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일요일 새벽에 카페에 들어갔더니 산악회에서 5월 연인산 산행의 사전 답사계획이 공고 되어 있더군요. 도헌기 산악회장님께서 올리신 답사 공고의 글을 읽고는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새벽 여섯시! 그래, 이제 잠도 깼고 한 분이라도 가서 만나자. 우선 김창수 산악회 지도고문님께 인사라도 드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동기 도헌기 산악회장님도 만나보고, 어쩌면 5월3일에 차각병, 김경임 부부가 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니 가서 만나자.
불야 불야 씻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압구정 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흔들거리는 열차의 미동을 느끼며 저는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 해서 억지로 참았습니다.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이 묘한 짜릿한 기분...
도착 시간에 약 2~3 분이 늦어질 것 같아서 사무국장께 전화를 하였지요. 예고없이 동행하겠다는 전화에 깜짝 놀라는 사무국장!
우리는 구파발 역 출구에서 감격적인 뜨거운 포옹을 하였습니다.
김창수산악회 지도고문님과 끌어안고 등을 두드리고, 산악회 회장님과, 경임이와, 경임이의 남편 차각병과... 아~ 참으로 반갑더군요.
자식들 훌륭히 잘 길러놓고, 남편 건강 보살피며, 직장에서는 어린아이들 잘 가르치고, 동문회의 감초가 되어 모든 일들을 넉넉한 품성으로 모나지 않게 지켜가는 경임후배가 운전도 그리 숙달되게 잘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른 아침 안개가 채 벗어지지 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 세상의 모든 고통을 떨쳐두고 산 속으로 들어가 맑고 청정한 공기에 멱 감으며 새 사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 저기 쑥을 캐는 아낙네, 두릅을 따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지와 더불어 일요산행을 하는 사람들... 산은 말없이 그들을 품어안아 주더군요.
우리 동문님들께서 어느 길로 산행 하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할까를 고심해 가며, 점심식사 할 식당을 물색하는 산악회 임원님들의 진지한 자세에서 존경과 신뢰의 마음으로 가슴이 가득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산을 내려와 등산로 입구에 자리를 펴고 우리는 점심을 먹었지요. 사무국장과 김경임 산악회 부회장이 마련한 점찬은 그 어느 일류 호탤 레스토랑에서 먹는 점찬보다 더 맛나고 값진 것이었습니다. 차각병 선생이 영천서 손수 따온 깨끗한 청량 미나리를 어린 상추에 함께 넣고, 돗나물 한 줌까지 곁들여 싸 먹는 상추쌈은 그야말로 일품이었습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사무국장님의 모친께서 손수 담으신 샛노란 빛깔, 칼칼한 맛깔의 조선된장과 김경임 만의 노하우로 만든 쌈장에 곰삭은 갓 김치, 겨우내 숙성한 묵은 김치, 우엉졸임, 삭힌 고추, 고춧잎 밑반찬, 새파란 완두콩이 쏙쏙 박힌 하얀 쌀밥에 현미 찹쌀이 섞인 잡곡밥...
우리는 배가 부르게 먹었습니다. 미국에서 원양어선으로 잡아 온 랍스타를, 킹크랩을, 플레미뇽 송아지 고기를, 불란서 요리와 이태리 요리를 먹어 보았지만 아~ 우리의 어제 그 점심하고는 견줄 바가 못되었지요. 자신이 먹고 자라나며 익숙해진 맛깔을, 자신의 나라 산 속에서, 그리웠던 이들과 먹는 점심이니 그 어느 것과 비교한들 당할 수가 있겠는지요.
돌아오는 길,
저는 차 속에서 눈을 감고 우리 동문님들을 생각했습니다. 흔들리는 차 속에 눈을 감고 있으려니, 마치 우리가 탄 차가 큰 대형의 버스 인 것 같이 생각 되어지더군요. 그 대형 버스 속에는 우리 달구벌 산악회 동문님들께서 만차 하셔서 함께 웃고 떠들며 마시고 차창에 기대 앉아 노래하는 것만 같은 환상이 들었습니다.
뵙고 싶은 사범 선배님들...
