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2기 238. 돌아오다.
또 다시 돌아간다. Second Home으로.
비행기를 타는 날은 무척이나 분주하다.
부치는 짐의 무게때문에 나는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운다. 저가 항공이라 1인당 15kg이니 우리는 30kg을 절대 넘지 말아야한다.
큰 가방이 14kg, 작은 가방이 두 개가 각각 8kg, 도합 딱 30kg이다.
가져가야 할 물건은 많고 무게 제한은 있으니 부치는 짐 이외에도 두 사람이 백팩에 웬만큼 넣어서 짊어졌다.
티케팅을 하며 짐을 부치려는데 뜻밖에 제동이 걸린다. 1인당 부칠 수 있는 짐이 한 개씩이라는 것이다.
"큰 가방 한 개와 작은 가방 두 개를 합쳐도 무게는 30kg 이 넘지 않아요. 내가 올 때도 이렇게 똑같이 왔어요." 내가 따져 본다.
"맞습니다. 손님, 무게는 괜찮아요. 그런데 5월 1일짜로 규정이 바뀌어서 가방도 1인당 1개밖에 보낼 수 없습니다.."
"그럼, 기내에 가져갈까요?" "기내에도 10kg 1개 이상 안 됩니다. Over charge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시작부터 곤란한 문제에 부딪히고 결국 8만원이라는 생돈을 허비하고 출발하게 되었다.
다행히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한다. 오후 8시가 가까운데도 한껏 길어진 해는 아직도 질 줄 모른다.
비행기가 움직이자 정비기사처럼 보이는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들이 한줄로 나란히 도열해서 일제히 손을 흔들어 준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 모습이 마치 의전 예식처럼 엄숙하다. 이렇게 여러 번 비행기를 타고 떠났어도 저런 모습이 눈에 띈 건 처음이다.
뭐랄까? 고맙고, 정겹고, 괜히 조금 찡하기까지 하다. 좀 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기분 탓일까?
비행기가 떠오르자 눈을 감는다. 우리는 매 번 왜 이렇게 떠나는 걸까?
'거기 집이 있으니...우리가 거기서 사니까.' '그럼 여긴?...여기 집이 있으니...우리가 여기서 사니까 ' '????' 거기서 살고 싶다.
속 노란 바나나도 먹고..심심하면 느긋하게 골프도 치고..우리 밀라가 해 주는 밥도 얻어먹고...그리고... 그리고 나무 우거진 정원에 청정한 공기... 온갖 새소리를 듣고, 순진한 아르넬이 웃으며 손질해 주는 코코넛과 잭프릇을 먹으며 영어로 농담을하고... 그래도 그렇기만 할까?
어쩌다 아프기라도 하면, 의사가 날짜별로 병원을 찾아다니는 이 나라의 병원 시스템에 질리고, 증세 설명을 영어로 해야하는 어려움은 또 어떻고... 몇 달 지나면 해질 녘 괜히 쓸쓸해 지는 외로움은? 손주녀석들의 재롱이 마구 그리워지면? 그러면 또 훌쩍 돌아온다.
그냥 이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도 버릇인가?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어찌 됐건 오늘은 또 돌아간다.
그리고 내일부턴 엄청 다르게 살아질 것이다. 좀 지나면 그게 또 일상이 되는 것이고.
아! 4시간의 거리...그리고 남의 나라.. My Home.
첫댓글 양쪽에 모두 집을 가지고 있으니
이쪽 저쪽 마음 내키는 대로
옮겨 가며 즐거움을 누리고 사는 것이
부럽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