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목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거북목 증후군 환자가 약 12% 증가했으며, 2023년 한 해 동안 병원을 찾은 환자만 250만여 명에 달한다. 이처럼 흔하다 보니 거북목 증후군을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질환이 아닌 단순한 자세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신경외과 박성주 원장(척편한신경외과)은 “방치된 거북목 증후군은 통증을 야기하고, 디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이어 “거북목 증후군인 줄 알고 방치했으나 실상은 디스크인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덧붙이며 목과 어깨의 통증을 가벼이 여기지 말 것을 당부했다.
Q. 현대인의 고질병, 거북목 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이 궁금합니다.
거북목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입니다. 눈높이 보다 낮은 모니터를 장시간 내려다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에서 비롯되는데요. 이렇게 머리가 앞으로, 혹은 아래로 향하는 자세가 반복되면 목과 어깨의 근육뿐만 아니라 척추에도 무리가 가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자세를 오래 지속하면 척추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디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거북목 증후군, 일자목 증후군, 그리고 버섯 증후군. 이 세 가지 용어는 어떻게 다른가요?
정확한 구분 없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따져 구분해 보겠습니다. 본래 경추는 ‘C자’ 형태이지만, 머리를 앞이나 아래로 향하는 자세를 장기간 반복하면 C자 커브가 점점 사라집니다. 대나무와 같은 일자 형태가 되는 것인데요. 이러한 변화로 목이나 어깨에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상태를 ‘일자목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일자목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자세를 개선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흐르면 척추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디스크의 마모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요. 결국 디스크가 닳아서 없어지게 됩니다. 이런 만성 디스크 상태가 되면 본래 C자였던 경추가 ‘역 C자’ 형태로 바뀌면서 흡사 꼽추와 같은 자세가 됩니다. 이 상태가 바로 거북목 증후군입니다.
버섯 증후군은 실제 의사들이 많이 쓰는 표현은 아닌데요. 거북목 증후군이 진행됨에 따라 목 뒤에 만져지는 6, 7번 경추 뼈가 점차 돌출되면서 주변 조직을 자극하여 염증이 생기고, 지방 조직이 쌓이면서 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거북목 증후군은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그렇다면, 거북목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경추 본래의 C자 형태를 최대한 유지시켜 주면 되는데요. 우선 TV나 모니터를 눈높이보다 조금 높게 설치해 고개를 숙이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보통 가슴 높이에서 사용하시는데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눈높이에 두고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학생들의 경우 독서대를 사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자세를 교정하는 한편, 장시간 컴퓨터 작업 등으로 피로감을 느낄 때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 보기 스트레칭과 같은 스트레칭을 틈틈이 하는 것도 목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Q. 거북목 증후군이 심할 때는 치료나 관리가 필수일까요?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평소 꾸준한 하늘 보기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잦은 통증이나 만성화된 통증이 있는 분들은 자세 교정만으로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하늘 보기 스트레칭을 할 때 시원함보다는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질 경우에는 디스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단 및 치료를 받으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Q. 수술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거북목 증후군 자체만으로는 수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거북목 증후군은 디스크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흔한데요. 통증이 심하고 디스크가 동반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거북목 증후군을 단순히 자세의 문제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관리하기보다는 진통제를 먹거나 파스를 붙이면서 방치하곤 하는데요. 거북목 증후군이 오래 방치되고, 이 상태에서 노화가 진행되면 디스크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고개를 젖힐 때 통증이 심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등이나 팔이 아픈 경우에는 디스크를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Q. 거북목 증후군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재발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청소년기의 일자목은 잘 관리하면 완치될 수 있는데요. 거북목 증후군의 경우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대가 약해지고 척추를 붙잡아 주는 힘이 부족해지면서 점차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구적인 회복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피부 관리 혹은 탈모 관리와 같이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와닿으실 겁니다.
거북목 증후군은 방치하면 안 되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더 심해지면 관리하겠다’ 하는 환자분들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심해지면 스트레칭이나 교정이 아니라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수술 후에도 관리가 안 되면 재발하는 질환이 거북목 증후군입니다. 따라서 거북목 증후군은 미리, 심해지긴 전에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획 = 배은지 건강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박성주 원장 (척편한신경외과의원 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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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