이인기 고문님의 귀에 쟁쟁한 한 웃음소리, 왕언니 이남이 선배님의 걸출한 율동과 열창, 도락산 산행에서 하산하여 식사하시며 "동문회에 이리 열성이니 집안은 누가 꾸려가느냐?"고 농담을 건네 주시던 정남석 이사님, 김재진 고문님의 금자씨~ 하시던 다정한 목소리, 신정희 선배님의 조용한 웃음소리, 홍순명 선배님의 구수하신 사업 성공스토리, 노승렬선배님의 가창력 높은 노래소리, 이세웅 선배님께서 년회비 독려하시던 모습, 장재수 선배님께서 마이크를 잡고 옆 모습을 보인채 노래하시던 그 풍부한 성량과 가슴 적시는 음색과 열창으로 뜨거워진 노래소리, 이재인 고문님께서 부르시던 '숭어 우는소리'의 가슴 휘젓던 바리톤, 서길자, 정경자, 이기현 선배님의 조용하고도 다정한 목소리,
등산복 입고 차에 오르시던 고종환경기지회장님,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선비 송명환선배님, 노래 가사 속에 법문이 들어있어 우리의 가슴을 숙연하게 만들던 윤종건 교총회장님의 노래 소리, 별박사 이수웅 선배님의 별 이야기(사 놓으셨다던 별은 아직도 은하계에서 건재하겠지요?), 조경희 선배님의 풋풋한 글솜씨와 예쁜 율동, 신현애 선배님의 앳띈 웃음,
지난 해 양재역에서 거금의 협찬금을 내놓으시며 배웅하던 우리 황수관 회장님, 우리동기 김영미 교장의 어깨 들먹이게 하는 노랫소리, 남혜란, 배찬복 커플 나란히 앉으셔서 훈훈한 정을 나누던 모습, 점잖고 과묵하며 한 치의 허점도 없는 우리 이순희 전 사무국장님, 김소영후배님의 사랑한다 말할까? 언지에~ 안캐예~ 노래하던 고운 목소리,
교대 6회 명물 후배님들의 율동과 웃음과 철철 넘쳐 흐르던 정들, 언제나 별 말없이 그러나 꼭, 꼭, 동문회 자리를 지키던 김영철 교장선생님, 친 혈육 이상으로 저를 감싸주던 철마니, 다정다감하여 만인의 영원한 연인이 된 김숙자 사무국장, 윤화숙 전 사무국장이 번번이 싸오던 맛있는 김밥과 하와이안 노래 소리, 배재희 교장선생님의 환한 미소, 장병연 박사의 구성진 가락 장록수, 언제나 과묵한 백호근선생, 양재연 선생의 간들어진 노랫소리,
쳐다보기만 해도 자랑스러운 우리 백대현교장, 이상국교감, 장차의 우리 동문회를 위해서 착실히 배우고 준비하며 그 능력과 열성을 고루 갖춘 사무국의 역군 남옥순 사무차장, 술 취한 하성광, 먼 길을 오가며 말없이 동문회 사랑을 실천하는 이종호교수, 조영철교감의 활짝 핀 웃음, 한 푼의 낭비도 없애며 알뜰살림을 꾸려가는 윤경란 재무, 조귀현 막내둥이 교감선생의 지옥문 빠져나오던 산행 야화, 김영재 산악회 총무와 그 아기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청송 주왕산 산행에서 돌아오던 길, 도로가 막혀서 참다 참다 못해 어둔 밤에 우리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고속도로 어느 선상에서 차를 세운 적이 있었지요. 차가 멈추기 무섭게 우리들은 뛰어 내려 어두운 길가 잔디밭에 몸이 닿일쎄라 조심하며 엉거주춤 쭈그리고 앉았지요.
쉬쉬 쉬이 이~
그 날아갈 것 같은 시원함, 이제 살았구나~ 하던 안도감, 우리는 100%의 쾌감을 함께 누리며, 팽창된 아랫배의 부피를 줄이며, 옆으로 나란히 앉아,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고 후후 웃었지요. 아! 그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남는군요.
그리운 여러 동문님들과 함께 차에 타고 있는 듯한 환각을 느끼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저의 가슴은 천천히 더워지다가 드디어 뜨거워져 목 안으로 뜨거운 응어리가 꿀컥 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동문님들을 곁에서 느끼며 돌아오는 길이 그 얼마나 따뜻하고 정겨웠던지...
저는 상상 속에서 수 많은 동문님들을 만나고 느끼며,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던 지난 정기총회며 고적답사며 산행 때의 빈 가슴을 메웠습니다.
마음이 온통 달구벌 카페에 머물고 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한국의 들꽃에 반해버린 이조여인 선배님 이쁜 들꽃 올려주세요. 온통 신토불이 나물에 많은 관심이 가는 우리들이 이랍니다.다음주 일요일에는 시골 산소 옆 쓸모없는 쑥은 뽑아버리고 고사리 꺾으러 가렵니다. 12시간을 함께한 답사 보람 즐거웠습니다.
지성과 미모와 덕을 함께 지니시고 달구벌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바쁜 일정속에서도 함께 산헹에 동참 해 주신점에 저도 무척 반가웠고 행복했습니다. 초록의 싱그러움과 운무의 잔잔한 모습이 선배님을 꼭 닮은 연인산인 듯 했습니다..선배님 자리가 불편해서 고생했죠???그래도 마음만은 행복하고,넉넉한 하루였어요.감사.
첫댓글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산행 답사에 참여하시고 찬조금 까지 주시어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시는 인정미 넘치는 정 동기님, 정말 감사 합니다.
설마, 어저께 만났다고 5월3일에 안 나오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맛있게 저녁 먹고 노래방 가야지요. 동문님들의 응원 속에 열심히 와인 팔아서 그 정도는 갖고 왔습니다. 어제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마음이 온통 달구벌 카페에 머물고 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한국의 들꽃에 반해버린 이조여인 선배님 이쁜 들꽃 올려주세요. 온통 신토불이 나물에 많은 관심이 가는 우리들이 이랍니다.다음주 일요일에는 시골 산소 옆 쓸모없는 쑥은 뽑아버리고 고사리 꺾으러 가렵니다. 12시간을 함께한 답사 보람 즐거웠습니다.
지성과 미모와 덕을 함께 지니시고 달구벌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바쁜 일정속에서도 함께 산헹에 동참 해 주신점에 저도 무척 반가웠고 행복했습니다. 초록의 싱그러움과 운무의 잔잔한 모습이 선배님을 꼭 닮은 연인산인 듯 했습니다..선배님 자리가 불편해서 고생했죠???그래도 마음만은 행복하고,넉넉한 하루였어요.감사.
정부회장님 즐거우셨겠네요. 한분이라도 더 뵙고 가려는 심정 이해합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동참했을텐데.. 잘 지내다 미국으로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