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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네이버캐스트
쓸데없는 고퀄리티. 가스파드 작가의 일상 개그툰 [선천적 얼간이들]의 정서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좋은 개념이 있을까. 에피소드 장르의 만화로서는 드물게 채색이 화려해서만은 아니다. 거북이인 본인 가스파드를 비슷해 캐릭터들의 외형적 질감까지 묘사하는 디테일 때문만도 아니다. 황당함의 크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맞춤법에도 맞지 않는 이상한 받침의 의성어도 중요하지만 역시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하나하나의 요소를 관통하는 잉여적인 열정이 이 작품에는 있다. 독특한 능력을 가진 주위 사람들을 소개했던 두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 ‘스페셜리스트’처럼 [선천적 얼간이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불필요한 절대음감(산티아고), 엄청난 먹성(펠), 걸그룹에 대한 열정(파블로), 땅파기(가스파드) 등 사회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능력들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투자 대비 효과로서만 재단되는 효율성 위주의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이라는 쓸데없는 즐거움을 주는 건 이처럼 비효율적으로 넘쳐나는 잉여적인 에너지뿐이다. 세상 곳곳에서 쓸데없는 고퀄리티를 실현하며 사는 그들은 그래서 얼간이지만, 또한 그래서 소중하다. 다음 인터뷰 곳곳에 드러나는, 남의 평가보다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는 가스파드 작가의 잉여적 열정 역시, 그러한 것처럼.
당연한 애기지만, 거북이 얼굴이 아니다.
사람들이 리쌍의 길 씨 같은 외모를 많이 기대하더라. 장발이라고 만화에서 밝히긴 했지만 소위 ‘등빨’ 좋고 동글동글한 얼굴일 거라 생각하는 거 같다.
개그 만화, 그것도 본인을 캐릭터로 쓰는 경우일수록 외모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데.
다른 작가 분들 얼굴이 공개된 이후 네티즌의 반응을 많이 봤는데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얼굴이 많이 알려지면 정말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물론 내가 나쁜 짓 하며 사는 건 아니지만 부담은 된다. 연예인 같은 상황이 벌어지진 않겠지만 어쨌든 미지의 세계니까.
아직 오프라인에서의 인기 체험은 없지만, 네이버 웹툰 작가로서 온라인에서는 인기인이다. 이것도 미지의 세계였을 거 같다.
장난 아니었다. (웃음) 사실 처음에 만화를 올릴 때, 꼭 떠야겠다는 식의 악착같은 마음은 없었다. 그냥 자연스레 올리고 혼자 ‘하하 재밌다’ 이 정도였던 건데, 정식 연재를 시작하고 나니 온라인 세계에서의 부담감이 오프라인 못지않다는 걸 깨달았다. 작가는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인만큼, 작품이 내 얼굴이더라. 말하자면 작품이 안 좋게 나오면 못생긴 얼굴을 공개하는 것과 맞먹게 부담감이 큰 거다. 그러니 작품을 똑바로 하는 게 중요하지.
연재 시작할 때부터 부담이 컸나, 어느 순간 커진 건가.
하면서 커졌지. 처음부터 프로 작가로 시작한 게 아니니까 작품이 좋지 않아도 자기만족 선에서 끝낼 수가 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내 생각보다 작품을 훨씬 좋게 봐주는 분들이 많아지는 만큼 기대에 부흥하려는 마음이 생기니까. 다만 그런 독자 반응 때문에 내 작품 노선이 바뀌는 건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 그리니 재밌어 하던데, 그럼 이번에도 그렇게 해보자, 그런 식으로는 안 하려고 한다. 그 부분의 멘탈을 스스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면 본인이 그리고 싶은 만화라는 게 뚜렷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일상툰이라는 생각으로 그리다가 조금씩 코믹 코드, 그것도 좀 와일드한 방식으로 변하게 됐는데 그게 내가 어릴 적부터 그리던 방식이다. 회사를 다니느라 몇 년 동안 그림을 안 그리다가 오랜만에 펜을 잡았는데 자연스럽게 예전 스타일이 나온 거지. 독자 반응을 노렸다기보다는 그냥 개인적 취향이 드러나는 거 같다. 전부터 미남 배우의 정극 연기보다는 개그맨의 과장된 연기가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동경이지.
