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한반도에는 선현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이 사방에 산재해 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다듬고 가꾸어 고스란히 후손에 물려줄 책무가 있다 하겠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훼손되고 도난과 약탈을 당하고 소실과 허물어졌던 역사적인 사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문화재를 주동자나 민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보존되어 온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전국에는 116개의 문화재지킴이 단체가 결성되어 10만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은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주관으로 문화재지킴이의 날 기념행사가 전북 정읍시 내장산에서 개최하게 되어 우리 대구문화재지킴이회 임원 35명이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한 관광버스에 올라 대구 반월당에서 아침 일곱 시에 출발하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호남지방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모두 들 우산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차중에서는 간략한 이사회를 진행하였으며 이종원 명예 회장님이 준비한 내장산과 문화재에 관련된 동영상을 시청하였다. 그리고 6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의 날로 제정한 역사적인 근거와 그에 관하여 해설을 해드렸다. 대구문지회의 핵심 인사들만 모인 자리에서 어설프게나마 해설을 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하였다. 약 세시간반을 달려 내장산에 도착하여 국립공원내장산 사무소를 거쳐 행사장 바로 아래쪽에 마련된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현지의 자원봉사자들이 차(茶)를 대접하며 접수와 동시에 행사자료를 배부 받았다. 싱그러운 유월의 신록이 짙은 숲속 야외에 무대를 설치해 놓았는데 이미 식전행사로 풍물패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았더니 곧바로 연극이 진행된다. 광주시에 소재한 전문예술문화단체인 ‘극단청춘’ 멤버들이 열연하였다. 연극의 내용은 임진왜란 때 조선왕조실록을 전주사고에서 이곳 내장산 용굴암으로 이안(移安)한 과정으로 꾸몄다.
1592. 4. 13 왜군이 부산으로 침략하여 불과 20여 일만에 한양을 점령하였으며 춘추관과 충주사고, 성주사고가 불타는 바람에 사고(史庫)에 소장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수많은 전적이 소실되고 말았다. 다행하게도 경기전 경내에 자리 잡고 있는 전주사고본은 무사하였지만 이것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지경이었다. 왜군은 군량미 확보를 위하여 호남을 점령하려고 금산까지 진격한 상황이었다. 무더운 유월 초부터 이곳 정읍지방의 유생인 안의와 송홍록, 내장사 주지 희묵대사 등이 말과 하인을 동원하여 전주사고의 실록과 전적을 포장하여 6월 22일에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겨 일 년이 넘도록 지켜낸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근거를 찾아 바로 오늘인 유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의 날로 제정 선포한 것이다. 금년도 2019년 문화재지킴의 날 기념식을 조선왕조실록을 보존했던 그 현장인 내장산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느껴진다.
이어서 KBS에 소속된 코미디언 홍석우의 사회로 11시 20분에 기념식이 진행되었다. 안동문화지킴이 김호태 대표의 개회선언에 이어 국민의례와 내빈소개가 있었다. 경과보고에 이어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조상열 회장이 대회사를 하였다. 유진섭 정읍시장의 환영사에 이어 문화재청 차장, 정읍출신 유성엽 국회의원, 정읍시의회 의장, 내장사 주지스님의 축사가 진행되었다. 내빈들의 축사 가운데 정읍시장은 정읍에서 문화재 엑스포(EXPO) 개최를 제안하였고 유성엽 국회의원은 국가기념일 제정 전문가답게 문화재지킴이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내겠다고 하여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내장사 주지 도안스님은 희묵대사의 마음속에서 숨 쉬는 느낌이 든다며 조선왕조실록을 지켜 낸 이곳 내장산을 사적으로 지정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이어서 유공자 표창에는 문화재청장 표창에 남원문화원과 창덕궁지킴이, 안동지킴이회원이 받았고 연합회 회장상은 화성역사공동체생태학교, 한국예술무형문화유산진흥회, 평택문화재지킴이의 회원들이 받았다. 그리고 연합회 조상열 회장과 이용찬 사무국장은 정읍시장의 감사패를 받았다. 이곳 내장산에서 기념식을 갖게 된 명분이야 충분하지만 전국적인 행사를 자기 고장에서 개최하게 되어 정읍시장은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들었을 것이다.
