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선발 수능"
브렌리감독 "시범경기 테스트"
'4-5선발중 1명'…시험 출격 - 패터슨-바티스타-고슬링과 경쟁
'007'처럼 비밀 출국한 김병현(24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 꿈'이 이뤄질 전망이다.
3개월 정도의 고국 휴식을 끝내고 지난 11일 주위에 알리지 않은 채 오후 4시30분 미국 LA행 아시아나항공에 오른 김병현은 태평양 건너에서 선발 등판이라는 희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것도 봅 브렌리 감독이 확인시켜준 약속이기에 더욱 보라빛이다.
브렌리 감독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새 투수 엘머 다센즈의 입단식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BK를 시범경기때 여러차례 선발로 출전시켜 테스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랜디 존슨, 커트 실링과 함께 다센즈가 1-2-3선발을 책임질 것"이라며 "하지만 4, 5선발은 시범경기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해 김병현에게도 선발 경쟁에 뛰어들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김병현은 다음달 28일 콜로라도전을 시작으로 열리는 총 34번의 시범 경기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등판, 실력 검증을 받게 된다.
선발 2자리를 놓고 김병현과 경쟁할 존 패터슨, 미구엘 바티스타, 마이크 고슬링 등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메이저리그 2년차인 패터슨은 2000년 5월25일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7게임(선발 5게임)에 등판해 2승과 방어율 3.23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바티스타 역시 이미 지난해 3선발로 8승9패와 방어율 4.29를 기록하며 눈도장을 받은 상태. 왼손 신예 고슬링은 다이아몬드백스의 마운드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김병현은 최소한 2명은 제쳐야 한다.
한편 지난해 10월15일 귀국했던 김병현은 서울과 고향인 광주를 오가며 훈련과 휴식을 병행했다. 광주에선 친한 선배인 이대진(기아)과 함께 훈련을 했고, 서울에선 손혁(기아)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고국 방문을 끝낸 김병현은 애리조나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며 다음달 13일부터 투산 일렉트릭파크에서 열리는 팀 투-포수 훈련에 합류한다.
< 신창범 기자 tigger@>
BK 시범경기 선발등판 의미
보직변경 구체적으로 착수, 좋은 성적땐 정규 리그로 연결
봅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이 시범경기 선발 등판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테스트를 시키겠다"던 막연한 공약에서 진일보해 김병현 선발 전환 작업에 구체적으로 착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범경기 선발등판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병현은 지난 2000년 9월 27일 콜로라도전에서 2⅓이닝만에 2점홈런 2방으로 4실점하고 강판된 이후로는 시범경기와 정규리그를 막론하고 한번도 선발 등판하지 못했다. 비록 첫경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한번만 더 기회가 오면 잘 해낼 수 있다고 2년이 넘도록 벼르던 일이다.
김병현은 시범경기에서 존 패터슨, 미구엘 바티스타, 왼손 신예 마이크 고슬링 등과 선발 2자리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시범경기 선발 등판의 결과는 곧 정규시즌의 로테이션으로 굳어진다.
김병현이 이들에 비해 가장 불리한 것은 오래 던진 경험이 없다는 점. 그동안 중간이나 마무리만 한 김병현과 달리 나머지 셋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각각 충분한 선발 경험을 쌓은 투수들이다.
그러나 시범경기의 매커니즘상 이 약점은 웬만큼 커버될 수 있다. 테스트의 성격이 강한 시범경기에는 팀마다 보통 6,7명의 투수가 투입된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선발투수라 해도 3~4이닝만 던지며 중반 이후로 넘어가도 5이닝을 넘기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 정도라면 김병현이 전력 투구를 자신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된다.
다른 분야는 김병현이 오히려 앞서 있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투심, 체인지업 등 마무리답지 않게 다양한 구질을 가졌고, 지난해 중반 이후 선발 전환을 염두에 두고 탈삼진 위주의 스타일에서 탈피해 맞혀잡는 요령을 익힌 것도 호재다.
존 패터슨은 가장 앞선 후보지만 팔꿈치 수술 후유증이 언제 도질지 모르고, 미구엘 바티스타는 중간 경험이 많아 미련없이 불펜으로 보낼 수 있는 투수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고슬링은 시범경기에서 특출한 활약을 하지 않는한 곧바로 메이저리그 선발 투입은 무리다.
객관적인 경쟁력에서도 충분한 비교 우위를 점한 김병현이 시범경기에서 제 페이스만 유지해도 2대1의 경쟁률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