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李達)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 홍주(洪州) 사람. 벼슬은 부경(副正).
산사
山寺
흰 구름 속에 절이 있는데
중은 그 흰 구름을 쓸지 않는다.
손님이 와서 비로소 문을 여니
온 골짝의 솔꽃은 다 늙었다.
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
배를 돌리며
回舟
자던 해오라기는 모래밭에 내리고
저녁 매미는 강가의 나무에서 우네.
흰 마름 바람에 배를 돌리면
꿈은 서담의 빗발에 떨어지네.
宿鷺下秋沙 晚蟬鳴江樹 숙로하추사 만선명강수
回舟白蘋風 夢落西潭雨 회주백빈풍 몽락서담우
이예장과 이별하며
別李禮長
밥 연기 속에 오동꽃 떨어지고
바닷물에는 봄 구름의 하늘이다.
꽃다운 풀밭 위의 한 잔 술이여.
서울서 우리 다시 만나세.
桐花夜烟落 海水春雲空 동화야연락 해수춘운공
芳草一杯酒 相逢京洛中 방초일배주 상봉경락중
1)京洛(경락)-경사(京師). 경(京)은 대(大), 사(師)는 중(衆), 곧 대중(大衆)이 사는 곳 이라는 뜻. 임금의 궁성(宮城)이 있는 곳.
대동강의 운을 따라
次大同江韻
연잎은 어지럽고 연밥은 많고
연꽃 속에 남녀의 노랫소리 어울리네.
횡당입구에서 만나자는 약속이기에
괴로이 배를 돌려 물 거슬러 올라가네.
蓮葉參差蓮子多 蓮花相間女郎歌 련엽참차련자다 련화상간녀랑가
來時約伴横塘口 辛苦移舟逆上波 래시약반횡당구 신고이주역상파
1) 參差(참치)-가지런하지 않은 모양. 또는 흩어진 모양.
그림에 제함(三首)
題畫
(一)
찬 숲에 연기 어둡고 해오라기 날으는데
강가의 어가들은 대사립문을 닫네.
황혼의 다리에는 건너는 사람 없고
파란 산기운은 보슬비 오듯 내리네.
寒林烟瞑鷺絲飛 江上漁家掩竹扉 한림연명로사비 강상어가엄죽비
斜日斷橋人去盡 亂山空翠滴霏微 사일단교인거진 란산공취적비미
1) 鷺霏微絲(노사)-해오라기, 백로, 백조(白鳥). 2) 空翠(공취)-수목이 울창한 산중의 기운 3) 霏微(비미)-가랑비 또는 가랑눈이 오는 모양.
(二)
문 앞의 버드나무, 저 누구 집인고.
반쯤 나온 붉은 다락에 끊어진 놀이 비친다.
얄미운 꾀꼬리는 종일 우는데
비 개인 골목에는 떨어진 꽃이 많구나.
綠楊門戶是誰家 牛出紅樓映斷霞 녹양문호시수가 우출홍루영단하
無賴流鶯鳴盡日 曉晴門巷落花多 무뢰류앵명진일 효청문항락화다
1) 無賴(무뢰)-사랑하여 짐짓 욕하는 말.
(三)
서리 어린 남쪽 하늘에 기러기의 무리여.
물억새꽃에 바람이 일어 눈이 어지러워라.
소강상 기슭으로 지나가는 일행 중에서
혹은 모래톱에, 혹은 구름 속에 드네.
霜落天南雁叫群 荻花風起雪紛紛 상락천남안규군 적화풍기설분분
一行飛過潇湘岸 半落汀洲牛入雲 일행비과소상안 반락정주우입운
1) 訂洲(정주)모래성. 곧 얕은 물 가운데 토사(土)가 쌓여 물 위에 나타난 곳.
앓으면서 꽃을 꺾어 술을 마시며
病中折花對酒
병든 몸이라 꽃 필 때에도 문을 굳게 닫았는데
굳이 꽃가지 꺾어 술 마시며 시를 읊네.
덧없이 지나는 세월을 혼자 슬퍼하나니
볼 구경에도 다시는 소년의 마음은 없네.
花時人病閉門深 强折花枝對酒吟 화시인병폐문심 강절화지대주음
怊悵流年夢中過 賞春無復少年心 초창류년몽중과 상춘무부소년심
금대곡을 고죽 사군에게
錦帶曲贈孤竹使君
강남 시장에서 호상이 파는 비단
아침해에 비치어 자주 연기를 내네.
