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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며) 다시 할 게요. 잘 할 수 있어요. 진짜에요.
조감독 안 되 거든요. 저희 지금...
김여인 (악바리) 둘이 아주 잘 어울리네. 잘 어울리네.
퇴교길의 소영과 상태, 길 건너에서 아까부터 그런 김여인의 모습 지켜 보고 있다.
소영, 맘이 아픈 듯 뒤돌아서자, 상태, 소영을 잡는다.
둘이 티격태격 하는데, 문득, 앞에 나타난 곽회장.
곽회장이 뭔가 말을 건네려고 하자, 소영, 곽회장을 스쳐 지나가버린다.
상태, 곽회장에게 죄송하다고 꾸벅 인사한다.
128. 공원 / 밤
창후, 벤치에 앉아 불이 꺼져 있는 자신의 옥탑방을 올려다 보고 있다.
그 옆 벤치에서 토하고 있는 소영. 신발 다 벗겨지고, 얼굴은 눈물 범벅이다.
흐느적거리는 소영,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푹 쓰러진다.
상태 너 자꾸 울래? 바보같이!
소영 사는 건 우는 시간, 눈물 닦는 시간, 울지 않는 시간,
울었다고 야단맞는 시간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상태 너 참 발 못 생겼다. 다들 도망가게 생겼어.
니 발 이뻐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거야. 일루와 발톱 깎아줄게.
발가락에 뽀뽀하는 상태.
소영 불쌍한 우리 엄마.
상태 뭐가?
소영 엄마 나이가 돼도 꿈을 쫓는 거, 이상하지 않어?
엄마도 아직도 연애하고 싶고 그럴까?
상태 당연하지. 니네 엄마가 어떻게 맨날 그냥 소영엄마냐?
여자고 사람이고, 동물이고 그렇지.
소영 나 진짜 나쁜 딸이야, 그치?
상태, 쌕쌕거리며 잠든 소영에게 혼자서 중얼대다가 자연스럽게 소영 입술에 뽀뽀한다.
소영 (눈 감은 채) 너 교생한테 맞은 거니?
상태 아니. (소영이 눈 뜨자) 진짜 아냐.
소영 (입술 터진 부분 만져주며) 아팠어?
상태 나도 많이 때렸어.
129. 창후 선애 집 / 밤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는 선애.
창후 (초조함을 감추며) 늦었네?
선애 어, 미안해. 여보. 많이 기다렸지?
창후 응, 무슨 일 있었어? 옷은 왜 그래?
선애 아니. (머뭇거리며) 그냥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 만났거든.
창후 (굳은 얼굴) 그래?
선애 오빠 좋아하는 딸기 사 왔어. 씻어 줄게.
창후 (미안한 듯) 됐어. 피곤할 텐데 빨리 자.
선애 (하품하며 쓰러진다.) 아, 고마워, 오빠. 실은 너무 졸려.
창후 (양말 벗기며) 발바닥 주물러 줄게.
선애 (바로 곯아떨어지며) 응...
한밤중, 홀로 깨어 있는 창후, 가스레인지를 켠다.
쉭 새는 가스 소리. 라이터를 움켜 쥔 창후, 돌아누운 선애의 등을 보며 갈등 중이다.
선애가 잠시 콜록거리자, 창후의 눈 더욱 떨린다.
130. 조사장 집 / 밤
쓸쓸한 표정의 조사장. 잠옷 위에 태현이 사준 넥타이를 더블 노트로 매고 있다.
유정 집에 전화를 걸어 수화기를 들고 있지만, 말은 없다.
수화기를 든 상대방은 나반장이다.
긴장한 채 남자의 숨소리만 서로 느끼고 있는 둘.
조사장, 전화를 끊고, 술을 벌컥 들이키더니 갑자기 넥타이를 당겨 자기 목을 조른다.
곧 눈 자위가 터질 듯 붉어진다.
131. 서울 하늘 / 아침
보랏빛으로 밝아진 새벽 하늘 배경의 도로 날씨 전광판.
<10 / 23 토. 최저 기온 12℃ 최고기온 19℃. 흐린후 맑음.>
132. 유정 집 / 아침
새벽이 되어서야 소파에 지쳐 쓰러져 잠든 유정.
나반장 그 위로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문을 나선다.
133. 고시원 성원방 / 아침
성원 뭐? 나 똥개 훈련시킬 땐 언제구, 거 항의 쪼금 들어왔다고 취소한다는 게 말이 돼? 지금, 애가 죽어가는데! 간통 얘기랑 천사 이미지랑 무슨 관계가 있어?
네티즌이고 뭐고 다 때려 치라 그래! (탁 끊는다.)
성원, 씩씩대며 벽을 팡팡 두드리다가 선배한테 급하게 전화 건다.
<지금은 고객의 사정으로 받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
다시 걸어도 같은 메시지.
성원 야 이 새꺄, 빨리 받어! 왜 안 받어
134. 고시원 태현방 / 아침
거울 앞에 서서 넥타이를 매다 멈추고 옆 방의 고함 소리를 궁금해하는 태현.
거울에는 작은 가족 사진(여동생)이 끼어 있고,
그 밑엔 조사장의 가족 사진 한 장이 끼어 있다.
그 사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선물 받은 로션을 열어 냄새를 깊게 맡아 보는 태현.
135. 음반사 사장실 / 낮
자스민 엄마와 앉아 있는 조사장.
주절주절 떠드는 자스민 엄마.
자스민모 일단 일본 유학을 가는 게 낫겠죠? 한 2년 정도면 될까...
그리고 수민이 호르몬 주사 좀 맞혀야겠죠?
키도 커야 자세가 나오지.
그 때 계약서를 꺼내 찢어버리는 조사장.
자스민모 조사장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조사장 계약 파깁니다.
자스민모 뭐라구요?
조사장 위약금 청구하세요. 물어줄 테니까.
자스민모 (정색하며) 조사장. 지금 당신 실수하는 거야.
조사장 이미 더 큰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돌아가세요.
자스민모 회장님이 아끼는 앤 줄 몰라? 여기 당신 망하게 할 수도 있어.
조사장 애 얼굴에 묻은 화장부터 지워. 붕어 키우는 것도 질렸어 이젠!
자스민모 뭐, 뭐야?
136. 병원 앞 / 낮
병원 입구에 앉아 휴대폰에 찍힌 수경의 사진을 보면서 혼자 울먹이고 있는 정훈.
지나던 김간호사, 놀라서 다가온다.
김간호사 어, 아직 안 갔어? 왜, 누구 기다리니?
정훈 나 진짜 나쁜 놈이에요. 나 때문에 수경씨 죽었어. 내가 얘길 안 해서...
김간호사 응? 허선생님이 얘기 안 해 주셨어? 수경씨, 안 죽었어. 자살중독이 너무 심해서,
이번엔 거짓말로 곧 죽을 거라고 얘기해준 거야. 다 나아서 어제 벌써 퇴원했어.
정훈 에?
137. 초등학교 / 낮
성원, 낭패인 표정.
눈 앞에는 이미 파란 인조 잔디가 깔려 있다.
작은아이 코치님 새로 들어온 지 벌써 한 달 넘었죠.
138. 방송국 스튜디오/ 낮
여작가 목에 전화선을 둘둘 감고 헤드락을 건 채 열린 창문 앞에서 소리치고 있는 성원.
성원 그래, 나 간통했다. 어쩔래? 니들이 뭐 도와준 거 있어? 니들이 그렇게 잘 났냐?
죽어가는 애새끼 살리려고 TV 나가는데, 그게 그렇게 꼽냐? 썅, 다 죽자고, 그냥!
스텝들 어쩔 줄 몰라 다 동작그만 자세로 있고, 주변에 취재진 몰려와 있다.
PD (카메라 감독에게 속삭이며) 야, 그림이다, 이거! 밀어붙이자! 이번 주 대박이다!
139. 성당 / 낮
교생의 결혼식.
사진 찍기 위해 단 위에 서 있는 신랑, 신부 친구들.
소영,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상태는 지루한 듯 연실 하품 중이다.
사진사 자, 부케 받으실 분 앞으로 나오세요.
신부측 친구들은 몇 명 안 된다. 그 중 아무도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
사진사 없으세요?
여자1 다 결혼했어요!
