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작은 나’를 버리고 ‘더 큰 나’를 맞는 일이다.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작은 생각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상의 일면을 넘어 전체를 보듬게 될 때 사랑은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그때 사랑은 감각적 만족이나 위안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알게 하고, 큰 세계 속으로 자신의 존재성이 고양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한용운 시인도 이를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당신은 나의 일면적 모습인 ‘홍안 미소 건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백발 눈물 죽음’까지 보듬어 준다. 그 사랑은 나의 존재를 온전히 의미 있게 한다. 나의 전부를 사랑해주는 당신이기에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임의 사랑 이상으로 나 또한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시의 의미다. 그렇다면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당신 같이 되려면, 나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커져야 할까? 죽음까지 흔드는 사랑의 소리를 낼 수 있으면 가능하리라.