미인은 그것으로 치마를 만들고자
화장상자 뒤졌으나 치를 돈이 없었네.
商胡賣錦江南市 朝日照之生紫烟 상호매금강남시 조일조지생자연
佳人正欲作裙帶 手探粧奩無直錢 가인정욕작군대 수탐장렴무직전
1)孤竹(고죽)-최경상(崔慶昌)을 지칭할, 본서 582면 참조. 2) 使君(사군)-사신(使臣)의존칭. 裙帶(군대) 치마와 띠, 또는 속옷과 띠, 3) 粧奩(장렴)-화장품 상자. 4) 直錢(치전)-값, 맞돈 현금.
전가행
田家行
농가의 아낙네가 들밥거리가 없어
빗속에서 보리 메어 풀섶길로 돌아온다.
생섶이라 축축해 불은 일어나지 않고
방에 들자 계집애가 울며 옷을 당긴다.
田家少婦無野食 雨中刈麥草間歸 전가소부무야식 우중예맥초간귀
生薪帶濕烟不起 入門兒女啼牽衣 생신대습연불기 입문아녀제견의
1) 田家(전가) 시골의 집. 농가(農家)。2)行(행)-한시(漢詩)의 한 체(體).
무덤에 제사하는 노래
祭塚謠
흰 개는 앞에 가고 누른 개는 뒤 따르고
풀발의 저 끝을 보라, 무덤이 잇따랐네.
늙은이는 밭고랑 길에서 제사 마치고
황혼에 취해 돌아올 때 아이가 부축한다.
白犬前行黃犬隨 野田草際塚纍纍 백견전행황견수 야전초제총류류
老翁祭罷田間道 日暮醉歸扶小兒 로옹제파전간도 일모취귀부소아
1) 纍纍(누루)-연속한 모양.
대추 따는 노래
撲棗謠
이웃집 애가 와서 대추를 딸 때
늙은이가 나와서 애들을 쫓는다.
애들은 도리어 노인에게 말하나니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 것을……」
隣家小兒來撲棗 老翁出門騙小兒 린가소아래박조 로옹출문편소아
小兒還向老翁道 不及明年棗熟時 소아환향로옹도 불급명년조숙시
월정 아상님께 드림
上月汀亞相
나그네의 이불에 가을 기운 스미고 이 밤은 긴데
고요한 깊은 집에 반딧불이 지나간다.
들에 가득한 밝은 달빛에 이슬은 차고
물 같은 맑은 하늘에는 은하가 멀구나.
천겹의 산에 나그네의 꿈은 끊어졌고
십이교의 물에 금루의 소리는 힘이 빠졌다.
지척에 있는 동각 노인을 다시금 그리 나니
당신의 말은 먼 구름 하늘에 아득하여라.
客衾秋氣夜迢迢 深屋疎螢度寂寥 객금추기야초초 심옥소형도적요
明月滿庭凉露濕 碧天如水絳河遙 명월만정량로습 벽천여수강하요
離人夢斷千重嶺 禁漏聲殘十二橋 리인몽단천중령 금루성잔십이교
咫尺更懷東閣老 貴門行馬隔雲霄 지척경회동각로 귀문행마격운소
1) 亞相(아상)-어사대부(御史大夫)의 이칭(異稱). 2) 絳河(강하)은하(銀河). 3) 禁漏(금루)-대궐의 물시계. 4) 貴門(귀문)-존귀한 가문(家門). 5) 行馬(행마)-귀인(貴人)의 집이나 관서(官署)의 문 밖에 있는 말을 매어 두는 제구.
황폐한 절을 지나며
經廢寺
이 절이 언제부터 황폐했던고,
절문 앞의 솔길이 그윽하구나.
이내가 많아 비문의 글자가 지워졌고
빗발이 새어 부처의 금빛이 변하였다.
오랜 우물에는 낙엽이 쌓이었고
그늘진 뜰에는 저녁 새가 내린다.
이런 일에 부디 탄식하지 말아라.
사람 세상의 소침이 얼마인고.
此寺何年廢 門前松逕深 차사하년폐 문전송경심
嵐蒸碑毁字 雨漏佛渝金 람증비훼자 우루불투금
古井填秋葉 陰庭下夕食 고정전추엽 음정하석식
不須興感慨 人世幾銷沈 불수흥감개 인세기소침
1) 銷沈(소침)-사그라지고 까라짐. 맥이 빠짐 기운이 없어짐.