사진사 저, 그럼, 남자 분이라도
태현 (웃으며 창후를 떠민다) 창후야. 너 나가라! 빨리 장가 가야지!
창후 안 돼. 내가 왜
밀려나온 창후, 어색하게 서 있다가 신부가 던지는 부케 받는다.
사진 펑. 쏟아지는 박수.
문 가에 있던 소영이 신호하자, 비닐 봉지에 담긴 작은 뱀을 몰래 풀어 놓는 상태.
둘이 낄낄대면서 달려 나오고 꽃다발을 들고 다가오는 정훈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들 뒤로 긴 비명 소리들 터져 나온다.
140. 곽씨네하우스 / 낮
두리번거리며 김여인이 오기만 기다리는 듯한 곽회장.
초조하게 손목시계만 바라보며,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141. 성당 / 낮
변신부, 정훈에게 수경의 방을 소개한다.
벽에는 온통 성경의 글귀를 하나하나 오려 붙여 만든 편지 글들이 가득하다.
이제껏 만나온 모든 사람들에 대해 쓴 글들이다.
그 중 정훈에 대해 쓴 글귀를 찾아보면,
수경 ...저는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 있어 그저 별똥별 하나에 지나지 않았는지 몰라요. 그래도, 절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에 어떤 소원을 빌었다면,
제가 그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도와 드릴께요.
변신부 어제 내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던데.
영원히 하나님의 신부가 될테니, 그 사람을 살려달라고. 그게 자네였구만.
142. 지하철 역사 / 낮
부케 꽂을 들고 의자에 물끄러미 앉아 있는 창후. 근심이 많아 보인다.
순간 한 남자가 핸드폰 통화를 하며 비틀비틀 오더니 창후 조금 옆에 앉는다. 카드사남이다.
창후가 힐끗 바라볼 뿐 누군지 모른다.
카드사남 (통화하며) 그래. 낮술 좀 했다. 야, 나 회사 때려 쳤다.
인생이 좆 같으니 때려 치지.
너 신문기사 봤지? 세상에서 죽었으면 하는 인간들 순위.
1위가 국회의원. 2위가 카드사 놈들.
부시가 5등인데 내가 2위야. 씨발 내가 부시만도 못한 놈이잖아.
내가 얼마 전에 어떤 여자한테 돈 갚으라고 졸라 욕을 했거든?
사진을 한 장 꺼내더니 본다. 젊은 여인의 사진.
카드사남 (울먹이며) 이 씨발년아, 돈 갚으라고. 갚을 능력 없으면 죽으라고.
근데, 걔가 내 초등학교 동창인 거 있지?
걔가 내 첫사랑이었거든? 근데 몸이 많이 아프대.
몸까지 아픈 애한테 죽으라고 했다.
어쩌다 세상이 이 지랄이 됐냐. 지금 갈 테니까 한 잔해. 끊어.
(창후 툭툭친다) 아저씨 담배 있어?
창후 (기운 없이 물끄러미 보며) 에?
카드사남 (이내 고개 푹 숙이며) 나 같은 개새끼는 하루에 열 갑씩 피고 죽어야 해.
첫사랑 여자한테 욕하는 게 사람 새끼야? 개새끼지.
143. 조사장 집 / 낮
다소 초췌하고 부스스한 몰골로 앉아 물끄러미 허공을 보고 있는 조사장.
그 때 현관문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어보면 불독이 들여보내달라는 듯 문을 긁고 있다.
문 열어주면, 이내 신난 듯 집 안을 뛰어다니는 불독.
그때 초인종 소리.
갸우뚱하며 소포를 바라보는 조사장. [수신자 : 조재경 귀우]
뜯어보면 그곳에는 두툼한 보라색 오리털 잠바가 들어있다.
그리고 들어있는 편지 한 통. 자살했던 친구, 동만의 편지다.
편지를 펴는 조사장.
동만 재경아.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 회사 식구들이 만든 거다.
곧 겨울 오는데 따뜻하게 입어줬음 고맙겠다.
너한테 자꾸 약한 모습 보여서 정말 미안했다.
나중에 친구들 보면 내가 마음만은 모두 다 사랑했다고 전해다오.
건강하렴......
편지 봉투 안에 들어있는 사진.
어린 시절 코흘리개 적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이다.
눈동자가 떨리는 조사장. 이내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한줄기 눈물이 쭉 흐르고 이내 잠바에 고개를 묻는 조사장.
손이 떨린다. 서랍을 뒤지며 신경안정제를 찾는 조사장.
떨리는 손으로 신경안정제를 사정없이 먹는다. 엄청나게 과다 복용하는 조사장.
이내 바닥에 널브러져 오열하는 조사장.
조사장 (흐느끼며) 동만아...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다오 친구야.
천정의 형광등 불빛이 점점 희미하게 보인다.
144. 소아병동 / 낮
간호원을 조르고 있는 진아.
진아 글쎄 TV 보여줘요. 보고 싶단 말야.
간호원 (링거를 살피며) 오늘 병원 전체가 TV 안 나와. 내일 재방송 봐.
문을 닫고 나가는 간호원. 실망하는 진아.
이내 슬그머니 열리는 문. 지석이가 들어온다.
진아 지석아!
지석 왜 또 왔냐구?
진아 (링거 주사를 익숙하게 스스로 빼며) 아니. 나 부탁이 있어.
지석 뭔데?
145. 곽씨네하우스 / 낮
무대 뒤편 영사기에서 하얀 빛이 스크린으로 쏟아지고 있다..
곽회장이 직접 영사기를 돌리고 있다. 실망한 표정.
그 때 영사실 문이 열리며 사업가남이 뛰어 들어온다.
사업가 회장님, 한참 찾았잖아요. 빨랑 계약서 사인해서 넘겨야 돼요, 지금.
곽회장 ... (도장 꾹 찍는다.)
사업가 자, 다 해결됐고, 이제 돈 긁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업가남 나가고 물끄러미 객석을 보던 곽회장,
문득 객석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김여인을 발견하고 표정이 바뀐다.
146. 지하철 역사 / 낮
술에 취한 채 선로 앞에 비틀비틀 서 있는 카드사남. 위험하다.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진다.
앞 뒤로 비틀거리는 카드사남, 순간 발을 헛딛고 선로로 떨어진다.
사람들이 놀라 모여든다.
다리가 부러졌는지 바닥에 쓰러져 낑낑거리는 카드사남.
아줌마 (놀라) 어이구 어떡해. 어떡해. 누가 좀 도와줘! 에구 어떡해.
빠앙~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놀라서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 때 달려오는 창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본다.
당황한 듯 머뭇거리다가 이내 선로로 뛰어드는 창후.
창후 (다급하게) 아저씨 빨랑 일어나요! 큰일 나요!
다급히 카드사남을 일으켜 세우는 창후. 사람들, 카드사남을 집어 올린다.
이미 선로에 들어선 지하철. 기관사가 눈앞의 사람을 보고 놀라 급정거를 밟는다.
치익~ 불꽃을 튀기며 밀려오는 지하철.
지하철을 바라보며 눈이 커지는 창후, 다리가 떨려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창후의 한쪽 눈동자에 스쳐 지나가는 절망의 파노라마.
카메라 다른 눈으로 나오면 바로 눈 앞에 지하철이 덮쳐 온다.
어쩌면 여기서 생을 포기하려는 눈빛의 창후.
창후 (눈을 질끔 감으며 단말마의 절규로) 선애야~!
카메라 빠져보면, 창후, 기차를 바로 뒤로 하고 전력을 다해 뒤돌아 뛰고 있다.
147. 노래방 / 낮
힘겨운 얼굴의 선애, 아저씨들 사이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는 중, 휘청하더니 하혈한다.
148. 곽씨네하우스 앞 / 낮
헉헉대며 사업가를 쫓아온 곽회장.
막 출발하려는 사업가의 차를 끼익 세운다.
곽회장, 다짜고짜 계약서 다시 뺏어 구기더니 꿀꺽 삼켜버린다.
사업가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곽회장 ...나 멀틴지 뭔지 안 세운다.
사업가 에? 갑자기 뭔 말씀?
곽회장 이곳 사람들이 아니면 누가 나 같은 늙은이 숭늉 한잔이라도 주겠냐?
그리고 탄광의 말은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안돼. 눈만 멀 뿐이야.
사업가 말 새끼가 뭐 어쨌다구요?