남에게 웃음을 주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 건가.
자기가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의도대로 상대방을 웃게 만든 다음에 뿌듯한 얼굴로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게 정말 멋있어 보였다. 마라톤 선수가 일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혹 실제로 그 직업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고 싶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 직업 개그맨은 아니지만 대학로 같은 곳에서 무대 활동 하는 아마추어 개그맨들의 존재를 알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내가 비할 수 없는 박력을 느낀 거지. 혹여 정말 천운이 따라서 붙는다 하더라도 그분들만큼 열정적으로 할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됐다. 거의 단순한 호기심이었으니까.
개그 만화를 그리는 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거고?
그래도 그림은 평생이라면 평생 해왔다고 할 수 있는 분야니까.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배 곪아가며 그린 건 아니지만 평생 손에서 펜을 안 놨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래서 적어도 만화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만큼은 좀 더 단단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지. 학창 시절에 혼자 스토리물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그려봤지만 그 와중에도 이런 일상 개그물은 항상 연습장 한 구석에 빠지지 않고 그렸다.
남에게 웃음을 주기에 만화는 좋은 매체 같나.
사람이 몸이 열 냥이면 눈이 아홉 냥이라고 하지 않나. 눈으로 봤을 때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으니 만화는 분명 좋은 도구다. 다만 나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때 시각 뿐 아니라 오감적인 걸 다 전달해주고 싶은데 만화에서 누구의 말투는 어땠다고 청각적으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그래서 남들이 안 쓰는 희한한 의성어 의태어를 쓰는 거 같다. ‘뚜헑’ 그런 거. 또 글씨체 자체로 박력을 줄 수도 있고. 거기서 만화로서 줄 수 있는 재미가 충분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팩트는 해치지 않고?
그게 무너지면 독자 분들도 단순히 재미로만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만화의 정서는 내가 겪은 재밌는 얘기를 그만큼 재밌게 전달해주는 거다. 어릴 때부터 재밌는 일을 겪으면 그걸 잘 기억해뒀다가 남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했다. 그런데 나름 재밌다고 말했는데 상대방이 시큰둥하면 기분 상하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을 전달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단어 선택이나 말하는 방식 같은 것들. 내 작품도 그 연장선상인 거 같다.
그럼 일상툰이 될 수 없는 순간에는 [선천적 얼간이들]이 끝나는 걸까.
그렇겠지. 내가 5, 60년 산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정말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엄선될 만한 사건을 꼽아도 수백 수천 개는 안 될 거다. 만화 소재로 소진되는 시간이 실제 삶의 시간을 따라잡는 날이 언젠가 올 거고, 그때 이 작품은 장렬히 마무리를 짓겠지. 만약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가 정말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만 재밌는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하고 싶다. (웃음)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정말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험들을 겪은 것 같다.
사실 남들이 살아온 삶의 무용담을 길게 들을 기회는 없어서 내가 그렇게 평균 이상으로 재밌는 일을 겪었는지는 몰랐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 내가 만화에 쓰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겪은 것들이지만, 독자 분들이 그걸 보고 저 사람은 진짜 스펙터클하게 사는구나, 라고 과대평가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그런 건 있다. 같은 일을 겪더라도 나는 열린 마음으로 더 재밌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는 여고생처럼. 가령 길을 걸을 때 이런저런 간판을 일일이 보는데 그 중 글씨체가 희한하거나 가게 이름이 독특한 간판을 보면 혼자 깔깔 웃는다. 웃음이 헤픈 편이다. 그렇게 즐겁게 봤으니 그걸 재밌고 전달하려 노력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작품 안에서도 재밌는 일을 겪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거고. 비록 그때마다 이게 실제라고 증명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사실 독자들 입장에선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는데, ‘밥보다 좋다’ 편에 나왔던 모 감자칩 광고 공모전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순위에 오르며 일종의 인증이 됐다.