밤에 대탄에 배를 타다.
夜泊大灘
밤에 여울 밑에 배를 대나니
물마을에는 서리 기운 어리었다.
모래 물가에서 마른 나무를 주워
밥을 지으려고 어부에게 붙을 빈다.
병든 몸이라, 외로운 배의 꿈이여.
강이 차가와 시월에 얼음 언다.
집을 떠난 지 이제 얼마나 되었는가.
뱃사공이 바로 친한 벗이다.
夜纜泊灘下 水村霜氣凝 야람박탄하 수촌상기응
枯楂拾沙渚 爨火乞漁燈 고사습사저 찬화걸어등
病客孤舟夢 寒江十月氷 병객고주몽 한강십월빙
離家今幾日 黃帽是親朋 리가금기일 황모시친붕
1) 纜(람)-닻을 메어 다는 줄. 2) 爨(찬)-밥을 지음. 붙을 때어 밥을 지음. 3) 黃帽( 황모)-뱃사공,
호사 중의 시에 차운하다
湖寺僧卷次韻
동호로 가는 배가 잠깐 지난 절
늘어진 버들가지 물언덕에 드리웠네.
병든 나그네의 외로운 배에 달은 밝은데
늙은 중의 깊은 절에는 떨어지는 꽃이 많네.
봄 시름은 암암해라, 방초는 잇닿았고
고향 생각 아득해라, 바다 물결 저쪽이네.
변방 밖에 홀로 앉아 앞길 헤어 보나니
지는 해의 까마귀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東湖征棹暫經過 楊柳依依水岸斜 동호정도잠경과 양류의의수안사
病客孤舟明月在 老僧深院落花多 병객고주명월재 로승심원락화다
春愁黯黯連芳草 鄉夢迢迢隔海波 춘수암암련방초 향몽초초격해파
獨坐計程關塞外 不堪殘日聽啼鴉 독좌계정관새외 불감잔일청제아
1) 征棹(정도) 여행하는 배. 2) 依依(의의)-무성한 모양, 또는 나뭇가지가 늘어진 모양 3).黯黯(암암)-슬퍼함. 4) 迢迢(초초)一먼 모양. 5) 關塞(관새)-국경에 있는 관문과 요새,
고죽파의 산장을 찾아
尋孤竹坡山庄
여러 달을 서로 멀리 있다가
지금 찾아감이 못내 기쁘네.
그 촌집은 나무 밑에 있는데
오이 덩굴이 숲에 달렸네.
주인은 원래 병이 없는 몸이라
가난쯤이야 마음에 두지 않네.
뜰 위의 풀밭에 기꺼이 앉아
나를 위하여 거문고를 타네.
다 타고 나서 다시 이별하나니
낭랑한 한이 마음에 가득하네.
屢月抱睽曠 及此喜相尋 루월포규광 급차희상심
田廬樹木下 瓜蔓懸秋林 전려수목하 과만현추림
主人固無恙 貧窶不嬰心 주인고무양 빈구불영심
怡然坐庭草 爲我奏鳴琴 이연좌정초 위아주명금
琴盡即還別 悢悢恨彌襟 금진즉환별 량량한미금
1) 睽曠(규광)-서로 떨어져 있음. 2) 貧窶(빈구)-가난하고 누추함. 3) 嬰心(영심)-마음에 걸립, 4) 怡然(이연)-기뻐하는 모양. 5) 悢悢(낭랑)-슬퍼함, 서러워함. 6) 彌襟(미금)-마음에 가득함.
강선루에서 이환 이각의 운을 따라
降仙樓大泥丸李覺韻
달빛도 희고 이슬빛도 희고
밤은 고요하고 가을 강이 깊어라.
신선 집에서 한 잔의 술 마시고
맑고도 맑은 거문고의 소리여.
이것은 이 철을 느낌이 아니니
저절로 슬퍼지는 내 마음이네.
月白露華白 夜靜秋江深 월백로화백 야정추강심
仙閣一盃酒 冷冷三尺琴 선각일배주 랭랭삼척금
不是感時節 自然傷我心 불시감시절 자연상아심
1) 露華(노화)-이슬이 빛남. 이슬의 빛. 또는 빛나는 이슬, 2) 冷冷(랭랭) 소리가 맑음. 또는 맑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