149. 놀이터 / 밤
이곳 저곳에서 잠복을 서고 있는 형사들.
놀이터 한 쪽에 서있는 봉고차 안에서 쓴 담배만 태우고 있는 나반장. 그 옆의 유정.
이런저런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초초하게 담배를 태우는 나반장.
순간 모 사내가 앞을 지나간다. 언듯 보면 창후 같다.
낯이 익은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반장.
순간 놀이터로 들어가 순식간에 가방을 낚아채고 달려가는 남자.
그 모습에 일제히 튀어 내리는 형사들.
쫓아가는 나반장.
150. 거리 / 밤
대로변으로 다급하게 도망가는 유괴범.
죽어라 따라가는 나반장.
그 때 도로 위에 싸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구급차 보인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조사장. 의식을 잃은 채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다.
비켜주는 그 앞의 택시 안에는 지석과 진아가 타고 있다.
좁은 골목으로 빠지는 유괴범. 다른 길로 빠지는 나반장.
유괴범이 좁은 골목을 돌려 하면 냅다 붙잡는 나반장.
엎어치기 한 판이 들어간다. 쾅 자빠지는 유괴범. 지하철의 공익이다.
땀을 줄줄 흘리는 나반장 수갑을 채우려는데 순간 옆구리에 푹 들어오는 칼.
헉! 몸을 웅크리며 쓰러지는 나반장.
자신도 놀라서 부들부들 떠는 유괴범. 이내 도망간다.
151. 농구장 라커룸 / 밤
굳은 얼굴로 발목의 붕대를 푸는 성원.
옆에 놓인 농구공에 그려진 표정은 반대로 함박 웃음이다.
성원 (공에게) 오랜만이다. 준비 됐냐?
152. 골목길 / 밤
경찰차 안에 있던 유정이 뛰쳐 나온다.
옆구리를 바라보면 외투에 칼이 꽂힌 채 있다.
아... 웅크렸던 몸을 펴며 일어나는 나반장.
유정 괜찮아요?
칼을 뽑는 나반장. 외투에서 뭔가를 꺼내면 유정의 지갑에 칼자국이 나있다.
한숨 쉬며 앞을 바라보면 수갑을 채우고 공익을 데리고 오는 이형사.
숨을 몰아 쉬며 공익에게 다가가는 나반장.
나반장 애 어딨냐?
마냥 우는 공익. 느낌이 안 좋다.
나반장 (긴장의) 애 어떻게 했니?
엉엉 울며 모른다고 고개만 젓는 공익.
나반장 ...죽였니?
공포감에 사로잡혀 오열하는 공익. 총을 꺼내 공익의 머리에 겨누는 나반장.
이형사 (말리려는 듯) 반장님...
나반장 (방아쇠를 당기며) 너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살려준다.
공익 아.....악 (아무말 못하고 비명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가와 나반장의 총을 거두는 유정.
유정, 공익 앞에 꿇어앉아 공익을 껴안고 차분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유정 (귀에 대고) 쉬...쉬...울지마, 괜찮어. (뭐라고 속삭인다.)
공익 ...누나가...누나가 많이 아파서 그랬어요. 용서해 주세요.
153. 거리 / 밤
땀을 줄줄 흘리며 죽어라 병원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창후.
나반장과 유정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다.
정훈도 어디론가 뛰고 있다.
154. 농구장 / 밤
돌아가고 있는 크레인 카메라, 조명.
3점 슛 라인의 양 귀퉁이와 가운데, 그 사이에 3개씩 총 15개의 농구공이 놓여져 있다.
왼쪽 사이드에서 공을 퉁퉁 튕기며 준비하고 있는 성원.
MC 시간은 1분입니다. 15개의 공 중 9개 이상을 넣고 뒤돌아서,
5미터 떨어진 뜀틀을 박차고 반대편 골대에 덩크 슛을 성공시키면 됩니다.
(도전 버튼에 손 올리고) 그럼 벨소리와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성원의 귀 옆으로 흐르는 식은 땀.
윙~ 벨소리가 울리고 전광판의 카운터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59, 58, 57...
3점 슛을 날리는 성원.
155. 산부인과 병원 / 밤
문을 밀어젖히며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창후.
이리저리 아무 문이나 열며 다급하게 선애를 찾는다.
창후 (울먹이며) 선애야! 선애야!
간호원 (놀라) 아이 깜짝이야, 이보세요!
창후 우리 선애 어딨어요? 선애야!
마스크를 벗으면서 수술실에서 나오는 여의사.
의사 차선애씨, 보호자분 되세요?
창후 예. 우리 선애 어딨어요?
의사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어요. 다행입니다.
창후 수술 끝났어요?
의사 네…
허탈한 창후, 울먹이기 시작한다.
수술실로 박차고 들어와, 와락 선애를 껴안는 창후.
창후 나 죽을 뻔 했어. 자기 두고 죽을 뻔 했어.
선애 (울먹이며) 응?
창후 미안해, 여보야. 내가 바보 같았어. 불쌍한 우리 애기...(말이 막힌다.)
선애 아냐, 여보야. 자궁 혹 때문에 그런 거였대. 수술해서 이젠 아기 가질 수 있대.
창후 엉? (두리번거리면, 의사가 고개를 끄덕여준다.)
선애 빨리 오빠 닮은 딸 낳자.
창후 … 선애야.
고개를 끄덕이는 선애를 더욱 꼭 껴안는 창후.
156. 농구장 / 밤
농구장 한 구석에 나타나는 지석과 진아.
전광판 보면 42, 41, 40... 다다다락 줄어들고 있다.
들어가는 공, 튕기는 공을 반복한다. 현재 넣은 개수 3개.
가운데로 달려가는 성원. 재빨리 슛을 쏜다.
[인서트]. TV를 지켜보는 연주의 두 눈.
24, 23, 22... 줄어드는 카운터. 현재 넣은 개수 5개.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성원. 미끄러졌다가 재빨리 다시 일어난다.
연속 세 개를 넣는 성원. 현재 넣은 개수 8개.
슛을 쏘면 튕기는 공. 11, 10, 9 시간 줄어들고 마지막 공을 잡는 성원.
크게 심호흡하고 이내 점프 슛을 하는 성원.
날아가는 마지막 공.
이내 링에 퉁~ 맞고 위로 들어갈 듯 말 듯 튕기는 농구공.
통통통 몇 차례 튕기더니 끝내 들어간다.
환호성과 박수 터져 나온다.
이내 뒤돌아 뛰는 성원, 뜀틀을 밟는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아빠~’하는 소리.
성원, 그 소리에 약간 휘청하며 갸우뚱한 상태로 점프해서 공중을 가른다.
아쉽게 덩크 슛에 실패하고 골대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쓰러지는 성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달려 나오는 진아. 성원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로 달려든다.
쓰러져 있던 성원, 눈을 가린 채 누워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서트]. 울먹이는 연주의 미소, 웃는 건지 우는 건지.
157. 단칸방 / 밤
끼익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유정.
걱정과 다르게 지연이는 장난감 청진기를 꽂은 채 놀고 있다.
그 옆에 공익의 누나 (카드사 남의 첫사랑)가 아픈 몸으로 누워 있다.
지연 엄마. 이 언니 많이 아픈 가 봐!
유정 지연아!
지연에게 달려가 울먹이며 껴안는 유정.
지연 (공익 보며) 아저씨 선물 사왔어?
공익이 주머니에서 예쁜 삔을 꺼내 지연에게 준다.
삔을 받고 좋아하는 지연을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나반장.
지연 (나반장 보더니) 아저씨, 떠리 원은?
158. 수녀원 / 밤
수녀원에서 입회식을 하고 있는 수경.
여러 가족들이 문 밖에서 눈물 짓고 있다.
허겁지겁 달려온 정훈, 닫히는 철창을 막고 원장에게 수경을 돌려달라고 외친다.
정훈 수경씨, 나야. 빨리 나와. 갑자기 거길 왜 들어가!
수녀원장 수경 자매는 서원을 이미 마쳤어요. 돌아가주세요.
수경 자매는 내일 엘살바도르로 떠납니다.
정훈 네?
수녀원장 그럼.
정훈 저기요. 원장님, 한 번만 얼굴이라도 한 번만 보게 해주세요.