말한 것처럼 진짜냐 아니냐, 피에르처럼 저렇게 싸가지 없게 장사하는 게 가능한 거냐, 이런 반응이 많았는데 실제로 광고 공모전 수상 내역이 있고 동영상이 있으니까 그때를 기점으로 전에 있던 에피소드도 실제라고 믿어주더라. 하지만 과정은 조마조마했다. 나야 작가니 그렇다 하더라도 친구들의 사생활까지 노출되면 안 되니까. 처음 작품 시작할 때도 이러이러한 작품을 그릴 건데 괜찮겠느냐고 지인들에게 물어봤었다. 그래서 공개가 안 되길 바랐는데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그걸 다 찾아내시더라. (웃음) 독자들이 궁금해 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 그렇게 적극적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거지. 그래도 친구들의 사생활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 덕분에 믿어주는 분들도 많아져서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었다.
사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친구 캐릭터들의 실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인기 캐릭터가 됐다. 산티아고와 피에르는 아직도 기억나는 게, 합주 연습실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너희 나올 건데 어떤 동물이 좋겠냐고 물어봤다. 피에르는 한국 사람이 치킨 좋아하니까 닭으로 해달라고 했고, 산티아고는 ‘그냥 개로 해줘, 개’라며 약간 추악한 개의 느낌을 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각 동물 사진 찾아보고 그렸는데 지금에 이른 거다. 사실 그래서 초반에는 징그럽게 보는 분도 많았다. 보통 동물 캐릭터는 강아지 같이 귀여운 모습으로 만드는데 나는 거북이를 비롯한 파충류나 이런 걸 그것도 미끈미끈하거나 까칠까칠한 표면을 살리며 그렸으니까.
독자 입장에선 필요 이상으로 디테일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내가 좋아서 그렸지만 남들이 좋아해줄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독자가 그걸 보고 징그럽다고 할 때도, ‘뭐가 징그럽나, 귀여운데’라고 생각하기보단 ‘맞아, 징그럽긴 하지’ 그러고. 다들 맞는 말을 하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었다. 다만 그걸 빼면 [선천적 얼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조취를 취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좀 익숙해져서 귀엽게 봐주시는 거 같기도 하고.
본인 작품에 대한 비판을 잘 받아들이는데, 혹 자책도 잘하는 편인가.
자책은 안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 분명 내가 모두에게 사랑 받는 작품을 그릴 능력은 없지만, 그런 걸 그리는 분이 못 그리는 톤을 그릴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건 개성과 취향의 문제기 때문에 자책할 게 없다. 물론 이걸 개성으로 보지 않고 잘못된 거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내 스타일 자체에 대해 자책한 적은 없다. 개성은 존중받아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나 역시 다른 분들을 존중하려 노력하는 거고.
말한 것처럼 개성이라는 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데, 혹 만화에서 그름이 있다면 어떤 걸까.
만화는 현실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데, 만화 속의 어떤 부정적 표현이 현실의 누군가에게도 상처를 준다면 그게 그름이 아닐까 싶다. 또 꼭 독자 본인에게 비수가 날아오지 않더라도 보고나서 불쾌함이 심하게 남는다던지. 만화가가 댓글로 상처를 받듯, 만화가도 만화로 독자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될 거 같다. 지금 나는 개그 만화를 그리고 있는데, 머리에 남는 거 배울 거 하나 없이 그냥 좋은 기분만 남고, 보고 치우는 작품이면 좋겠다.
그것만 충족된다면 마음대로 그리고 싶은 건가.
우선 지금 작품은 그렇게 해보고 싶다. 내가 시도하는 표현, 하려는 말들이 독자에게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일종의 실험인 거다. 지금은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고 싶다. 남들이 좋아하는 걸 하려는 게 아니라.
이..청순함은 뭐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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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ㅑㄹ케이뻐..청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