 다시 읽게 되면 그 때의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나 또 다시 기뻐할 수 있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어떤 일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일기장 속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저울질 해 보다가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일상적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의식을 갖게 되기도 하며, 사람만큼은 못하지만 말할 상대를 찾지 못할 때는 막역한 친구의 역할도 해주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렇지만 매일 삶의 흔적들을 일기장에 모두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영혼의 유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일기 속에서 동반자를 만나고, 감정의 출구를 찾고, 분명한 것을 붙들고 결심을 하고, 인생에 대해 더욱 깊은 감사를 느껴야 자기발전과 영혼의 성숙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일기쓰기’는 좀 달랐으면 합니다.
첫째, 우리의 ‘일기쓰기’를 뭐라고 부르든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묵상일기, 영혼의 일기, 경건일기, 독서일기, 큐티일기, 명상일기, 자연일기 또는 만나, 키티, 팡세, 밥상, 들꽃, 샘물 등의 별칭이나 애칭을 부치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영적인 깨달음과 말씀 안에서 발견한 진리에 대한 단상(작은 생각이나 느낌)들을 적었으면 합니다. 처음에는 미숙함의 흔적도 있겠지만 영혼에 떠오르는 하나님 주신 번뜩이는 예지와 영감들을 놓치지 말고 기록하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읽어보면 ‘내가 어떻게 이런 글을 ...’하면서 놀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청소년기가 가장 영적으로 깨끗하고 맑고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매일의 삶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록되어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면 복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단순히 그날그날의 일어났던 일 중심으로 기록하기보다는 그 일들 속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통찰이나 나 자신이 깨달았던 영적인 감흥들을 기록한다면 더 소중하고 간직할 만한 가치를 얻을 것입니다.
셋째, 일기를 쓰면 자기반성도 하고, 글 쓰는 힘이 생긴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공부한다고 생각하며 글을 쓴다면 딱딱해지고 어려워집니다.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쓰되,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길게 쓴 일기가 잘 썼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두 줄을 써도 하고 싶은 말을 다 썼으면 됩니다.
넷째, 꼭 말씀이나 일상을 적으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글이나 시, 신문, 만화, 사진, 속담, 명언, 취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를 부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랍 속 어디에서 잠자고 있을 나의 일기장을 꺼내 가장 멋진 이름을 붙여 줍시다. 그리고 하루에 5분이라도 진지하게 나를 돌아 볼 시간을 갖고 일기와 함께 나날이 커가는 꿈과 희망을 간직합시다. 열정과 수고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일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시다. 때로는 투정을, 때로는 기도를, 때로는 만화와 그림을, 때로는 사진을 부치기도 하면서 가끔씩은 성경이나 찬송을 적어보는 신앙노트, 영혼의 묵상일기를 가져 봅시다. 조금만 짬을 내봅시다. 그러면 우리의 영혼은 소생되고 강건해지며 날마다 맞이하는 하루가 기쁘고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첫댓글 부럽습니다. 존경합니다.
느낌표 님의 문장 한줄 단어선택 하나하나는 하루아침 속성과정에서 배운것이 아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