(고함) 수경씨, 미안해. 미쳤단 얘기 안 할게. 도망가지 마요.
수녀원장 수경 자맨 도망 온 게 아니에요.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자랐어요.
잠시 바깥으로 도망갔다가 이제서야 제자리로 돌아온 거에요.
수경, 밖에서 들리는 고함 소리에도 무표정하게 무릎을 꿇은 채 기도 중이다.
급기야 철창을 넘는 정훈, 건물 문 앞을 막아선 수녀원장.
정훈 수경씨한테 기회를 주세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정훈의 진지한 눈빛에 수녀원장,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준다.
저 앞에 수경이 보인다.
문 입구에서 무릎을 꿇는 정훈.
정훈 수경씨, 땡 해 줘서 고마워.
돌아가자. 이젠 내가 땡 해 줄게. 거기 춥잖아. 어둡잖아.
수경, 미동이 없다.
수녀원장, 서서히 문을 닫는다.
정훈,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절망한 표정.
정훈, 수경이 흥얼거리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정훈의 노래가 낮게 들려온다.
수경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번진다.
159. 병원 / 밤
침대에 누운 조사장. 막 의식을 차린다.
태현 좀 괜찮으세요?
조사장 아... (놀란 듯 보다가) 응. 미안하다. 자꾸 이런 꼴 보여서.
태현 좀 있다가 바로 퇴원할 수 있답니다.
조사장 (태현이 입은 보라색 잠바를 보며) 그 잠바는...
태현 네, 맞습니다. 저번에 홍동만 사장님 장례식장에서 조사장님 뵈었습니다.
조사장 다 알고 있었구나.
태현, 미소만 지을 뿐.
이때, 문 쪽으로 나타나는 지석.
조사장 (반가워하며) 지석아... 아빠한테 와 봐.
다가온 지석, 조사장의 품으로 기어들어온다.
온 몸이 땀에 젖은 지석.
조사장 왜 이렇게 젖었어?
지석 아빠 소식 듣고 뛰어왔어.
조사장 ...고맙다. 지석아.
지석 빨리 씻고 올게. (밖으로 나간다.)
조사장 (태현 보며) 왜 다시 왔냐?
태현 아직 바깥 경기가 안 풀려서요.
조사장 ...
태현 (앞치마를 꺼내 보이며) 앞치마를 사왔는데 어울리나 모르겠네요.
조사장 (피식 웃으며) 잘 어울린다.
태현 (다른 앞치마 건네며) 이건 조사장님 겁니다.
조사장 그래?
태현 생각해봤는데 계약서 다시 써야겠어요.
일주일에 이틀은외출도 하고 문화생활 하는 걸로.
조사장 도장 가져왔니?
주머니에서 도장을 꺼내며 미소 짓는 태현. 미소로 답하는 조사장.
태현,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조사장, 태현 손을 꾹 잡는다.
조사장 넌 좋은 친구야.
태현 사장님은 능력 있는 친굽니다.
조사장 그냥 좋은 친구라고 해주면 안 되냐?
태현 네, 좋은 친굽니다.
160. 곽씨네하우스 / 밤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에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삼삼오오 일어나 나가는 사람들.
김여인도 일어난다.
순간 치직 화면이 바뀌더니 캠코더로 찍은 듯한 김여인의 테이크아웃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힐끗 보지만 고만고만한 2류 광고인 줄 알고 모조리 나간다.
다시 자리에 앉는 김여인.
BGM으로 올드팝 울려 퍼진다. 올드하지만 곽회장답다.
제목 <여인의 향기> 뜨고, 이윽고 곽회장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화면이 스크린에 흐른다.
무엇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장님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마지막 장님은 곽회장, 눈감은 채 아주 오랫동안 품어온 김여인에 대한 마음을 털어 놓는다.
[내게 있어서 아름다움은 오드리지...]
곽회장의 나레이션, 오드리의 몽타주에 이어 김여인의 몽타주 위로 흐른다.
- 가게 문을 여는 김여인의 모습.
- 테이크아웃 앞 마당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 김여인의 모습.
- 커피를 타는 김여인의 모습.
- 소설책을 읽고 있는 김여인의 모습.
- 스탠드 칠판에 ‘생과일 쥬스 개시’라고 분필 글씨로 쓰는 김여인의 모습.
-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자빠질 뻔한 김여인의 모습.
- 테이크아웃 오픈 전에 나타나는 딸 소영. 테이크아웃 앞에 허브 화분을 하나 놓고 간다. 딸의 그런 모습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김여인.
자막 ‘아무리 봐도 당신은 오드리를 닮았소’
‘괜찮다면 올 크리스마스에 로마에 같이 가겠소? 허락 한다면 뒤돌아보시오’
물끄러미 스크린만 보다가 뒤돌아 영사실 쪽을 보는 김여인.
유리창 안으로 보고 있다가 재빨리 머리를 감추는 곽회장.
잠시 후, 스크린에 크레딧이 올라온다.
감독 - 곽만철
각본 - 곽만철
촬영 - 곽만철
편집 - 곽만철
그리고 이어 커다란 글씨로 화면 가득히 주연 - 김선희
161. 병원 로비 / 밤
로비의 TV에서 흘러나오는 천사의 도전 마무리 멘트.
리포터 ... 안타깝게도 3 천만 원 상금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진아양을 위한 ARS 후원금이 벌써 3 천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방금 한 독지가(조사장)가 골수 이식 수술비 전액을 대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소를 짓는 조사장, 태현, 지석과 함께 TV를 지나 병원을 나선다.
162. 곽씨네하우스 복도 / 밤
복도로 나오는 김여인.
앞에 서 있다가 뻘쭘하게 고개를 돌리는 곽회장.
김여인 생각보다 잘 찍네.
곽회장 (카메라 폰 들어 보이며) 영화인이 그 정도야 기본이지.
김여인 고마워요.
곽회장 선희야, 꿈이란 게 당장 이루어질 순 없는 거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좀 더 버텨보자.
그 사이에 딸 아이가 커서 너의 꿈이 될 수도 있고.
(목을 긁적이며) 그래서 결론은 애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여기서 장사해라.
김여인 5년이나 있으라구요?
곽회장 월세 깎아줄게. 그리고 메뉴에 있는 것만 시킬게.
그리고 내 영화에는 항상 주연이다. 약속할게.
뭉클하며 미소 짓는 김여인.
김여인 로마는 단 둘이 가요?
곽회장 오빠 못 믿니? (씩 웃으며 비행기 티켓 3장 보이며) 저기 소영이까지.
극장 안 쪽에 있던 상태, 김여인 쪽으로 소영을 밀고, 소영, 엄마에게 가서 안긴다.
163. 병원 / 밤
챠트를 확인하는 의사.
의사 박성원씨, 아침에 골수 조직적합성 항원 검사 신청하셨죠? 이거 신기한데요?
확률이 17000분의 1밖에 안 되는 건데... 이식 가능하다고 나왔어요. 축하해요.
성원 정말요? 잘 됐네요. 있는 거 다 뽑아 가세요!
의사 (갸우뚱하며) 그게, 말씀 드리기 뭐한데, 유전자 검사 결과 진아가 성원씨의 친자로 확인됐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것 같아요.
성원 에? 뭔...? (차트 보지만 알아볼 수 없다.) 연주야, 이게 뭐냐?
연주 쪽으로 쳐다보면 놀란 연주,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이고 뒤돌아 가버린다.
성원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보 같은 게 사람 바보 만드네.
이내 뛰어가 연주를 뒤에서 꽉 껴안는 성원.
성원 ...미안하다. 용서하렴.
연주, 성원의 팔을 감싸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164. 조사장 집 / 밤
같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하느라 분주한 조사장과 태현.
지석은 불독과 엉켜 구르며 장난치고 있다.
165. 사진관 / 밤
꽃으로 장식된 테이블 위에 놓인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주례사.
선애가 사 준 양복을 입은 창후. 창후가 사 온 면사포를 한 선애.
하객은 카드사 남의 부부다.
변신부 …맹세하겠습니까?
창후 네.
선애 네.
변신부 그럼, 성혼이 성립되었음을 알리며 ... 이어 결혼 반지를 교환하겠습니다.
선애의 손을 꼭 쥐는 창후.
함께 배경 사진의 별을 올려다 보는 창후와 선애.
이내 선애의 손을 잡고 별에 갖다 대는 창후.