제2부 기념식이 끝나고 축하공연이 이어졌는데 기타(Guitar)와 함께 가수들의 열창을 뒤로 하고 집단시설지구까지 걸어 내려와 한국관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늘 행사는 전국에서 약 600여명이 참석하였는데 차량비와 식사비를 주최 측에서 제공하였으니 아마도 행사비용 마련을 위하여 많은 수고를 했을 듯하다. 오후에 타 시도 일부 회원들은 용굴암을 답사한다고 했으나 우리 일행은 백양사로 이동하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백양사에 대하여 아는 대로 간략하게 소개해 드렸다.
백암산 백양사(白巖山 白羊寺)는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에 위치하며 백제 무왕 33년(632)에 여환(如幻)이 창건하였다. 백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본사이며 대한불교조계종 8대 총림 중의 하나로 고불총림이다. 총림은 선원, 율원, 강원을 갖추어야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과 총림의 위치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백양사는 1786년(정조 10) 환성(喚惺)이 중건하였고 1864년(고종 1) 도암(道巖)이 중건하였으며 1917년 송만암(宋曼庵)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의 문화재로는 보물 제1346호로 지정된 소요대사 부도(逍遙大師浮屠)가 있으며 대웅전(大雄殿)과 극락보전(極樂寶殿), 사천왕문(四天王門)이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음을 간략히 해설해 드렸다.
백양사의 가을 단풍은 내장산의 그것에 못지않게 아름다웠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늘은 유월의 신록에 마냥 행복감이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오르는 길옆에는 세 아름이 넘을 만큼 육중한 참나무들이 군데군데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신령스러움이라할까 경외심마저 들어온다. 백암산 위에 큼직한 바위가 이곳의 상징처럼 바라보이고 쌍계루(雙溪樓)도 옛날 그대로 길손을 반긴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짧은 시간에 맞추어 되돌아 내려오는데 역시 신록의 이파리는 마냥 살가움이 더해주고 여행의 발걸음을 가볍게만 해 주었다. 오늘은 문화재지킴이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음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한 하루였으며 앞으로는 지방의 각 단체별로 동료회원들이 함께 모여 문화재지킴이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는 일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19. 6. 22. 토)
첫댓글 전명수 해설사님 반갑습니다.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었습니다.. 여러곳을 보시고 흥미롭게 핵심 줄거리를 전달 하시는 군요. 제가 현장을 답사하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맞 보았습니다.. 여러가지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게 됩니다.. 수고하신 전명수 해설사님 제삼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강정창 드림
전명수 답사위원장님! 차안에서도 유인물로 내장산에 대하여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실들을 깊이 있고 상세하게 해설을 하여 주셔서 현장에 가서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금상첨화로 문화재지킴날 행사 내용을 올려 주셔서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답사위원장님의 문화재에 대한 폭 넓고 깊이 있고 해박한 학식에 무한한 찬사와 존경을 드림니다.명예회장님, 회장님, 사무처장님!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여름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강정창 선생님, 이용건 팀장님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과분한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시어 부그럽기도하고 고맙습니다.
더욱 정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월당 출발지 부터 차내에 해설이며 내장산 특설무대 기념식 행사 진행 순서와 백양사 해설까지 겸하여 어느 한 곳도 소홀함이 없이 내용을 올려주신 답사위원장님게 감명과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여러차례 선생님께 6월 22일은 문화재지킴이날로 제정 선포한 역사적 상황에 관한 해설을 해주셨고 욍조실록을 전주사고에서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겨 보관한 과정은 오직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그당시 훌륭하신 분들의 재현 연극까지 보았으니 더욱 깊이 있는 역사 공부가 되었습니다.
답사위원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
전명수 선생님의 '자유게시판"개제 일자 2019년/03/11 에 실린 글을 인쇄도 했었고, 답글도 달아 놓은 것이 생각난 하루였습니다. 정작 정읍시의 내장산 내장사를 다녀와서 보니, '국혼은 지킨 義士 손홍록, 안의, 오희길, 손숭경등을 기린다"의
제목에 걸맞게, 조선왕조실록, 그리고 御容을 移安한 경로를 확실히 이해 할 수 있었고, 옛 조상님들의 나라 愛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3대 임금의 실록 총 805권 614책이 용굴에 이안 되지 않았다면, 조선왕조실록은 영원히 소멸 되었을 테죠..
특히 券과 冊을 설명 해 주시던데~~ 아직도 아리송 합니다.. "券"은 책을 세는다위"/冊은 여러 장의 종이를 '하나로 묶은 것'을 세는 단위" 라고만~~
김현수 선생님, 이미선 팀장님 어설픈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문화재지킴이의 날 선포 기념식에 다녀오신 임원님들은 문화재지킴이의 날을 6. 22일로 제정한 역사적인 근거를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