별 하나가 선애의 손가락 위에서 아름다운 반지처럼 반짝이고, 부케가 하늘을 가른다.
박수와 찰칵 소리.
166. 공원 / 밤
나름대로 예쁘게 꾸민 상태, 그 옆에는 한 중년 남자가 긴장한 채 앉아 있다.
그 남자, 상태에게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넨다. 낙찰가 30 만원이다.
멍한 표정의 상태.
옥상 위에서 이 광경을 망원경으로 킥킥거리며 보고 있는 소영.
167. 옥상 / 밤
고개를 푹 숙인 상태에게 우유를 건네는 소영.
소영 전학 가지 마라. 내가 고요하게 만들어줄게.
상태 어떻게?
소영 딴 사람 말고 나한테만 반응하면 되잖아. 딱 한 사람.
상태 뭐? 넌 안 된다니깐, 그러네!
소영 그건, 3 년간 나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 아냐?
날 몰래 좋아하니깐 안 되는 거야. 이 바보야.
소영, 웃옷 단추를 살짝 열어 보인다.
놀란 상태, 먹던 우유 푸푹 내뱉는다.
소영 이래도 내가 자극이 안 돼?
소영, 치마를 살짝 들어 보인다.
상태 뭐야!
상태, 괴로운 듯 도망친다. 따라오는 소영.
상태, 뛰면서 서서히 미소를 짓는다. 반응이 오는 듯. 격렬하게...
168. 유정 집 / 밤
소파엔 나반장과 허유정, 그리고 그 사이에 지연이 앉아 있다.
TV 화면에 <사랑과 영혼> DVD이 실행되고 있다.
나반장 아참, 전화 꺼야지.
주머니에서 전화기 꺼내는데, 순간 전에 샀던 콘돔이 딸려 나와 툭 떨어진다.
나반장 (당황) 이, 이게 왜 하늘에서 떨어지지?
허유정 뭐야, 이게? (문 쪽으로 몰아내며) 나가! 이 짐승아!
나반장 아니, 그게 아니고…
허유정 (연실 등을 때려대며) 아니긴 뭐가 아냐!
나반장 (손목 다잡아 벽으로 밀치며 용기 내어) 그, 그래, 나 별 하나짜리 짐승이다. 왜?
허유정 (숨 고르며 꿈벅꿈벅하다가) 지연아, 들어가서 자!
지연 싫어. 비디오 볼래.
허유정 빨리!
지연 싫다니깐!
허유정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지연 좋은 말로 하지도 않으면서.
허유정 지연님. 어서 들어가서 주무세요!
지연 칫, 왜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들 그래. 유치하게시리. (방문을 쾅 닫으며)
순간, 에라 모르겠다 허유정을 껴안고 키스해버리는 나반장.
한참 있다 눈을 뜨니, 허유정, 허허 웃고 있다.
허유정 혀 안 줘?
나반장 에? 나...나, 처음이라...
허유정 웃기고 있네.
나반장 (진지하게) 지...진짠데.
허유정 (화색이 돌아서) 그래? 함 확인해볼까?
나반장 읍!
둘의 깊은 키스, 사랑과 영혼의 키스 장면과 겹친다. (DIS)
169. 수녀원 / 아침
(DIS) 다시 빠르게 떠오르는 태양.
침대에 누운 수경, 머리맡의 화분에 피어난 창포 꽃을 내려다보다 미소 짓고 있다.
170. 에필로그 / 아침-밤
밤새 수녀원 앞에 웅크리고 있던 정훈, 눈부신 햇살을 올려다보며 기지개를 편다.
그리고는 훨씬 차분해진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한다.
카메라 그를 따라 계속 옆으로 움직인다.
거리를 가로지르며 노래를 부르는 정훈의 배경으로 계절이 가을, 겨울, 봄, 여름으로 변하고,
지연, 지석부터 김여인, 곽회장까지 등장 인물들의 아옹다옹 분주한 일상들이 빼곡히 보인다.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남녀의 성장과 일생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느덧 밤이 되어 모든 등장 인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곽씨네하우스에 다다른 카메라.
반짝 전등으로 장식된 사과나무로 향한다.
거기엔 조그만 액자들이 대롱대롱 걸려 있다.
그 중 한 액자 안에는 예쁜 꽃 그림이 있고 아래 문구가 쓰여 있다.
이게 인생이었던가. 좋아! 그렇다면 다시 한번!
니체
끝
두 번째 공공의 적
프롤로그
1.
초등학교 외경부터 운동장을 지나 게시판이 걸린 현관.
그리고 다양한 표어가 적힌 계단을 올라가
신발이 가지런히 정렬된 신발장과 반들반들한 복도.
창문을 통해 보이는 교실과 교실을 가득 메운 1학년 어린아이들.
가슴 한쪽에 손수건을 핀으로 꽂고 있고 그 위에는 명찰이 달려있다.
칠판에는 ‘반장선거’ 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고.
그 앞에는 똘똘해 보이는 어린 철중과 조금 멍청해 보이는 아이 하나가 나와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 위로 어린 철중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어린철중 “(N)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떠들지 않고, 콧물 흘리지 않고, 여자 짝꿍 때리지 않으면 착한 어린이입니다. 나는 착한 어린이었고, 그래서 반장이 되었습니 다.”
반장에 뽑힌 듯 아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어린 철중.
박수치는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강당에 잔뜩 모여 있는 어린이들. 모두 반장인 듯 앉음새가 반듯하고 ‘반장’ 뱃지가 달려있다.
강당 전면에는 ‘학생회장 선거’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당 단상에 올라가 힘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선거 연설을 하는 6학년의 강철중.
그 뒤에는 철중을 잔뜩 비웃는 얼굴로 서있는 건장한 6학년. 철중 보다 목 하나는 더 있는 체격이다.
철중이 들어가고 건장한 6학년이 마이크 앞에 나온다.
그러자 어린이들 뒤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리고 선생님들 사이, 교장 선생 옆자리에 화려뻑짜하게 꾸미고 앉은 자모 하나가 보인다.
선생님들, 자모에게 말을 걸며 잘 키웠다는 듯, 부럽다는 듯 이런 저런 칭찬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뒷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보는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선생님들.
자모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게임 끝났다는 듯 거만하게 웃는 건장한 6학년.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어 철중에게 보인다.
1학년보다 조금 나이든 목소리로
어린철중 “(N)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난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것,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런 모범생이 아니었 다.”
분한 듯 건장한 6학년을 쏘아보는 어린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주먹이 철중 눈 하나 가득 들어온다.
어린철중 “(N) 난 12살 76일에야 세상을 배웠다.”
2.
뻑! 하는 격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얼굴이 돌아가는 중학생의 철중.
가슴에 ‘강철중’이란 명찰이 정확하게 쓰여 있다.
화면 넓어지면 공사장 한 쪽의 공터.
수십 명 학생들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버티는 철중.
중학생철중 “(N) 모범생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남자의 인생. 그 자식이 학생회장이 된 것은 나보다 힘이 셌기 때문인 게 분명했다. 힘을 키우기, 안되면 버티기 이것 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교무실.
패잔병의 모습으로 줄줄이 서있는 학생들 수 십명.
선생님들, 그 앞을 지나가며 출석부로 학생들 머리를 쾅쾅 때리고 지나간다.
그래도 전우애를 느끼며 서로를 보고 씩 웃는 학생들.
유난히 뿌듯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고개 들고 출석부를 맞는 철중.
줄의 마지막, 곱상한 부잣집 도련님 같은 남학생 하나가 서있다.
출석부로 머리 치던 선생님, 도련님 앞에 가자 도련님 엉덩이만 툭툭 치고 지나간다.
어라...? 하는 시선이 되는 철중.
교무실 문이 열리고 육중한 유력자 느낌의 아버지와 고급스럽게 꾸민 어머니가 나타나고.
선생님들 일제히 일어나 꾸벅 머리를 숙인다.
부모, 다소 거만한 느낌으로 인사를 하고.
선생님 하나가 도련님을 향해 손짓을 한다.
도련님, 학생들에게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부모님 쪽으로 가고.
학생들, 도련님 동선을 따라 시선 옮아간다.
도련님을 맞는 어머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주는데 얼굴이 천사 같다.
도련님 보는 학생들을 돌아보는 순간, 표독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바뀌는 어머니.
허걱- 놀라는 학생들.
선생님들의 토닥거림을 받으며 부모와 함께 교무실을 나서는 도련님.
충격을 먹은 청소년 철중 얼굴 C.U. 되고.
중학생철중 “(N)힘....것두 아니었다.”
3.
고등학생이 된 철중.
칠판 하나 가득 복잡한 수식의 문제를 풀고 있는 고등학교 철중의 뒷모습.
조용한 화면 위로 칠판을 날아가는 철중의 분필 소리만 흘러나온다.
마지막 답 ‘0’을 써내고는 딱- 점을 찍는 철중.
그리고 돌아서는 얼굴엔 안경이 씌워져있다. 가슴엔 자랑스러운 이름표 ‘강철중’
그러면서 씨익- 미소하는 철중.
앉아있는 학생들 중에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재수 하나가 보인다.
모두들 철중을 향해 감탄을 하고 있지만 재수는 비릿한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다.
고교철중 “(N)학생의 본분은 공부. 중학교 때 개교 이래 최대 폭력 사건에서 그 자 식이 빠져 나간 것은... 그 새끼가 전교1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의 고교시절은 내신 1등급을 향한 고독한 싸움으로 시작되었고 난 승자가 되리라 믿 었었다.”
체육관
재수와 철중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둘 모두 비슷한 시기에 점차로 느려지더니 올라오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러자 학생들 뒤, 의자에 앉아 무심한 듯 초시계 보고 있던 체육 선생님
슥 일어나 재수 머리 쪽으로 옮겨 와 쭈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재수가 내려왔을 때, 곤봉으로 슬쩍 슬쩍 재수의 등과 허리를 밀어 올린다.
그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눈 질끈 감고 열심히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는 고교철중.
체육관, 밖. 교장선생님이 서서 그 모습 바라보고.
흐뭇한 듯 고개 끄덕이며 바라보는 교장.
체육 선생 인사하고.
교장 선생, 슥 비켜서면
체육실 안으로 번쩍거리는 새로운 체육 도구들을 줄줄이 실어 나르는 인부들.
그 모습 보다가 돌아서는 교장 선생의 팔목에 금팔찌가 번쩍거린다.
모기 물려 가려운 듯 뒷목 긁적이는 교장 선생...목에도 금 번쩍이다.
새로운 체육 도구들 앞에서
‘B'가 쓰여진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고교 철중과 A플러스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재수.
그 모습 바라보는 철중의 충격 먹은 얼굴 C.U. 된다.
그리고 빠르게 인써트되는 과거의 모습들.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과 악수하며 돈 봉투를 건네던 엄마와
중학시절, 선생님 책상 위에 돈 봉투를 놓던 도련님의 아버지
그리고 재수를 보는 고교 철중의 얼굴로 돌아오고.
고교철중 “(N)착한 어린이가 돼도, 힘을 길러도, 공부를 잘해도...”
철중 “(N)내가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넘어설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난 어른이 되었고...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나의 전쟁도 시작되었다.”
씬1. 도로 (아침)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 여기저기 빵빵거리는 크락션 소리와 매연, 탁한 공기 등이 짜증스럽기 그지없는 전경이다.
그 화면 위로 흐르는 맑고 경쾌한 목소리.
여자 “(E)눈 가장자리의 근육을 움직여 주시는 게 포인트 입니다. 입만 웃을 때, 상대방 은 뭔가 가식적인 인사를 받았단 느낌이 들겠죠.”
도로의 차 가운데 가장 낡았다 싶은 구형 중형차 한대로 Z.I. 되고
차 안
테잎이 돌아가는 카세트 데크.
여자 “(E) 자, 따라해 보시죠. 눈과 입을 함께 웃음으로. 치즈-!”
화면 넓어지면 운전하고 있는 철중.
테잎에서 시키는 대로 눈을 크게 뜨고 입으로 치즈- 하며 웃음을 지소 있다.
철중 “치즈-!”
치즈- 치즈- 계속 웃다가 뭔가 시선을 느낀 듯 돌아보면
옆 차의 운전자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구경하고 있다.
옆 차 운전자에게도 치즈- 하고 웃어 보이는 철중.
어이없어 마주 보고 웃는 옆 차 운전자.
계속 흐르는 매너 테잎의 여자 목소리.
여자 “(E) 자 그런 웃음과 함께 오늘 아침엔 가볍게 인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이!”
씬2. 로비(아침)
큰 건물의 로비.(서울지검)
경비 둘(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경례를 붙이고 있다.
여자들이 간간히 끼어있을 뿐 대부분 점잖은 인상의 남자들(검사들)
경비들의 인상도 경직돼 있다.
철중 “하이!”
움찔 놀라, 눈을 드는 경비들.
그들 앞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보이고 들어가는 철중.
나이든 경비, 빙긋이 웃으며 다시 경례하고.
철중이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의아한 듯 돌아보고 묻는 젊은 경비.
젊은경비 “누구에요? ...첨 보는 얼굴인데..”
늙은경비 “자네 출근한 지 얼마 됐지?”
젊은 경비 “4일이요.”
씬3. 사무실 입구(아침)-김신일 부장검사의 방
사무실 입구. 안에서 흘러나오는 벼락같은 목소리.
신일 “(E)4일 동안 잠복?!”
씬4. 신일 사무실(아침)
성질이 잔뜩 나있는 신일이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열중 쉬어 자세로 서있는 철중.
신일 “(일어서며) 너 검사 맞어?!!”
철중 “(N) 그렇다. 난 세상을 향한 전쟁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검사가 되었다.”
철중에게 손 내미는 신일.
내민 손바닥을 보다가
신일의 얼굴을 보며 웃으려고 하는 철중.
신일 “치즈- 너 그거 할라 그러지? 됐어. 신분증 내놔”
철중 “뭐 하시게요?”
신일 “수사관 발령 내 줄께. 잠복 실컷 하구, 현장에서 밤새고, 검사 할 거 뭐 있냐?”
그 때, 여직원이 서류철을 들고 들어온다.
여직원 “부장님, 여기 사인..”
철중 “(여직원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하이!”
여직원, 쿡- 웃는데
신일 “(철중 손잡아 내리며 억제된 목소리로) 그냥...좀...검사하자, 응 검사답게.. ”
철중 “(N) (빙긋이 웃는 얼굴 C.U)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스마일 검사가 되었 다.”
씬5. 강력부 사무실(아침)
철중이 벌컥 방문 열고 들어가자 여직원, 40대의 박계장, 김계장, 20대의 강석신 수사관(씩씩한 느낌)과 30대, 40대의 수사관들이 일제히 바라보는데
철중 “(반갑게 손들고) 하이! 별일 없었죠?”
그 가운데 무서울 만큼 점잖을 떨고 목소리를 까는 수사관 석신이 슥 앞으로 나온다.
석신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철중 “(계속 웃으며) 뭔데?”
석신 “(깍듯하게 목례하며) 축하드립니다.”
의아한 철중.
천천히 고개 드는 석신,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석신의 미소에 따라 미소하는 철중.
CUT TO
그 크기 그대로 일그러진 철중의 얼굴 C.U. 되고 그 위로
최영섭 “(O.L.) 맞습니다. 위즐 나이트 저희가 접수할려구요....치구 박다가 뱀눈하구 쌍칼 하구...고의가 아니라..어쩌다가 머리를 그냥 좀 잘못 쳐서....”
화면 넓어지면 강력부 사무실.
철중이 가운데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포승에 묶인 엄청난 덩치의 사내 셋이 앉아있다.
좌우로 늘어진 책상에 계장과 수사관들이 앉아 있거나 걸쳐 서있고,
모두 세 사내의 진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동일 “(고개 끄덕이며) 기물 파손한 것도 인정하구요..”
김이석 “(껄렁껄렁하게) 최사장 개새끼 협박으루두 걸었죠? 그것두 뭐...없는 얘기 아니니 까 인정하죠.”
세 사내를 쭉 훑어보고 후....깊은 숨을 내쉬는 철중. 더 이상 미소 짓는 얼굴이 아니다.
조용히 시간이 흐르자 모두 초조한 기색을 띄고
그러다가 씨익- 웃는 철중.
너무 무서워져 얼떨결에 따라 웃는 사내 셋.
최영섭 “(뒤를 돌아보며) 박계장님, 저기, 조서에 저희가 지장..”
철중 “(말 자르며)안테나 왔었냐?”
최영섭 “(화들짝 놀라 철중을 보며) 예?”
철중 “안테나가 광진파, 순식파 연합하는 거 들키느니 위즐나이트 한 건으루 정리하는 게 낫다구, 인정하라구 했지?”
최영섭 “(억지로 웃으며) 아니 무슨...안테나 형님 못 뵌 지가 언젠데..”
철중 “(최영섭을 보면서 씩 웃고 고개 끄덕이며) 음..”
최영섭 “(땀 뻘뻘 흘리며 시선 피하다가 벌컥 화내며) 그 동안 조사하시던 거 그냥 다 인 정 한다구요.”
철중 “(일어서며) 어제 얘네 면회 온 거 누군지 체크해서, 안테나 없으면 73년생 선영 규, 82년생 안상욱, 83년생 정승환, 85년생 최한솔.”
정신없이 받아 적는 수사관들과 계장들.
철중 “(멈칫 생각이 나지 않는 듯 인상 쓰며) 팔이..팔삼...팔오...누가 빠졌는데...”
생각해내려는 듯 최영섭을 째려보는 철중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시선 피하는 최영섭.
철중 “(혼자 웅얼거리듯)팔공공오일팔...(수사관들 보며)아, 팔공년생 최용욱이, 팔일년 장 기현이..걔네들 중에 하나가 있을 거야. 그 놈이랑 안테나 들어오라고 하구, (서류 철 탕탕 정리하며) 위즐 나이트건하고 광진, 순식, PDA파 연합 건하고 묶어서 다 시 갑시다.”
자기 집무실로 들어가는 철중.
최영섭 “(강동일 보며) 야 한솔이 형님...아니 최한솔 그 개새끼...85년이었냐?”
강동일 “(넋이 나가) 전 영규 형님 73년 생인 것두 지금 알았는데요...(그러다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서서)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구요, 피의자가 인정한다는데 이게 뭡니까, 도대체!”
강석신 “(뒤로 다가와 강동일 어깨 잡아 앉히며)그게 우리 검사님 스타일이다, 스타일”
최영섭 “(어이없고 억울해서) 아니 그래서, 두 달 동안 조사해온 거 다 엎어버리구 새루 시작한다구요?”
박계장 “(한숨 팍팍 쉬며 서류철 꺼내고) 한 번에 끝내시는 경우가 없어요, 한 번에. 고구 마 줄기 캐듯이 줄줄이 엮어 놔야 속이 풀리지.”
석신 “(박계장에게, 진지하게) 박계장님”
박계장 “어, 왜?”
석신 “지난주보다 스마일이 좀 진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씬6. 집무실(아침)
서류를 훑어보고 있는 철중.
테잎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따라하고 있다.
여자 “(N) 치-즈-에 너무 질리셨다구요? 그럼 이런 발음으로 연습해볼까요? 위스키-!”
철중 “위스키-! (그러다 문득 고개 들고 아주 진한 발음으로, 마치 욕설처럼) 시베리안 허스키-! 스와로브스키-!”
그리고는 아주 흡족한 듯 킬킬거리며 서류를 읽어나간다.
씬7. 골프장 전경 (낮)
잘 다듬어진 초특급 골프장의 전경.
멀리로 양복을 입은 승우와 수행비서 정훈, 보디가드 풍의 사내1,2와 50대의 김사장이 골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보인다.
김사장 “설비나 잔디 상태나 구조나...,뭐 내가 자네 선친 살아계실 때부터 맘에 뒀던 곳인 데 불만이 있을 리 있겠나. 그냥 좀 궁금할 뿐이지”
승우 “(웃으며) 궁금하시다뇨?”
김사장 “그 쇠심줄 같은 안이사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말이야. 이 골프장에 목숨 걸었잖 아, 그 양반”
승우 “이사장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매각을 결정한 일이면 이사가 협조해야하는 것 아 니겠습니까?”
김사장 “(은근슬쩍 승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에이, 이 사람...선수끼리 왜 이러나...나한텐 솔직해도 되지. 얼마에 쇼부 본건가?”
승우 “(미소하며) 그런 일 없습니다, 김사장님”
김사장 “(슬쩍 비웃는 느낌으로, 반쯤 협박조를 담아) 그래? 매매 계약서 도장 찍는 날까 지 공동 명의자 코빼기두 못보구 도장 찍어도 될까 모르겠네. 내 돈 주구 산 골프 장, 들어오는 건 두 달 뒤구, 어디 가서 샀단 얘기두 하지 말라구 그러구.”
승우 “(걸음 멈추고 서서) 조건에 합의가 돼서 계약하신 것 아닙니까?”
김사장 “(호기롭게 웃으며 승우 어깨를 툭툭 치고) 알어, 알어. 그 조건으루 싸게 샀지. (의 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그냥 어쩐지 자네하고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 이야.”
잠시 보는 승우.
김사장이 앞서 걸어가고.
김사장의 뒷모습 보다가 피식 웃는 승우.
씬8. 골프장 사무실 (낮)
골프장이 한 눈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김사장과 승우.
승우의 뒤로는 수행비서 정훈이 서있다.
두 개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서로에게 건네며 계약을 마치는 두 사람.
정훈이 문 쪽으로 슬쩍 갔다가 냉장고쪽으로 다가간다.
김사장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으며) 참....정말....자네 아버님한테 여기 공동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가 천박한 장사치 발 들일 곳 아니라구 문전박대 당했던 거 생각하면...”
그러다가 멈칫하는 김사장. 수건에 콜라 캔을 꺼내 싸는 정훈을 본다.
김사장 “(수건에 싼 콜라 캔을 승우에게 건네는 정훈을 보며) 지금...뭐 하는...”
하는데 승우가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뻗어 김사장의 의자를 밀어 넘어뜨린다.
그러자 김사장에게 다가가 수건에 묶은 캔으로 김사장의 복부를 엄청난 힘으로 내리치는 정훈.
커억- 흰 거품을 뿜는 김사장.
충격이 너무 큰 듯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다.
조용히 계속 내리치는 정훈.
김사장이 사지를 부들부들 떨며 숨이 넘어갈 듯하자 천천히 일어서는 승우.
그제야 손을 멈추는 정훈
승우 “(김사장을 내려다보며) 내가 버린 찌꺼기 줏어먹구 케케묵은 상처를 씻든 가문의 영광으루 삼든 상관없지만....같잖은 협박으루 나를 같은 부류로 삼고 싶어 하면..... (차마 말을 다 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오늘 일, 갚고 싶으면 사람 사서 날 죽여. 어설프게 복수하다 실패하면...평생, 오늘 죽지 못한 걸 후회하 면서 살게 될 거야.”
정훈은 그 사이 콜라를 다시 냉장고에 정리해 놓았다.
승우가 나가고.
정훈, 김사장을 일으켜 의자에 앉힌다.
정훈 “겉으로는 멍 하나 남지 않습니다. 병원 가서도 당장은 2주도 나오지 않습니다. 공 연한 수고 마십시오.”
승우의 뒤를 쫓아 나가는 정훈.
씬9. 명선 고등학교 강당 (낮)
전면에 [ 명선 장학재단 발족 및 1기 장학생 장학 증서 수여식]이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단상에는 승우가 학생들 하나하나에게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단상 위 아래로 방송 신문사의 카메라가 포진해 있다.
씬10. 호텔 연회장 (밤)
[명선 골프 장학회 제 1기 후원회의 밤]이라는 세련된 CG 화면이 천장과 벽에 떠다니는 연회장.
한 눈에 보기에도 정재계 유력 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승우의 주변으로 그런 사람들 대 여섯 명이 몰려 서있다. 40-50대 유력인사들의 느낌이다.
승우의 바로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정훈.
정훈 “(승우에게 낮은 소리로) 한서뱅크 최행장님이십니다.”
최행장 “(악수를 청하며) 매스컴으로 뵙던 모습보다도 출중한 인물이십니다.”
승우 “(악수하며)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행장 “별말씀을요. 이렇게 훌륭한 일에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정훈 “(옆의 신사에게 시선을 주며)서문 방송 차국장이십니다. 편성 담당이십니다.”
차국장 “(악수 청하며) 진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승우 “꿈나무 특집 방송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차국장 “좋은 소재를 제공해주셨는데 제가 더 감사할 일이죠.”
신사3(이하 부총재) “(그들에게 다가오며) 우리 젊은 이사장 너무 유명해지셔서 이제 나 같은 늙은이는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닌가?”
최행장, 차국장이 부총재에게 인사하고.
정훈이 입구를 향해 슬쩍 눈치를 주면
입구의 경호원들 길을 열어주고, 기자들 들어온다.
승우 “(웃으며) 부총재님께서 만들어주신 후원회원들이신데, 시기하십니까?”
부총재 “(다정하게 승우의 어깨를 짚으며) 시기 하지, 그럼. (승우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대한민국 차세대 중에 우리 조이사장만한 그릇, 눈 씻고 찾아봐도 없거든.”
기자들, 다가와 퍼퍼퍼펑- 사진 찍고.
승우, 최행장, 차국장, 부총재와 나란히 서서 외교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11. 강력부 (밤)
앞서의 세 명이 수사관들, 계장들 앞에 앉아 조서를 작성하고 있고
문 열리며 두 명을 더 엮어 들어오는 석신.
사무실 전체가 어수선하고 복잡한 느낌이다.
그 때, 벌컥 집무실 문 열고 나오는 철중.
일순 조용해지며 철중을 보는 일동.
씩- 웃는 철중.
철중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 둘을 보고) 앞으로 세 시간 동안 이 방에서 전화사용 금지. 알겠습니까? (수사관들과 계장들을 보고) 집합합시다.”
에...? 의아한 얼굴의 일동을 뒤로 두고 저벅저벅 걸어 나가는 철중.
씬12. 소회의실 (밤)
소회의실 열고 들어가는 철중. 뒤따라 들어오는 수사관들, 계장들.
방 안에 대기하고 있던 강력반 반장과 형사들 십 여 명이 벌떡 일어선다.
철중 “(반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급하게 요청해서 미안합니다.”
반장 “별말씀을요”
철중 “안테나파 제대루 정리해봅시다.”
인원 정렬하고 전면의 책상 앞으로 가서 서는 철중.
철중 “우리가 위즐나이트 건 빌미로 3파 연합에 대해 전격 수사 시작한다는 정보 흘린 지 딱 30시간 지났습니다. 지금쯤 모여서 머리 굴리면서 이빨 맞추고 있을 겁니다. (시계 보며) 23시 30분 기점으로 습격해서 광진, 순식, PDA파 행동대장급 이상 30명 체포 목표입니다.”
아...! 저런 속셈이었어...? 하는 느낌으로 서로를 보며 감탄하는 수사관들.
흠...역시...하는 느낌으로 팔짱끼고 고개 끄덕이는 석신.
철중 “세 개 파가 모여 있으니까 반항이 만만찮을 겁니다. (반장 보며) 총기 소지 점 검..?”
반장 “했습니다.”
철중 “(형사들 중 하나를 보며) 박진우 형사, 딸 예쁜가? 이제 한 달 됐지?”
형사1 “(씩 웃으며) 예, 저 안 닮았습니다.”
철중 “다행이네.(형사2 보며) 장모님 입원하셨다면서, 괜찮으신가?”
형사2 “어제 퇴원하셨답니다.”
철중 “못 가봤군. 늙어서 밥 얻어 먹구 살라믄 처갓집에 잘 해야 된다는데(반장 보며) 밥 하는 법 가르쳐 주든가, 집안 관리할 만큼은 시간을 주든가 하셔야 이 사람들 늙어서 안 굶을 텐데.”
반장 “밥하는 법을 검사님이 가르쳐 주시죠”
킥킥 웃는 형사들.
철중 “오늘 30명 체포 달성하면 강철중 요리 특강 있습니다. 각목, 야구 방망이까지는 오케이, 과도, 사시미 연장급 이상이면 발포 허가합니다.”
술렁이는 형사들.
철중 “나쁜 놈 인권 보호하다가 내 사람 피 쏟는 꼴, 난 안 봅니다. 내가 책임 질 테니 까, 알겠습니까?”
형사들 “(우렁차게) 예!”
철중, 움직이자 우르르 몰려나가는 형사들.
철중도 뒤따라 나가는데 들어오는 신일과 마주친다. 석신, 나가려다가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고.
신일 “출동인가?”
철중 “예.”
그리고는 점잖게 뒷짐 지고 서있는 신일.
조금 초조한 느낌으로 출구를 보다가 신일과 눈 마주치고.
씩 웃는 철중.
신일 “(마주 씩 웃으며) 작전 종료 보고 받을 때까지 나랑 저녁이나 먹을까?”
철중 “저녁 먹었습니다.”
신일 “그럼 야식하지, 뭐.”
철중 “부장님”
신일 “말해. 다 들어준다. 지금 현장 쫓아 나가서 가로 뛰구 세로 뛰는 거 하겠다는 것 만 빼구”
철중 “아니, 검사라구 현장 나가지 말라는 게 말이 안 되잖습니까?
석신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서서) 말씀이 되지요.”
철중 “뭐?”
석신 “첫째, 검사는 검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하니까 현장 출동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신일 “그렇지.”
석신 “둘째는 업무의 분담과 자기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검사는 범죄에 대한 조사와 감찰 을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체포 현장은 수사관이 맡는 게 옳다는 것입니다.”
신일 “(눈 감으며) 옳지.”
석신 “세 째는 강철중 검사께서 출동한 현장은 언제나 유혈사태로 종결된다는 이유인 데...”
신일 “(눈 뜨며) 강석신 수사관,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강철중이랑 바꿔서..”
하다가 멈칫하며 두리번거리는 신일.
철중은 이미 자리에 없다.
석신 “(말하던 자세와 말투 그대로)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놈들한테 당했다..싶어 뭔가 말하려는데
석신 “(머리 숙여 인사하며) 수사관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나쁜 놈들 잡아오겠습니 다.”
더 이상 뭐라 말 못하고 헛웃음 웃는 신일.
씬13. 룸살롱(밤)
와장창 깨지는 양주병.
화면 넓어지면
민간인들은 출구로 빠져 나오고
수사관과 형사들은 들어가고
조폭들은 뒷문으로 도망치기 시작하는 현장.
민간인들을 한쪽으로 대피시키면서 조폭 들을 쫓는 수사관들.
보스급들을 호위하며 내실에서 나온 조폭들, 뒷문으로 도망가려는데
형사들 몇이 뒷문으로 뛰어 들어오고.
조폭1 “(눈치를 보다가 앞문을 보며) 뚫어!”
그러자 앞으로 달려 나가는 조폭 막내들.
각목으로 형사들에게 대항하는데
살벌하게 생긴 조폭 몇 놈이 신문지에 쌌던 사시미칼을 풀어내며 눈빛을 빛낸다.
형사들, 주춤하고
그 때, 뒷문으로 뛰어 들어 오다가 상황 보고, 멈칫하는 석신.
재빠르게 소파 뒤로 자세를 낮춘다.
뒤따라 들어오던 철중도 석신 뒤로 자세를 낮추고.
철중의 pov로 보이는 조폭 두목 급들.
철중 “광진이, 순식이, 안테나...오케이 다 있다. ”
석신 “(자세 낮춰서 움직이며) 잡아오겠습니다.”
철중 “석신아 .”
몸조심하라는 눈빛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철중.
철중 “(눈빛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대로 조져”
씩- 웃고 접근하는 석신.
그 사이 살벌하게 사시미를 휘두르는 놈들 때문에 조금씩 밀리는 형사들.
반장의 시선으로 놈들 뒤쪽으로 접근하는 석신이 보이고.
반장 “(총 꺼내 겨누며) 내려놔 자식아!”
조폭1 “빈 총 들고 쑈하는 거 지겹지두 않나?”
반장 “빈 총인지 아닌지 해 볼까, 자식아?!”
조폭1 “(소파 딛고 도움닫기 하며 날아올라 칼로 찍을 자세 취하며) 해 보자구, 자식아!”
순간 석신이 소파의 등받이를 짚으며 돌려 찬 다리로 조폭1의 다리를 걸어 엎어뜨리고.
반장, 기다렸다는 듯 조폭1에게 달려들어 수갑 채우고
형사들 몇이 가세하고,
몇 명은 보스 급을 체포하러 달려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